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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관전평] "어느 정도 예측했는데…이세돌이 질 것 상상 못했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첫 대국에 대한 관전평을 각계 전문가에게 물었다. '알파고의 승리'에 이은 허탈함을 어떻게 봐야 할지, 프로 9단이 보는 '이세돌의 표정'은 어떤지, 구도와 예술로서 바둑에 대한 의미 등을 짚어본다.

▶박치문 한국기원 상근부총재
깜짝 놀랐다 어느 정도 예측을 하기는 햇는데 구글 쪽의 알파고가 상당한 실력 갖춘 건 우리가 알고 있었는데 그러나 이세돌 질 것 상상 못했다

이세돌이 우리 생각에 비해 훨씬 못 뒀다 그 정도 실수가 나오면 완벽하게 승리 쟁취하는 모습이 놀랍다. 그 정도의 실수라고 하더라도 보통은 못 이기는데 알파고 이기는 거 보고 놀랐다

마지막 종반 전에 이세돌 좀 앞섰는데 우하쪽에서 이세돌이 치명적으로 실수를 했다. 우하쪽에서…

그래서 알파고가 상당한 수준에 온 건 사실이지만 오늘 대국만 봐서는 도저히 이세돌이 진다 이긴다 할 수 없고 나는 그래도 이세돌 쪽에 부가 있다고 보는데 오늘 바둑에서 이세돌이 워낙 초반에 무리 불리해졌고 알파고가 이상한 수를 둬서 우세를 잡았다고 느끼는 순간 그냥 어떻게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바둑을 두는데 방심의 수를 둬서 알파고에게 크게 당해서 우하귀에서 집을 다 내줬는데 소득은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결정내고 나서는 졌다 순식간에.
이세돌이 시간도 충분한데 왜 그런 최악의 코스 선택했을까 어떻게 그런 최악의 코스를 선택할 수 있었나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는 거야. 지금.

-평소 같으면 우하귀 그런 실수는 안 하는 거죠 이세돌이

글쎄 그건 말이 안 되는 것. 본인이 충분히 실리를 차지할 기회 얼마든지 있었는데 그걸 다 내줬거든, 내주고서 상대가 선수를 잡고 우상쪽의 세 점까지 잡아갔다 이 과정이 이세돌이 굉장히 실수. 그 대목이 이해 안 가서 이 바둑이 알파고의 실력의 확실하게, 알파고가 이긴다 진다 이렇게 말할 수 없고 어떻게 보면 알파고의 실력도 상당하다 인간 고수의 수준이다 그렇게 느꼈고, 그 점이 굉장히 충격적인 거고 단지 실력을 인정하고 승부만을 논할 때 이제는 승부가 만만치 않다 이세돌도 잘둬야 이긴다 오늘처럼 실수하면 진다, 오늘 아마 계산하면 3집 반 네 집 반 졌을 거다.

반면으로는 이겼지…. 덤을 낼 수 가 없어서 던졌는데 우하쪽에서 하두 허망한 실수 해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지 참 어려운 대목이다

-이세돌도 실수를 아차 느꼈을까.

이세돌은 처음부터 위협을 느꼈다고 봐야 한다 처음에 이세돌이 약간 무리를 했는데 상대가 정확하게 거의 싸움을 해왔다 이 정도면 거의 방심해서는 안 되는데 좌하귀 절충에서 알파고가 뭔가 싱겁게 바둑을 두더라 그 과정에서 이세돌이 굉장히 방심한 것 같다 이거 끝났다 그래서 상당히 바둑을 빨리 뛌고 우하쪽에서 마지막 거기 끝나야 다 끝나는 장면인데 거기서 결정적인 판단착오를 일으켜서 실리를 다 내준 것이 오늘의 패인인데 내주는 과정이 뭐 어려워서 그렇다면 알파고의 승리다 인정하겟는데 어떻게 보면 쉬운 대목을 하도 허망하게 둬버리니까 이게 도대체 이세돌의 실력인지 오늘 컨디션이 너무 나빠 벌어진 일인지 모르겠다는 것. 져서 맥이 풀리고 알파고 워낙 실력 훌륭해서 놀란 측면 있고, 그렇다고 해서 이걸로 앞날의 승부를 단언할 수는 없고 이세돌이 오늘 저녁에라도 컨디션을 회복해서 평소 페이스 유지한다면 아직 알파고를 이길 수 있다

바둑 두는 거 보니까 영 실수가 많고, 우리가 볼 때는. 컨디션 안 좋았다 막판 알파고 하는 짓 보면 좀 더 상대를 혼내줄 수 있는데도 차분하게 바둑을 두는 거, 이게 완전히 이기는 쪽으로 프로그래밍돼 있구나 하는 것은 확실히 느끼겠더라

어차피 승리를 한다면 절대 더 이상 무리하지 않는. 그런 스타일. 그런 점에서는 이세돌 우하쪽 실수, 시간이 충분해서 좀 더 신중하게 전부 계산하고 옳바른 선택을 해야 했는데 그렇게 중요한 순간에 굉장히 빨리 두고 이런 것이 컨디션 나쁠 때 벌어지는 일이거든.

그래서 아쉬웠다 시간도 많이 남았는데 더구나 그 장면 우하 장면이 너무 중요하고 사실 그렇게 잘 뒀더라면 인간의 판단으로는 이세돌이 이겼다 보는 건데 모르지 알파고는 어떻게 생각할지 인간처럼 생각해 항변 한다면 무슨 얘기를 할지 모르지

알파고 스타일 원래 밋밋. 창의 떠나서 과거 수 많은 기보 중 내가 이 수를 뒀을 때 승률 가장 높이는 수 찾아가는 것. 그러니까 밋밋한 수를 많이 두고 지난번 판후이 바둑도 굉장히 덤덤하게 둔다 바둑 자체를. 그러다 상대가 싸움을 세게 걸어오거나 무리를 하거나 하면 정확하게 응수를 한다 바둑 전체에서 자기가 굉장히 창의적 화려한 수는 없고 아주 평이하게. 커제 바둑도 그렇다 밋밋

가령 이창호 전성기 바둑도 밋밋. 그런 측면 계산에 능한 바둑들의 특징.

-우변의 침투

102가 사실은 날카로운 수다. 그게 함축적인 의미가 있어서 컴에 놀라는 측면도 담겨 있는데. 아주 미묘한 뉘앙스 내포하고 있다 우하 바로 두지 않고. 사실 거기는 큰 데는 아니다 그러나 응수하지 않을 수 없는데 우하 결정 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기를 들어오니까 이세돌도 응수가 상당히 어려웠던 것. 미묘한 차이에서 그럴 이용해서 약간의 이득을 챙긴 것. 그런 대목이 상당히 놀라웠다

-지난해 판후이 대국 이후 변화 느껴지나….

당시와 많이 차이가 난다. 알파고 실력이 늘고는 있지만 계속 늘면 말하자면 신의 영역으로 가는거지 인간의 영역은 아닌 건데 우리는 어느 선에서 멈춘다고 보고, 어디에서 멈출 것이냐 진행이. 인간 천재들의 영역에는 못 미친다 확신을 하고 잇엇는데 오늘 이세돌이 솔직히 이길 수 있는 바둑이라고 보고, 실수도 잇엇고, 물론 상대로 실수로 나빠지긴 했지만, 상대는 프로그램, 그러기 때문에 이세돌이 몇 번의 실수 안 하고 페이스 유지했더라면 이길 수 있었다는 아쉬움은 있고, 다만 그 정도 실력 격차 좁혀졌구나 하는 것에 대해서는 충격적이고. 지금은 아닌 것 같고. 앞으로는 인간이 안 될 수 있겠구나 하는 두려움은 있다 나는 알파고가 오늘 보여준 실력이 전부라면 이세돌이 이길 거다. 만약 알파고가 다른 버전 있다니까 모르겠다 이게 알파고 전부가 아니고 다른 버전 있데요.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머리로는 알파고의 승리를 예견했지만, 가슴으로는 너무 큰 충격이다. 이세돌 9단의 팬으로서 버텨주길 바랬다. ‘아직은 자연지능에게 인공지능은 안 돼’라는 기대가 있었다. 나는 줄곧 알파고의 5대0 승리를 예견했다. 모든 언론인터뷰에서 알파고가 다섯 판 모두 이긴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계산’이 ‘직관’보다 앞서기 때문이다. ‘직관’은 ‘계산’을 이길 수가 없다. ‘직관’이 이길 때는 계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뿐이다.

대국 전에 사람들이 ‘알파고의 패배’를 예상할 때 알파고 측에서 한 말이 있다. “저들은 프로그래머가 아니야. 저들은 수학자가 아니야.” 나는 이 말을 ‘수학적으로 이미 계산이 끝났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나는 이세돌 9단이 이번 대국에서 한 경기만 이겨도 ‘승리’라고 본다. 한 경기라도 이긴다면 정말 천재이고, 두 경기를 이긴다면 인류의 승리다. 인공지능에 대한 자연지능의 승리다.

그렇다고 인공지능의 발달을 두려워할 까닭은 없다. 기술의 발달은 가치중립적이다.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다. 컴퓨터가 처음 나왔을 때도 일자리를 빼앗길까봐 겁을 내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은 잘 활용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을 어떡하면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용할까. 그게 숙제로 남을 뿐이다.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프로바둑 기사 유창혁 9단=알파고가 생각보다 너무 잘 뒀다. 일단 초반에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얕봤다기보다는 뭔가 테스트하기 위해서 새로운 시도를 여러 번 했다. 그런데 알파고가 너무 잘 받아쳐서 중반까지 이세돌 9단이 불리했다. 중반 이후에는 알파고가 그간 보여줬던 것과 다르게 어이없는 실수를 여러 번 했는데 이세돌 9단도 실수를 했다. 알파고의 실력도 대단했지만, 이세돌 9단이 평소보다 너무 긴장을 해서 그런지 안 좋은 내용의 바둑을 뒀다. 이세돌 9단이 맞는가 할 정도였다. 알기 쉬운 실수도 많았고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았다. 알파고도 실수가 있다는 걸 파악했으니, 내일은 그걸 잘 활용하면 좋은 내용의 바둑을 둘 것 같다. 이 9단이 여러가지 중압감을 평소에는 핸들 잘한다. 이번에는 중압감도 컸고 대국 표정을 보니 충격을 받은 것 같다. 빨리 잊을수록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오늘 대국을 통한 알파고 문제점을 파악해서 극복하면 내일은 괜찮을 거 같다.

▶소설가 성석제=사실 이세돌의 기풍은 돌발적인 데가 있다. 사람끼리 둔다면 한 판의 대국은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이고, 둘 다 무아지경에서도 두어갈 수 있다. 그런데 이건 기계다. 계속해서 그걸 의식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기사 스스로 내부적 균열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사람은 전기 배선으로 이뤄진 존재가 아니잖나.

사람은 감정으로 움직인다. 사람이 기계에 졌다기보다는 스스로 무너진 것이라고 본다. 실력 면에서는 아무리 기계가 우수하다 해도 인간을 절대로 능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옛 바둑 격언에 ‘반전무인(盤前無人)’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상대가 강하더라도 앞에 사람이 없는 것처럼 승부에 초연하게 바둑을 두라는 이야기다. 이번 대국은 정말로, 그것도 인위적으로 앞의 상대가 없어진 반전무인 상황 아닌가. 그런 상황이 오히려 문제가 된 것 같다.

사람끼리의 대국은 명국을 지향한다. 인간은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 바둑을 두며 무아지경에서 사소한 실수까지 주고 받으면서도 결국 명국을 지향한다. 그런 동반자 의식 같은 게 있다. 그럴 때 바둑은 구도자적이고 예술적인 것이 된다. 승부와 상관 없는 상태, 그런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상대가 기계가 되면 그런 명국을 향한 의욕은 사그러든다. 남은 거라고는 승부 밖에 없는, 형해만 남은 상황이 된다. 그런데서 이세돌 기사가 뭔가 좀 헛다리를 짚는 기분 같은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건 실력 외적인 부분인데, 그것 때문에 무너진 것 같다.

이번 패배를 보며, 뭔가 드라마가 준비돼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대단한 드라마가 생겨나지 않을까. 그게 뭔지는 넘겨짚지 마라.

▶김태우 교육 소셜플랫폼 클래스팅 연구원= 진행이 생각보다 빨랐다. 이세돌 9단이 초반부터 전투를 유도했다.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의 변칙적인 포석에도 바로 강수를 뒀다. 돌의 흐름으로 치자면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 초반에는 알파고가 사람처럼 정수만 두고, 이세돌 9단이 비틀어서 뒀다. 중반에 가서 알파고가 좀 느슨하게 두고 흑이 판을 주도하는 느낌이었다.

알파고가 중반 두차례 악수로 불리하다고 느끼는지 사람처럼 흔들기도 해서 인상적이었다. 인공지능이 승부수를 둘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초반 우변에서 이세돌 9단이 너무 당해서 형세가 만만치 않았다. 피 말리는 끝내기 승부가 예상됐고, 결국 이세돌 9단이 졌다. 초반에 이세돌 9단이 너무 시험적인 수를 뒀던 게 아쉽고, 중반에 유리해졌을 때 너무 쉽게 처리해서 역전당한 게 아쉽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세계 최강 컴퓨터라 해도 프로 기사들한테 3점은 놨어야 했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놀랍다. 알파고의 실력에 경악했다.

정리=신준봉·백성호·정아람·정진우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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