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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대신 합창에 빠져 “삶의 조각 다시 맞췄죠”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부산센터에서 3년4개월째 도박중독 치료를 받고 있는 박모(61)씨. 그는 주식·경륜·경정에 손대면서 15년간 수십억원을 잃었다. 퇴직금 등 모아놨던 돈을 모두 날렸고 서울에 있던 집도 팔아야 했다. 그는 “빚이 늘어 갈 때에도 ‘한 방’ 생각에 도박을 멈출 수 없었다. 재산도 날리고 인간관계도 엉망이 됐다”고 과거를 회고했다.

요즘 박씨는 도박 대신 ‘합창’에 빠져 있다. 지난 3일 오후 6시30분 부산센터 교육실에서 박씨는 가곡 ‘얼굴’, 가요 ‘꽃집의 아가씨’ 등을 연달아 단원들과 합창했다. 얼굴 가득 미소를 지은 박씨는 “노래를 하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도박중독 치료에 합창이 제일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부산센터는 2014년 3월부터 도박중독 치료자와 가족 등으로 구성된 ‘희망 디딤돌 합창단’을 운영하고 있다. 20~60대 20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은 매주 목요일 오후 1시간씩 연습한다. 최이순 부산센터장은 “도박중독 치료에는 다른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대안활동이 필수적인데 합창만큼 좋은 활동이 없다”고 창단 배경을 설명했다.

성악을 전공한 최윤성(40·여)씨를 지휘자로 초빙하고 11명의 단원을 모았지만 창단 초기엔 연습 참여율이 낮았다. 도박으로 큰 좌절을 맛봐 자신감이 결여된 단원들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4년 12월 서울센터 초청으로 첫 공연을 준비하면서 분위기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새로운 목표가 생긴 단원들은 2개월간 주말 연습도 마다하지 않았다. 공연을 마친 뒤 단원들은 “성취감에 온몸이 짜릿하다”며 좋아했다. 박씨는 “도박으로 깨졌던 내 삶의 조각이 합창을 하면서 다시 맞춰지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충남에서 20년간 지방 공무원으로 일한 A씨(45)는 4년 전 도박 빚을 갚기 위해 명예퇴직했다. 당시 A씨는 10년간 스포츠토토에 매달려 6억원을 날리고 가정도 파탄 났다. 한 달에 갚아야 할 사채 이자가 1200만원이었던 적도 있다. 그는 “도박에 빠지면 가족도 일도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2년6개월간 건설 현장 노동자로 일하던 A씨는 지난해 3월부터 대전센터에서 ‘회복자 인턴 1호’로 재취업했다. 도박중독자 치료 상담가를 꿈꾸는 그는 “도박은 절대 이길 수 없는 게임인데 도박으로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허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경고했다.

전영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치유재활부장은 “도박중독은 지속적인 치료만이 해답”이라며 “도박중독 예방에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박진호·최종권·유명한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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