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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0310@2016에 부치는 e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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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이틀 전 신문에 실린 작은 부음 기사가 눈에 확 들어왔다. ‘e메일의 아버지’로 불리는 레이먼드 톰린슨의 타계를 알렸다. 톰린슨, 생소한 이름이다. 그보다 먼저 띈 건 ‘앳(@)’ 기호였다. 시쳇말로 골뱅이, 하루에도 수없이 마주치는 @에 시선이 멈췄다. 집 주소에 앞서 e메일 주소를 주고받는 요즘, @은 정보사회를 지배하는 아이콘이 됐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은 2000년 이 기호를 건축·디자인 컬렉션에 포함시키며 ‘컴퓨터 시대를 정의하는 심벌’이라고 평했다. 카카오톡·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가 대세지만 우리는 아직도 중요한 업무는 e메일로 처리하고 있다.

e메일은 1971년 태어났다. 아파넷(미 국방부가 구축한 인터넷의 모체) 개발사에 들어간 톰린슨이 고안했다. 서로 떨어진 컴퓨터에 소식을 남기는 프로토콜(규칙)을 완성했다. 그전의 전자우편은 컴퓨터 한 대에 설치한 편지함을 공유하는 형식이었다. 기호 @은 여러 컴퓨터와 사용자를 구분하는 데 요긴했다. 사람들이 로그인 아이디에 @을 쓰지 않아 변별력이 컸다. 20세기 커뮤니케이션 혁명이라 불리는 e메일의 탄생이다.

톰린슨은 자율형 인간이다. e메일을 스스로 개발했다. 회사가 시킨 일이 아니다. 전화를 잘 받지 않는 동료들과 대화하려는 게 시작이었다. 그의 예전 인터뷰를 들춰보니 “근사한 아이디어(neat idea)로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거의 방치됐던) @을 컴퓨터 키보드에서 제거하려고 했는데 내가 그 사인을 구해낸 셈”이라고도 했다.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는 없다”처럼 들린다면 꿈보다 해몽일까. 만사가 그물처럼 얽힌 온라인 시대, 지구촌 누구와도 소통하는 e메일의 철학쯤 된다.

정확히 140년 전 오늘, 그레이엄 벨은 최초로 전화 통화에 성공했다. 그때 조수였던 왓슨에게 한 말 “나는 자네가 필요해”가 전설처럼 내려온다. 톰린슨에게는 이런 행운이 없었다. 45년 전 e메일은 남아 있지 않다. 그조차 “기억 못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근사한 아이디어’가 바래지는 않을 터.

2016년 3월 10일, 평소 서먹했던 가족에게, 친구에게 ‘근사한 편지’ 한 통 띄워 보자.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니까, 또 삶에는 바둑처럼 승패가 없으니까. 톰린슨은 이런 말도 남겼다. “스팸 메일도 불가피하다는 게 내 철학이다. 널리 e메일을 쓴다는 증거 아닌가.” 총선과 남북 대치 정국, 억센 말이 쏟아지는 요즘 작은 위로가 된다.

박정호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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