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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스타트업 100여 개…창업 학생 위한 ‘못자리’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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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창업 공간인 아이·스페이스에서 만난 한태식 동국대 총장은 “요즘 학생들에겐 인문학과 소프트웨어 지식을 모두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김상선 기자]


서울 남산 기슭에 위치한 동국대 서울 캠퍼스 내 공대 건물(원흥관) 2층엔 ‘아이·스페이스(i·SPACE)’라는 공간(330㎡ 규모)이 있다. 겉보기엔 카페 같다. 한태식(법명 보광) 총장은 이곳을 ‘창업 사랑방’이라고 소개했다.

한 총장은 “다양한 학문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학과의 경계를 넘나들어야 창업이 가능할 텐데 현재 대학의 공간 구조는 학과나 단과대별로 나뉘어 있다”며 “전공이 다른 학생들이 만나는 공간이 이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라는 논에 심을 모를 제공하는 못자리가 대학”이라며 “대학이 창업하려는 학생에게 훌륭한 못자리가 되려 한다”고 덧붙였다.
 
요즘 대학의 화두가 창업·취업인 것 같다.
“대학의 역할이 과거와 달라졌다. 과거엔 지성인을 기르는 것으로 끝났다. 이젠 지성인 양성은 기본이고, 사회에 나가 밥 먹고 살 수 있게 하는 것도 해야 한다. 등록금 내고 학교에 다녔는데 (생업이) 보장이 안 되면 어떻게 지성인으로서 살겠나.”
학생들의 창업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나.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창업선도대학에 선정된 이후 정부 지원, 학교 예산으로 돕고 있다. 창업 동아리가 34개 정도 있는데, 심사를 통해 공간도 주고 자금도 지원한다. 교수들도 지도한다. 100여 개가 넘는 ‘스타트업’을 캠퍼스에 유치해 교수, 학생과의 교류·협력을 돕고 있다.”

인문·사회·예술계도 SW 수강 필수
 
성과가 있나.
“‘인에이블’이라는 창업동아리가 있는데, 몸이 불편한 사람을 위해 문턱 같은 장애물을 넘을 수 있는 신개념 휠체어를 상품화했다. 공학·경영·디자인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이 뭉쳤다. 지난해 손떨림이 있는 사람도 쓸 수 있는 숟가락을 개발한 동아리가 있는데, 그들도 광고·건설·전자공학 등 전공이 다양했다.”
 
학생들은 이미 융·복합을 실천하 는 것 같다.
“그렇다. 안타깝게도 교수는 여전히 자신의 전공 벽을 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래서 교수 채용 단계에서 전공뿐 아니라 융·복합 역량도 보고 있다. 지난해 기계학과 교수 후보 중 한 명은 의료용 로봇 전문가였다. 다른 분도 훌륭했으나 그분을 임용했다. 의대가 있는 우리 학교에서 의공학을 발전시킬 인재로 판단했다.”

불교학자인 한 총장은 정보기술(IT) 관련 지식에 밝은 편이다. 국제전자불전협회(EBTI) 회장을 맡아 불교 경전의 디지털화를 추진한 경험 덕분이라고 했다. “전공과 무관하게 요즘 대학생이라면 인문학적 소양과 소프트웨어 지식을 겸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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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둘을 동시에 키울 수 있나.
“인문·사회·자연과학을 넘나드는 기초교양을 제공하는 거다. 우리는 ‘다르마(법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칼리지’라는 교양학부를 운영하고 있다. 신입생 전원이 고전 100권을 읽고 독후감을 쓴다. 올해부터 인문·사회·예술 계열 학생 누구나 소프트웨어 강의를 필수로 듣는다.”
불교대학으로서 인문학적 소양을 키울 콘텐트가 많겠다.
“신입생이면 누구나 일주일에 한 시간씩 명상 수업을 듣는다. 요즘 학생은 너무 많이 듣고, 보고, 배운다고 생각한다. 명상 수업에선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않는다. 다만 한 가지 주제만을 생각하게 한다. 대학 4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으로 꼽는 학생이 많다.”

일주일 한 시간 명상 수업 반응 좋아
 
대학을 어떤 방향으로 키우고 싶나.
“IT 특성화대학, 생명 존중의 바이오기술(BT)대학, 불교학을 중심으로 한 문화기술(CT)대학을 지향한다. BT 분야에서 약대(2011년 신설)는 벌써 지난해 제약회사에 신약 기술을 이전해 연간 20억원의 수입까지 얻었다. 앞으로 5년 이상 투자하면 BT에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소프트웨어전문대학·불교전문대학원도 설립할 계획이다. 또한 경찰행정학과를 경찰사법대학으로 확대했다. 경찰 간부 양성에 치우쳤던 교육과정을 산업보안, 범죄과학, 교정학으로 넓히는 거다. 내년에 신입생을 모집한다.”

학교를 키우려면 재정적으로 뒷받침이 되어야 할 텐데.
“등록금 수입으로는 예산의 60%도 충당하기 어렵다. 대학이 교통이 편리한 도심에 있어 평생교육원, 국제어학원, 최고위과정의 인기가 높아 수익이 크게 늘어났다. 학교를 설립했던 큰스님들이 풍수지리에 밝아 자리를 잘 잡았다.”

한 총장은 교수 생활 30년 중 16년간 보직을 맡았다. 그는 대외협력처장 당시 600억원의 기금을 모았다. 기금 덕에 학교는 빚을 내지 않고도 일산병원을 지었다. 한 총장은 “스님들을 찾아가 ‘평생 수행하다 불상 모시는 곳에서 치료 받고 입적해야 되지 않겠냐’고 말하니 선뜻 기부하더라”고 말했다.

경찰사법대학 내년 신입생 뽑아
 
대학을 경영하면서 느낀 어려움은 뭔가.
“아무래도 단기적인 성과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점이다. 요즘 대학은 새 건물을 얼마나 지었나, 외부 평가에서 몇 등을 했는가, 정부의 지원금을 얼마나 따냈나 같은 단기 성과를 놓고 경쟁한다.”
성과보다 더 중요한 건 무엇인가.
“내겐 화려한 건물보다 알찬 교육 환경이 먼저다. 평가는 중요하나 너무 연연하면 안 된다. 일본 교토대 기초물리연구소에선 노벨상 수상자가 6명 나왔다. 우주의 탄생을 연구한다는 연구소장에게 ‘결과가 언제 나오느냐’고 물으니 ‘100년 뒤 나올지 말지 모른다’고 답하더라. 우리도 이젠 논문 편수에 연연하지 않고 질 높은 연구를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 총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연구 실적 등 업적이 낮은 교수에게 연구년(1년간 안식년) 신청을 제한하고, 대학원생 지도 자격을 박탈하던 ‘네거티브식 시스템’을 폐지했다.
 
그런데도 교수협의회와 학내 갈등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교수협의회가 이사진 구성과 관련해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조계종단 쪽 이사진 인원 축소 등)를 하고 있다. 우리 대학의 근본은 불교이며, 110년 전 불교계의 모금으로 설립한 대학이다. 일심동행(一心同行)이라는 말이 있다. 이제 갈등을 털어내고 한마음으로 함께 나가려 한다.”


만난 사람=강홍준 사회1부장·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한태식 총장(보광 스님)=1951년 경북 경주 출신. 경주고를 다니던 고3 때 출가했다.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617~686년)가 머물던 분황사에서 수행했고, 80년대 일본 유학 시절 교토의 한 사찰 창고에 보관돼 있던 원효대사의 『유심안락도』 필사본을 입수해 박사학위(일본불교대학) 논문을 썼다. 그런 연유로 원효의 정토 사상을 연구했다. 현재 국가인권위 위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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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