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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말한 경제 사령탑, 문제는 ‘수출바람’

이제 봄이 오고 있다.”

 지난 7일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가 부처 내 간부회의를 마무리하며 꺼낸 얘기다. 보름여 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과도 묘한 대비를 이뤘다. 이 총재는 지난달 19일 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 경제 상황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왔지만 봄같지 않다)’으로 표현했다. 유 부총리가 봄을 꺼낸 건 ‘심리전’ 차원으로 읽힌다. 그는 “경제는 심리”라며 “냉정한 현실 인식도 중요하지만 과도한 불안심리가 확산돼 경제 주체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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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을 알리는 ‘제비’도 출몰하기 시작했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1월 내수 지표를 급랭시켰던 승용차 판매량이 2월 다시 증가세로 반전했고, 급전 직하했던 수출 역시 하락폭이 줄고 있다는 게 대표적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내수와 수출 모두 1월이 ‘바닥’ 아니었겠냐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9일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역시 이런 맥락을 따랐다. 최근 경기에 대해선 “생산이 부진한 가운데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등 일시적 요인으로 내수도 조정받는 모습”이라고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향후 전망은 “수출 부진이 완화되고 있으며 승용차 개소세 인하 연장 등이 내수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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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국제 원자재 값 반등 역시 수출 시장 여건이 개선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세계 경기와 금융시장 안정의 ‘바로미터’라는 원유와 구리 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는 7일(현지시간) 배럴당 37.9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기록한 저점에 비해 44.6% 오른 가격이다. 구리 선물 가격도 1월 저점에 비해 15%가량 오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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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제비 몇 마리 날아든다고 봄이 왔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특히 체감 경기를 악화시키고 있는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 청년층 일자리 문제는 구조적 문제를 풀지 않고선 본격 해소가 어렵다. 이런 부담에도 경제사령탑이 낙관론을 들고 나선 건 ‘심리’ 이외의 다른 요인도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총선거를 앞두고 경제실정론이 부각되는 걸 차단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얘기다.

 정책수단의 한계도 있다. 정부의 경기 인식이나 전망은 다른 기관과 달리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정부가 경기가 나쁘다고 인정하면 그에 걸맞은 정책 처방이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뾰족한 수단이 없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추가경정예산은 법적 요건이나 정치권 일정을 감안하면 사실상 편성이 불가능하다. 기준금리 인하 역시 한국은행 소관이라 관여하기 어렵다는 게 기재부 내부의 인식이다.

 정부가 애써 ‘구두 개입’에 나선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정·통화 등 거시 수단을 동원하기엔 불확실성이 너무 커 정부로서도 당장은 미시적 대책을 끌어모아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의 봄’을 좌우할 최대 변수는 수출이다. 광공업 생산이 감소세로 전환되고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급속히 냉각된 데는 무엇보다 ‘수출 쇼크’ 영향이 컸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상을 뛰어넘은 수출 감소폭이 어느 선에서 멈출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2월은 1월보다 나았다지만 회복 추세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결국 3월 성적표가 방향타가 될 것”이라며 “1월 수준의 쇼크가 재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지만 우리 중간재의 최대 시장인 중국의 수출 하락세가 커져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민근·김민상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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