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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인생 역전(逆轉)과 인생 역정(歷程)

복권 업체가 최근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절반이 넘는 56.5%가 최근 1년 내에 복권을 산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또 ‘복권이 있어 좋으냐’는 질문에는 68.1%가 ‘그렇다’고 말해 복권이 인생 역전의 달콤한 꿈으로 서민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생 역전’은 시판 당시 로또의 슬로건이었고 이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 ‘인생 역전’이란 말이 어느덧 익숙하게 자리 잡아 ‘역정’을 써야 할 자리에도 ‘역전’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작가가 걸어온 인생 역전/역정을 살펴보면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 쉽다” “푼돈을 받는 월급쟁이로 평생 살 바엔 도박으로 큰돈을 벌어 ‘금수저’로 인생 역전/역정을 하고 싶다” 등처럼 ‘역전’과 ‘역정’을 혼동해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역전’과 ‘역정’은 발음만 비슷할 뿐 의미가 다르다. ‘역전(逆轉)’은 ‘거스를 역(逆)’과 ‘구를 전(轉)’이 만나 형세가 뒤집히거나 형세를 뒤집는 것을 의미한다. “‘흙수저’에서 벗어나 인생 역전의 기회를 잡으려 매주 로또를 산다” 등처럼 쓸 수 있다.

‘역정(歷程)’은 ‘지날 역(歷)’과 ‘길 정(程)’이 만나 지금까지 지나온 경로, 즉 걸어온 발자취를 뜻한다. 따라서 “복잡한 인생 역정을 거쳐 왔지만 그는 평범한 삶을 원했다” 등과 같이 써야 바르다.

복권으로 인생 역전을 이룰 확률은 번개에 맞을 확률보다 낮다고 한다. 진정한 인생 역전은 자기 인생 역정의 순간순간을 꿋꿋이 잘 헤쳐 나온 사람에게 찾아오지 않을까.

김현정 기자 nom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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