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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로 결제하면 김치 못 줘” 맛집 횡포, 도 넘었다

올해 초 서울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광주광역시 여행을 온 김모(31)씨는 첫날부터 기분을 망쳤다. 광주송정역 주변 맛집으로 소문난 곰탕 음식점에서 불쾌한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김씨의 곰탕 2인분 포장 요청에 종업원은 “공깃밥은 별도로 1000원씩 내야 한다”며 웃돈을 요구했다. 식당에서 먹으면 공깃밥을 주지만 포장해 갈 경우 그렇게 못해준다는 얘기였다.

말다툼을 하고 싶지 않았던 김씨는 결제를 위해 체크카드를 내밀었다가 결국 화를 내고 말았다. 종업원이 이번에는 “카드로 계산하면 김치를 줄 수 없다”고 해서다. 김씨는 “여행 시작부터 지역 먹거리와 인심에 대해 불쾌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맛집을 찾는 여행객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유명 식당들의 ‘갑질 횡포’가 도를 넘고 있다. 불친절한 서비스와 황당한 요구가 지속되면 명물 음식 특화거리나 지역의 이미지까지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지자체는 특별한 단속 방법이 없다며 팔짱만 끼고 있다.

유명 맛집의 갑질 유형은 현금 결제 요구부터 끼워팔기, 2인분 이상부터 판매까지 다양하다. 이중 현금 결제 요구는 가장 흔한 사례다. 길게는 1시간 이상 줄을 서 기다린 끝에 테이블에 앉은 손님에게 주문 전부터 현금 결제를 해 달라는 식이다.

국내·외 관광객들이 몰리는 제주 지역 일부 맛집들의 갑질은 상당한 수준이다. 갈치조림으로 유명한 제주 서귀포의 한 식당은 두 명이 가도 갈치조림 2인분을 팔지 않는다. 갈치조림 1인분에 꼭 고등어조림 1인분을 끼워판다. 메뉴판에는 각각 주문할 수 있는 것처럼 돼 있지만 손님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사전 예약 손님에게만 판매’로 유명한 서귀포시 모 김밥집은 2인분 이상만 판매한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2월 발표한 ‘관광 불편 신고’에 따르면 음식점 관련해 가장 많은 게 서비스 불량(27.3%)이었다. 부당요금 청구(21.3%), 비싼 가격(14.5%) 등이 뒤를 이었다.

광주시의 명물인 광산구의 ‘떡갈비거리’, 북구의 ‘오리탕거리’ 등 상인들은 일부 음식점의 갑질을 우려한다. 수십 년 간 공들여 쌓아 온 명성을 먹칠하기 때문이다. 오리탕거리 상인 강수현(52·여)씨는 “요즘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발달해 한 음식점이 불친절하면 거리 전체가 욕을 먹고, 고객 발길이 뚝 끊길 수 있어 서로 조심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는 음식점 서비스 문제는 단속할 마땅한 근거가 없고 계도 역시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맛·서비스 등을 평가해 맛집이나 모범 음식점을 선정하지만, 이 후 서비스 불량 등을 제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송재식 광주시 관광진흥과장은 “음식점의 불친절 사례를 모아 업주들을 상대로 친절 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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