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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절벽에 맞닥뜨릴까…독일을 타산지석 삼아라

summary | 독일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하며 그 충격을 완화해왔다. 이민자를 적극 받아들였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렸으며, 제도와 작업환경을 고쳐 65세 이상 인력이 계속 산업현장에서 근무하도록 했다. 이런 대응을 고려할 때 독일은 향후에도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문제를 해소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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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공포가 세계 경제를 배회하고 있다. ‘인구 감소’라는 공포다. 인구가 감소하면 내수가 줄어 경제는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꼴이 된다고 비유한다. 인구위기론에서 단골로 거론되는 나라가 일본과 한국이다. 한국은 인구 감소의 썰물이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2018년에 좌초되고 말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인구위기론 극복의 시금석에 해당하는 나라가 독일이다. 독일은 지금까지 인구위기론을 무색하게 하며 성장해왔다. 독일은 앞으로도 인구구조 변화에 적응해나갈 수 있을까.

이민자 수용, 여성·고령자 경제활동 참여 늘려

인구 감소로 인해 경제가 위축되고 붕괴되기까지 한다는 주장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베이비붐 세대가 정점을 찍은 시기를 기점으로 장기적인 경기변동을 풀이한다. 경제예측가 해리 덴트가 책 [2018 인구절벽이 온다]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덴트는 출생인구가 최다를 기록한 해로부터 47년 이후 소비가 최고 수준에 도달하고 부동산시장은 그보다 5년가량 앞서 고점을 찍고 꺾이기 시작한다고 주장한다.

독일은 인구위기론 극복의 시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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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설명은 15~64세인 생산가능인구를 주요 변수로 본다. 일본 경제분석가 모타니 고스케(藻谷浩介)는 [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에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 취업자 수도 줄어들고 내수가 위축되며, 내수 위축은 다시 고용 감소와 인건비 절감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일본종합연구소의 연구원인 모타니는 “전후 일본을 축복해주던 ‘인구 보너스’가 1995년 이후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인구 오너스(onus·짐)’로 바뀌었다”고 표현했다.

한국은행 출신 기자 박종훈씨도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에서 한국 경제 또한 생산가능인구 감소라는 변수에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박씨는 생산가능인구의 전체 인구 대비 비중이 2012년 정점을 찍었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하락한다며 이에 따라 자산시장이 흔들리고 내구재 소비가 감소하면서 ‘생존의 시기’가 도래한다고 말한다.

둘 가운데 장기 경기변동의 동인으로 인구 정점을 지목하는 주장을 먼저 살펴보자. 덴트는 일본의 출생 인구는 1949년에 가장 많았고 이 인구가 47세가 된 1996년에 소비 수준이 최고조에 이르렀으며, 부동산시장은 그보다 5년가량 전인 1991년에 절정을 기록했다고 말한다. 일본에서 1949년은 1947~1949년 베이비붐 시기의 피크를 이뤘다. 일본의 베이비 부머들은 ‘단카이(團塊)세대’라고 불린다. 단카이는 ‘덩어리’를 뜻하며 인구분포도에서 이 연령층이 불쑥 튀어나온 덩어리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 말이 나왔다.

단카이세대는 성장기에는 교실 증축과 입시 붐을 몰고 왔고 가정을 이루면서 가정용 승용차 시대를 열었다. 이들은 40대인 1980년대 후반에는 주택 건설 붐을 일으켰다. 단카이세대는 50세에 가까워지면서 지출을 줄이게 된다. 그런데 이후 세대는 단카이세대에 비해 수가 훨씬 적어 단카이세대의 지출 감소분을 채워주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인구절벽이 나타났다. 이런 인구절벽이 부동산 가격 하락이나 거품 붕괴로, 내수 시장 위축으로 나타났다는 게 덴트의 주장이다. 덴트는 다음 차례는 한국이라고 말한다. 한국의 인구 정점은 일본보다 22년 뒤인 1971년으로, 이때 102만여 명이 태어났다. 그는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이 시기의 42년 뒤인 2013년에 정점을 기록했다고 주장하고, 그보다 4년 뒤인 2018년 이후에는 소비가 감소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 가설은 그럴싸하지만 현재 사례는 일본 밖에 없다. 일본 외에 인구 정점을 별 충격 없이 넘긴 나라가 있다면 덴트의 가설을 기각할 수 있다.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독일의 베이비붐은 1954~1969년에 걸쳐 16년 동안 진행됐고 인구 정점은 1964년에 나타났다. 베이비부머는 이 기간에 매년 110만 명 넘게 태어났고 1964년에는 약 140만 명이 출생했다. 덴트의 가설을 적용하면 독일 부동산시장은 2006년 정점에 오른 뒤 미끄러졌어야 한다. 그러나 독일 부동산 가격은 덴트의 예언을 비켜 상승해왔다. 독일의 주거용 부동산 지수는 2006년에 0.4% 올랐고 이후 2009년을 제외하고 2010년까지 0.9~2.6% 상승했다. 특히 2011년 이후엔 오름폭을 넓혀 5.9~7.4% 뛰었다.

일본 침체는 인구 감소 포함한 복합적 요인 탓
부동산시장이 잘 버텼더라도 독일 내수는 위축되고 경제성장률이 둔해지지 않았을까. 덴트의 공식에 대입하면 2011년이 그 분기점으로 나온다. 독일 경제는 2011년에 3.1% 성장한 뒤 이후 활력이 크게 떨어졌다. 그렇다면 독일은 인구절벽은 아니더라도 ‘인구 급경사’에 처한 것은 아닐까. 이 경우 독일 경제는 앞으로 인구 급경사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잠시 뒤로 미룬다. 이제 독일 경제를 앞에서 분류한 둘째 기준으로 검증해보자. 독일의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이미 1980년대 후반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최고 70%에 가까웠던 생산가능인구 비율은 현재 60% 중반으로 낮아졌다. 그러나 이 비율이 하락하는 동안에도 독일 경제는 부침을 거치면서도 장기적으로 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독일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하며 그 충격을 완화해왔다.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렸으며 제도와 작업환경을 고쳐 65세 이상 인력이 계속 산업 현장에서 근무하도록 했다. 이런 대응을 고려할 때 독일은 향후에도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문제를 해소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리아 등으로부터의 난민 유입은 독일에게 위기이지만 생산가능인구 충원과 경제활력 유지 측면에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여성 경제활동 참여도 제고는 일본 경제분석가 모타니가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해 내놓은 처방 가운데 하나다. 모타니의 이 처방은 자신의 주장과 상충한다. 그는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큰 파도라면 경기변동은 잔 물결이라고 비유했다. 생산 가능인구는 경기변동보다 제어하기 어려운 변수라는 말이다. 그러나 그는 책에서 생산가능인구 감소의 영향을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독일의 경우를 보면 그런 방안이 효과를 냈다. 생산가능인구의 변동은 경제에 강한 영향을 주는 변수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제어 가능한 요인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다른 측면으로 논의를 돌리면, 일본의 장기 침체를 인구라는 변수 하나로 설명하는 덴트와 모타니의 모형은 설명력이 떨어진다. 일본의 잃어버린 20여 년은 미국과의 통상 갈등과 이를 봉합하는 플라자 합의와 엔화 절상, 부동산 버블 형성, 그리고 버블 붕괴를 전후한 일본 정책당국의 대응 실패로 인해 복합적으로 빚어졌다는 게 정통적인 분석이다.

한국은 어찌 될 것인가. 일본의 전철을 밟을 공산은 크지 않다. 독일이 먼저 간 길을 따라갈 수 있다. 미래는 예정된 게 아니고 예고된 위기는 오지 않는다.

백우진 한화증권 편집위원 woojinb@hanwhaw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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