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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헌트 교수 "줄세우기 평가가 서울대 연구자 열정 가로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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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팀 헌트 캠브리지대 명예교수가 서울대 유전공학연구소 내 사무실에서 본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한국의 ‘줄 세우기 식’ 평가 문화가 젊은 연구자들의 열정을 막고 있습니다. 발표한 논문의 개수나 대학 순위가 노벨상을 만들어주진 않아요.”

9일 오후, 호암재단 자문 역할을 위해 한국을 찾은 팀 헌트(Tim Hunt) 캠브리지대 명예교수(2001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한국 특유의 연구 문화를 비판하는 데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눈 학생들의 열정은 세계 어느 대학보다도 뜨거웠다. 그렇기에 실망감보단 기대감이 더 크다”며 애정 어린 평가도 잊지 않았다.

2001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팀 헌트 캠브리지대 명예교수 인터뷰

그는 서울대 자연과학대에서 발표한 2016 교육·연구역량제고사업에 참여한 12명의 해외 석학 중 한 명이다. 지난해 2월 직접 서울대를 방문해 학부·학과장 면담, 연구실 방문 등을 통해 자연대의 연구환경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평가에는 젊은 학자들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함께 국내 연구 제도에 대한 쓴소리가 함께 담겨있었다.

헌트 교수는 “가시적인 결과에 대한 압박을 받는 것은 전세계 모든 과학자들이 겪고있는 문제”라면서도 “한국은 특히 정량적 평가에 민감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교수의 채용과 승진, 재정지원 등이 획일적인 평가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서울대가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는 점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성과는 연구자가 성과에서 자유로울 때 나오죠.”

그는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낸 생물학자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을 언급했다. 캠브리지대 캐번디시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일했던 그들은 DNA 분자구조를 밝혀냈고, 이 업적으로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당시 기록을 보면 그들은 소장이 요구한 것과 전혀 다른 연구를 하고 있었어요. 말썽쟁이(naughty boys)들이었죠. 하지만 그런 말썽이 이중나선이론을 발견하는 토대가 됐어요.”

그는 서울대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 중 하나로 ‘포스닥(post-doctor)’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제시했다. 서울대는 박사를 마친 연구자의 비율이 해외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편이다. 머물 자리가 없어 해외로 떠나거나 기업으로 진로를 바꾸는 경우도 있다. “포스닥 인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보다 새롭고 호흡이 긴 연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대학원생들에게 연구 부담이 과도하게 몰려있어요.” 그는 “단기 성과를 위해 이미 알려진 분야의 연구를 선택하는 풍조 속에선 노벨상 수상자가 나타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대 자연대는 헌트 교수 등 해외석학의 평가를 토대로 연구 환경을 개선하겠단 방침이다. 김성근 자연대학장은 “석학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자연대 내에 창의적인 연구를 보장하는 문화와 시스템을 정착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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