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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구마몬’ 연 1조원 버는데, 서울 ‘해치’ 20만원도 못 벌어

서울시청 지하 1층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는 서울시 공식 캐릭터 ‘해치’를 이용해 만든 상품 10여 점이 진열돼 있다. 모두 재고품들이다. 생산은 5년 전에 중단됐다. 최근 2년간 이 캐릭터 상품의 판매액은 한 달 평균 약 1만5000원이다.

샛노란 얼굴·몸통에 주황색 주먹코. ‘서울의 수호신’이란 별칭을 갖고 태어난 캐릭터 ‘해치’는 개발과 홍보 비용으로 총 55억원 가량이 투입된 서울시의 야심작이었다. 하지만 현재 해치 활용은 서울시 회사 택시의 문짝에 붙이는 스티커 정도다.

해치 캐릭터는 ‘디자인 서울’을 표방한 오세훈 서울시장 때 만들어졌다. 특수 조직인 디자인총괄본부에서 기획했다. 2008년 20여 개 후보 동물을 놓고 시민 투표에 붙인 끝에 서울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선정됐다. ‘화재나 재앙을 물리치는 상상의 동물’이란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뒤 해치의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와 해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애니메이션이 제작됐다. 배지·엽서·손지갑 등 해치가 등장하는 상품 종류는 231개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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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구마모토(熊本)현의 구마몬 캐릭터 상품들(왼쪽)과 서울시청에 있는 ‘해치’ 인형. [사진 김나한 기자], [사진 경남일보]

하지만 2011년 박원순 시장이 당선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디자인총괄본부는 해체됐다. 관련 업무는 2012년 디자인정책과로, 지난해에 다시 도시브랜드담당관실로 넘어갔다. 해치 관련 예산은 더 이상 편성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치를 상품화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시장이 바뀌면서 흐지부지됐다”고 말했다. 현재 해치 상품화와 홍보는 전면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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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 꿩돌이(左), 대전시 한꿈이(右)

예산을 들여 만든 캐릭터가 무용지물이 된 사례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찾을 수 있다. 강원도 원주시가 2005년에 만든 ‘꿩돌이’도 그런 경우다. 이 캐릭터는 자신을 구해준 선비를 위해 머리로 종을 쳐 보은한 꿩 이야기인 ‘상원사 전설’에서 소재를 따왔다. 지금은 원주시에서 보기 힘들다. 원주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아 사용을 권장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잘 키운 캐릭터 하나가 도시 홍보의 일등공신이 되기도 하는 해외 사례와 대조적이다. ‘일본 구마모토(熊本)현의 홍보부장’이란 별칭을 가진 ‘구마몬’이 대표적이다. 구마몬은 2011년 지역 고속철도 개통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흑곰 캐릭터다.

구마모토현은 구마몬은 기자회견과 행사 등에 수시로 등장시켰다. 전국 식품점을 찾아다니며 구마몬 얼굴이 인쇄된 상품 포장도 제안했다. 지난해 구마몬 캐릭터를 활용해 만든 각종 기념품의 총 판매액은 1조원이다.
 
▶관련기사 ‘구마몬’ 한 해 1조원 벌었다

브랜드 컨설팅 업체인 브랜딩리드의 최낙원 대표는 “구마몬이 해치보다 디자인적으로 뛰어난 건 아니다. 전임자가 만든 캐릭터라 하더라도 무조건 폐기할 게 아니라 도시의 자산이란 생각으로 키워가려는 지자체장들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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