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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성장 절벽’ 한국, 신성장동력이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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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
경제부문 기자

일본 정보기술(IT)·투자 회사인 소프트뱅크는 “돈 나는 곳에 소프트뱅크 있다”는 얘기를 듣는 곳이다. 그런 소프트뱅크가 지난해 6월 ‘페퍼(Pepper)’란 이름의 서비스 로봇을 출시했다. 인공지능(AI)을 탑재한 페퍼는 간단한 대화부터 게임, 책 읽어 주기, 춤추기, 사진 촬영 같은 200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 대 가격은 200만원. 개발비가 판매가보다 비싸 팔 때마다 손해다.

소프트뱅크 관계자는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로봇을 만드는 데 우리의 미래가 달렸다. 그 목표를 이루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를 보고 투자하니 당장의 손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중앙일보와 한국공학한림원·맥킨지는 로봇을 비롯해 드론(무인항공기)·자율주행차·바이오·사물인터넷(IoT)·고부가섬유·AI·차세대디스플레이·포스트실리콘·핵융합을 대한민국의 10대 신성장동력으로 꼽았다. 지난 1월 11일부터 10회에 걸쳐 국내외에 이들 산업에 대한 투자 현황과 과제, 대안을 심층 보도한 건 이들 신성장동력이 ‘성장 절벽’을 맞은 한국 경제의 돌파구라고 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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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해외 기업은 저마다 미래를 내다본 신성장동력 투자에 한창이었다. 자율주행차를 핵심 동력 중 하나로 선정한 구글은 미국 마운틴뷰 본사 주변 도로에서 매일 자율주행차 수십 대를 굴리며 자료를 수집한다. 자율주행차로 운행한 거리만 330만㎞다.

글로벌 제약 1위 기업인 스위스 노바티스는 지난해 11조1470억원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부었다. 같은 기간 국내 ‘톱10’ 제약사 투자액(6720억원)의 16배를 웃돈다.

‘휴보(로봇) 아빠’로 유명한 오준호 KAIST 교수의 지적이 뼈아프게 들렸다.

“한국에선 로봇 같은 신성장동력에 대한 투자가 ‘당장 돈이 안 된다’며 머뭇거리는 회사가 많습니다. 투자 필요성에 공감하는 고위 임원마저 ‘오너의 결단’ 운운하며 눈치만 보고요. 정부는 ‘돈이 안 되면 연구비를 줄 수 없다’며 발을 빼거나 오히려 규제카드를 만지작거리기도 합니다.”

한국 기업은 간발의 차로 ‘퍼스트 무버(first mover·최초 선도자)’가 되지 못하고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에 머물러 왔다. 차이를 가른 건 미래 신성장동력에 대한 과감한 투자다. 머뭇거리기엔 시간이 많지 않다. 우리는 왜 퍼스트 무버가 되지 못했냐고 낙담할 필요도 없다. 기업은 ‘기업가 정신’의 DNA로 신성장동력에 과감히 투자하고, 정부는 규제를 풀고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눌렀다는 사실을 화제성 뉴스로 넘겨선 안 된다.

김기환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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