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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정담] 대담해진 김정은…한·미 훈련 중 핵탄두·설계도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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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신문이 11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탄도 로켓(미사일) 발사훈련 참관 소식을 전하면서 공개한 사진. 김정은 앞 탁자 위에는 ‘전략군 화력 타격 계획’이라는 문구가 적힌 한반도 지도가 놓였다. 김정은은 “핵 공격 능력을 높이기 위한 필요한 시험들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노동신문]


통일부와 국방부 직원들은 요즘 아침에 출근하면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부터 찾는다. 이유가 있다. 읽을거리가 너무 많아서다.

김정일은 극도로 노출 꺼렸지만
김정은, 보란 듯 언론에 동선 공개
군사 실권 장악, 실물로 과시 의도
5월 당대회 앞서 위상 강화도 노려


지난 9일 노동신문은 ‘핵탄두’라며 사진까지 실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핵무기 연구 분야의 과학자·기술자들을 만나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했다며 “혼합장약(폭약) 구조로서 열핵반응이 순간적으로 급속히 전개될 수 있는 합리적인 구조로 설계된 핵탄두”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핵탄두라고 주장한 사진이 실물인지 여부를 떠나 “사진까지 공개한 건 사상 초유의 일”(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안보학부 교수)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날 노동신문은 미국 본토 공격을 위해 개발해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KN-08을 조립하고 있는 사진도 여러 장 실었다. 사진엔 김정은 뒤로 KN-08 탄두 부분의 내부설계도까지 노출시켰다. 설계도 부분을 흐릿하게 처리했지만 개략적인 구조는 알아볼 수 있다.

특히 노동신문이 11일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 참관 소식을 전하면서 공개한 사진 중엔 김정은 앞 탁자 위에 ‘전략군 화력타격계획’이란 제목이 붙은 지도까지 실렸다. 황해북도 황주군에서부터 동해상으로 두 줄의 탄도미사일 비행궤적이 그려져 있었다. 10일 쏜 탄도미사일의 사정거리가 500㎞임을 의도적으로 알린 셈이다.

군사적으로 민감한 이런 정보를 공개하는 건 이례적이다. 발사 지점과 탄착 지점엔 모자이크로 처리한 숫자들도 눈에 띄었다. 정부 당국자는 “이런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전략의 기본”이라며 “김정은 본인이 군사 실권을 틀어쥐고 있음을 실물로 과시하려는 의도 같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달라졌다. 연일 ‘날 좀 보소’ 행보를 하고 있다. 4차 핵실험(1월 6일)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2월 7일) 이후 뚜렷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 7일 한·미가 연합훈련을 시작한 뒤론 아예 동선이 군과 핵·미사일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3월 9일 핵무기 병기화 사업지도→3월 11일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 참관→인민군 탱크병 경기대회 참관 등이다.

1년 전엔 안 그랬다. 지난해 3월 2일.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을 개시한 날, 김정은 제447공군부대를 찾아 나무를 심었다. 식수 후 선글라스를 낀 군인들에 둘러싸여 환히 웃는 모습이 노동신문에 큼지막하게 실렸다.

지난해 키리졸브 연습에서부터 독수리 훈련까지 53일간의 동선을 중앙일보가 분석한 결과 공개 행보는 모두 21건이었는데, 그중 14개가 군과 무관했다. 어분사료공장(2015년 3월 24일)을 찾아 “비린내를 맡으니 머리가 맑아진다”고 말했고, 전국체육인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사진(3월 27일)을 찍는 등 민간행사가 대부분이었다. 군 관련 일정도 신도방어중대 시찰 등 공격보다는 방어에 무게를 뒀다.

김정은이 과감해지고 도발적으로 변한 건 전문가들에겐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고려대 남 교수는 “4차 핵실험까지 했는데도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자 실물을 보여주면 믿겠느냐는 식으로 나오는 것”이라며 “자기를 지켜보는 북한 권력층과 주민들 앞에서 우물쭈물하지 않고 자신이 틀어쥐고 강하게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는 일종의 ‘쇼오프’(show-off·과시) 전략”이라고 말했다. 5월로 예정된 36년 만의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자신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핵탄두를 공개하는 등 파격 행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그의 이런 모습은 은둔형 지도자였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서강대 김영수(정치외교학) 교수는 “동선 등 세부 사항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던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자기 패를 다 보여주면서라도 대내를 결집시키고 대외엔 불안감을 조성해야 할 필요를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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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북한의 위협 수위가 높아지고 빈번해질수록 대외적인 한계효용은 낮아지고 있다”며 “지켜보는 입장에선 너무 잦은 노출을 하다 보니 아무리 센 위협을 해도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정부에서도 대변인 수준의 반응만 보이고 있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11일 북한의 핵 위협을 두고 “세상 물정 모르는 경거망동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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