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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앞으론 의사 면허 뺏는다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 원장 김모(53)씨는 2008년부터 환자를 진료할 때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해 오다 지난해 12월 적발됐다. 교통사고 후유증을 앓던 김씨는 간호조무사인 부인에게 진료를 대신 보게 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이 병원을 찾았던 환자 중 97명이 C형 간염에 집단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김씨는 105일의 면허정지 처분만 받았다.

비만 수술을 받고 사망한 고(故) 신해철씨의 집도의 강모(44)씨는 의료 과실로 신씨를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은 채 다른 병원으로 옮겨 똑같은 수술을 계속했고, 급기야 지난해 11월 강씨에게 수술을 받은 외국인 환자가 또다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강남의 한 건강검진센터 의사 양모(58)씨는 수면내시경 검사 도중 잠든 여성 환자들을 성추행해 오다 구속됐다. 하지만 양씨도 현행법상 여전히 의사 면허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하거나 진료 중 환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의사는 면허취소 처분을 받게 된다. 또 의료사고 등으로 환자에 위해를 끼칠 중대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진료를 금지하는 자격정지명령 제도가 신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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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9일 이 같은 내용의 ‘의료인 면허관리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는 허술한 면허 관리 체계와 솜방망이 처벌이 의료인들의 부적절한 진료 행위를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김강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다나의원 사건처럼 환자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에 대해서는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혼자 거동하기 힘들어 장기요양보험을 이용하고 있는 의사 중 병원에서 진료 행위를 계속하고 있는 경우도 면허취소 대상에 포함된다. 장기요양보험은 노인성 질환으로 6개월 이상 자기 힘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간호·보호·목욕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건강보험공단 심사를 거쳐 장기요양보험 등급(1~5등급)을 인정받아야 이용할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 분석 결과 장기요양등급을 받고도 진료를 계속하는 의사가 22명이나 됐다”며 “이달 중 정밀 현지조사를 벌여 진료 행위가 현격히 어려운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면허를 취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도덕적 진료 행위를 하는 의료인에게 최대 1년간 자격을 정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의학적 타당성 없이 의약품으로 허가받지 않은 주사제를 환자에게 투약하거나 ▶자신이 마약·향정신성 의약품을 투여한 상태에서 진료하거나 ▶환자에게 향정신성 의약품을 고의로 과다 투여한 경우 등이 비도덕적인 진료 행위에 포함된다. 기존엔 의료인이 이러한 행위를 하다 적발돼도 최대 1개월의 자격정지 처분만 받았다.
 
▶관련기사 “주사기 재사용 병원 또 가야할 판…의료기관·보건당국 어떻게 믿나”

의료사고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의료인에겐 확정 판결 전에도 자격정지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의료인이 진료를 계속하게 놔두면 환자에게 중대한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이럴 경우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3개월까지 자격을 정지할 수 있다. 의사 면허관리제도도 개편된다. 지금은 한번 의사 면허를 취득하면 3년마다 취업했는지, 보수교육을 받았는지 신고하면 평생 면허가 유지됐다.

복지부는 면허 신고를 받을 때에도 진료에 영향을 미칠 만한 신체적·정신적 질환은 없는지 살필 계획이다. 지역 의사회를 주축으로 ‘동료평가제’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건강 등의 문제로 진료가 어렵거나 2년 이상 보수교육을 받지 않은 의사가 대상이다. 문제가 발견될 경우 심의를 거쳐 복지부 장관에게 자격정지 처분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의사 개인의 자발적인 신고나 내부자 고발에만 의존한 것으로 ‘제2의 다나의원 사건’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처벌 강화 외엔 달라진 게 없다”며 “의료사고 정보를 적극 공개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일학 연세대 의대 교수는 “동료 평가도 객관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자칫 보여주기식 대책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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