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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칼럼] 쓸모없는 것들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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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동국대 영어통번역학과 4학년

신기한 사람을 보는 듯한 눈초리를 행인들에게서 느낀다. 학교 잔디밭에 앉아 있으면 종종 받는 눈빛이다. 나는 남는 시간이면 자연스레 책을 꺼내 고개를 처박고 읽는다. 요새는 날도 풀려 제법 운치가 있다. 그런데 두꺼운 양장본을 읽는 모습이 생각보다 눈에 띄나 보다. 이따금 고개를 들면 화들짝 시선을 피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관심은 도서관에서도 이어진다. 입사 시험이나 자격증 공부를 하는 친구들과 같이 열람실에 있다 보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너 그러다 취직 못한다?”는 말을 듣고, 쓸데없는 짓 말고 토익 공부나 다른 스펙을 좀 쌓으라는 구박도 받는다. 책 읽기는 도움이 안 된단다. 하지만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 4년간 독서모임을 했다. 그 안에는 무수히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함께 읽는 책에도, 책을 읽고 나누는 대화에도, 책으로 모인 사람들 속에도 가능성이 가득했다. 전기자동차의 미래를 논하는 사람, 니체의 철학을 찬미하는 사람, 인도에서 일하고 온 사람의 경험담까지 끝이 없었다. 그들은 책을 읽으며 살아온 바를 풀어냈고, 지금은 다들 자신의 업을 찾아 전념하고 있다. 전부 책을 읽다가 일어난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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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이제 취업의 대세는 과거와 다르게 스펙이 아니란다. 스토리가 핵심이다. 그렇지만 스토리 역시 스펙처럼 비용을 들여 구비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오히려 준비할 것이 늘어 힘들다고 한다. 그러나 의문이다. 독서모임에선 지천에 널린 것이 스토리다. 짧은 자기소개서에 채워 넣을 말이 없다는 것은 취준생들이 무척 단조로운 삶을 살아왔음을 알려 준다.

친구들과 대화해 보고 깨달았다. 내 또래들의 생활이 무미건조해진 이유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스펙만이 살길이라고 자기계발에 몰두해 온 건 쓸모없어질까 두려워서였다. 당장의 유용함만이 사회에서의 가치, 취직의 척도라고 생각해 온 탓이다. 덕분에 청년들은 전보다 기능적으로 우수해졌지만 동시에 지루한 인간이 되고 말았다. ‘부장인턴’이란 말이 생긴 이유가 여기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어딘가 쓸모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눈앞의 스펙만 쌓는다고 쓸모 있어지는 건 아니다. 음악·미술·독서는 당장에는 쓸모없는 일들이다. 그렇지만 쓸모가 정해지지 않아 즐겁고 사람들이 찾는다. 심지어 인정받는다. 길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청년들이여 쓸모없는 짓도 해 보자.

이상민 동국대 영어통번역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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