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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성철·법정…필묵으로 환생시킨 열네 분 큰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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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벽은 문이다
김호석 지음, 도서출판 선
236쪽, 2만3000원

“검은 먹 한 점으로 자연과 인간의 본질을 그리고자 노력해 왔다.” 화가 김호석(59)은 자신의 인생을 이 한마디에 담았다. “가장 조선적인 재료를 통해 현재를 말하고자 했다.” 현실이 화업(畵業)의 출발점임을 밝히고 있다. 그는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정신을 수묵 인물화로 드러내며 그들 삶의 의미를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만들어왔다.

『모든 벽은 문(門)이다』는 이 시대의 큰 스님 열네 분 진영(眞影)을 그린 제작 과정의 기록이다. 성철 스님(1912~93)부터 초의 스님(1786~1866)까지 시대의 등불이 된 대선사들을 필묵으로 환생시켰다. “그분이 어떤 생각을 해 왔는지 어떤 정신세계를 이루었는지” 그 경지를 작품 속에 드러냈다. 성철 스님의 상좌였던 원택 스님은 진영을 받아들고 “살아 계신 듯 형형한 눈빛으로 우리를 뚫어지게 쏘아보고 계신다”며 화가의 성취를 평가했다.

법정 스님(1932~2010)의 눈썹을 그리던 일화는 그가 얼마나 세심하고 치열하게 작업에 전념하는지 알 게 해준다. “법정 스님의 눈썹은 어린아이 머리털처럼 가늘고 부드러우면서 그 숫자가 매우 적었고 길이도 짧았다. (…) 붓에 먹을 묻히고 붓대를 아래로 한 채 붓끝을 혀로 빨아서 지체하지 않고 바로 선을 그어 눈썹을 하나하나 심듯이 그렸다. (…) ‘혀가 멍들었다’는 주변의 표현만큼 이를 고수해왔다.”(87쪽)

모든 벽은 왜 문인지, 화가는 그림으로 말한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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