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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완벽한 투수' 있을까?…"모든 구종 다 잘 던지는 투수 세상에 없어"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9·LA 다저스)의 장점은 다양한 구종을 모두 '수준급 이상'으로 던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구종을 '완벽하게' 던지는 투수는 없을까. 중앙일보가 세이버매트릭스(야구를 통계학·수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론)의 힘을 빌려 '가장 완벽한 투수'를 상상해봤다. 구종 가치를 따진 뒤 왼손과 오른손잡이로 나눠 가장 이상적인 두 명의 투수를 만들었다. 구종가치는 투수가 특정 구종 덕분에 한 시즌 동안 얼마나 실점을 줄였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 겨울 SK에서 한화로 이적한 왼손투수 정우람(31)의 빠른 공 평균 구속은 시속 138㎞다. 전력피칭을 하는 구원투수의 직구로는 느린 편이다. 그러나 정우람의 직구 구종가치는 29.0이나 된다. 직구 덕분에 KBO리그 평균의 투수보다 29점을 덜 줬다는 뜻이다. 시속 150㎞ 안팎의 스피드를 자랑하는 양현종(KIA·11.1)이나 김광현(SK·4.1)의 빠른 공보다 정우람의 직구가 더욱 효과적이었다. 정우람은 "직구가 좋아야 변화구도 통한다"고 말했다.

비결은 '릴리스 포인트'에 있다. 정우람은 온몸을 앞으로 끌고와 공을 던진다. 타자 입장에서는 다른 투수들보다 정우람이 가까운 곳에서 던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수십㎝ 정도 차이지만 타자가 느끼는 압박감은 무척 크다. 게다가 정우람은 자유자재로 몸쪽과 바깥쪽으로 직구를 꽂아넣어 구종 가치를 높였다.

두산 왼손투수 유희관의 직구 스피드는 정우람의 공보다 느리다. 그러나 정확한 제구 덕분에 유희관의 직구 구종가치는 정우람·양현종에 이어 3위(9.2)에 올랐다. 그런데 그의 진짜 무기는 싱커(1위·구종가치 8.5)다. 왼손투수의 싱커는 직구와 비슷하게 날아가다 오른쪽타자의 바깥쪽으로 살짝 가라앉는다. 유희관은 느린 싱커와 더 느린 싱커를 섞어 던진다. 유희관은 원래 오른손타자에게만 싱커를 던지다가 지난해부터는 왼손타자에게도 싱커를 섞고 있다. 그는 "좌타자에게 싱커를 던지면 몸 맞는 공이 나올수 있어서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이제는 (싱커 제구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슬라이더(20.6)와 체인지업(10.7) 구종가치 1위는 양현종이다. 빠른 공과 슬라이더에 의존하는 투 피치 투수였던 양현종은 2~3년전부터 체인지업도 보강했다. 구종 구사율을 보면 여전히 슬라이더(20.6%)가 체인지업(12.8%)보다 높다. 그러나 최근 2~3년 동안 체인지업도 리그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결론적으로 정우람의 빠른 공과, 유희관의 싱커, 양현종의 슬라이더·체인지업을 합친다면 가장 이상적인 투수가 될 수 있다.

최강의 오른손 투수는 롯데 외국인투수 린드블럼(29), kt 조무근(25), NC 스튜어트(30)의 조합이다. 지난해 평균 시속 146.6㎞를 기록한 린드블럼의 직구 구종 가치는 23.0이었다. 평균 150.9㎞로 KBO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진 LG 소사의 직구 가치는 7.7에 불과했다. 소사는 직구 의존도가 큰 데 반해 린드블럼은 투심 패스트볼과 컷패스트볼 등의 '변형 직구'를 섞기 때문이다.

선동열(53) 전 KIA 감독은 현역 시절 직구와 슬라이더, 두 가지 공으로 한·일 무대를 평정했다. 선 감독이 인정한 현역 최고의 슬라이더 투수가 조무근이다. 조무근의 슬라이더 구종가치는 13.0으로 좌·우투수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지난해 프리미어 12 투수코치를 맡았던 선 감독은 "조무근의 슬라이더는 체인지업이나 포크볼처럼 크게 떨어진다. 1m98㎝의 장신을 활용한 피칭이어서 더욱 위력적"이라고 했다. 스튜어트의 싱커(구종가치 5.5)는 오른손 투수 중에서 가장 뛰어났다. 두산 민병헌은 "스튜어트가 던진 공은 똑바로 오는 게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송진우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모든 구종을 다 잘 던지는 투수는 세상에 없다. 그런 투수가 있다면 나도 한 번 보고 싶다"며 "요즘 주목을 받는 일본의 오타니 쇼헤이(니혼햄)도 직구·슬라이더·스플리터를 잘 던지지만 투심패스트볼은 던지지 못한다. 자신있는 공을 많이 던지다 보면 상대적으로 덜 던지는 공의 위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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