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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관리비, 내 돈이 샌다

전국 300가구 이상 아파트 5곳 중 한 곳은 회계 처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이 낸 관리비가 중간에서 새거나 자료가 누락되는 등 회계 부정 사례도 대거 적발됐다. 회계 처리 문제는 서울에선 아파트 네 곳 중 한 곳(27.6%)에 달한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은 국토교통부·경찰청·공인회계사회 등과 합동으로 공동주택 회계감사를 실시한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지난해 300가구 이상 아파트 9009곳 중 8319곳이 외부기관의 회계감사를 받았으며, 이 가운데 1610개 단지(19.4%)가 부적합 판정(외부감사인의 한정·부적정·의견거절)을 받았다.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 박순철 부단장은 “외부회계감사 대상인 상장기업의 회계 처리 부실 비율이 1%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부적합 판정 비율은 아파트 회계 처리의 투명성이 매우 취약하다는 의미”라며 “국민의 70%가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관리비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단지 중에선 현금흐름표를 작성하지 않아 현금 유·출입 파악이 곤란한 곳이 43.9%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에선 4년에 걸쳐 약 20억원이 부정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곳의 관리소장이 2011년부터 3년간 관리비 통장에서 3억7000만원을 자신의 개인 계좌로 이체했다가 적발됐다. 또 2억4000만원이 현금으로 인출되고 12억3000만원이 다른 계좌로 이체됐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당한 증빙자료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합동 부패척결단은 이번 회계감사와 별개로 문제가 된 아파트단지 429곳을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점검해 이 중 72%인 312개 단지에서 관리비 횡령과 공사계약 부조리 등 부정 사례 1255건을 적발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외부회계감사에서 문제점이 지적된 아파트는 관할 지자체가 감사에 착수하고, 특히 범죄 혐의가 있는 곳은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외부회계감사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지난해 처음 도입됐다. 300가구 이상 아파트는 공인회계사를 선임해 매년 10월 말까지 의무적으로 회계감사를 받게 돼 있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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