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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돌아올게요” 울어버린 쿠바 괴물

한국은 그리운 집과 같다. (선수로 돌아올 수 없다면) 지도자로 돌아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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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을 끝으로 한국을 떠나는 시몬을 위한 송별회가 지난 3일 안산에서 열렸다. 김세진 감독(왼쪽 위)을 비롯한 선수들과 직원들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시몬에게 ‘외모 몰아주기’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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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국내 프로배구 V-리그를 평정한 ‘쿠바산 괴물’ 시몬(29·OK저축은행·2m6㎝)이 한국을 떠난다. 2014년 한국 땅을 밟은 시몬은 약체로 평가받던 신생구단 OK저축은행 유니폼을 입고 지난 시즌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올 시즌엔 팀을 정규리그 2위로 이끌며 플레이오프(PO·3전2승제)에 진출했다. 두 시즌 동안 그가 기록한 트리플 크라운(서브·블로킹·후위공격 3개 이상)만 14회나 된다. 프로배구 통산 최다 기록을 세우며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OK저축은행 우승 이끈 시몬
내년 외국인 연봉 30만 달러 제한
국내 무대 떠나 브라질 배구리그로

그러나 내년엔 V-리그 코트에서 시몬을 볼 수 없다.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공개 선발)제도가 도입되면서 선수 연봉 상한이 30만 달러(약 3억7000만원)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연봉이 몇배 많은 세계 정상급 스타 시몬을 잡기는 어렵다. 그래서 12일부터 열리는 PO와 18일 시작되는 챔피언 결정전(5전3승제)이 ‘쿠바산 괴물’ 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무대가 될 전망이다. 지난 7일 경기도 용인 OK저축은행 훈련장에서 시몬을 만나 한국을 떠나는 소회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3일 OK저축은행이 송별회를 열었다.
“경기 끝나고 송별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구단의 깜짝 선물이어서 큰 감동을 받았다. 동료들의 영상 메시지를 보고 가슴이 뭉클해서 눈물을 흘렸다.”
한국에서의 2년은 어땠나.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이는 유럽보다 한국의 훈련량이 4배 정도 많았다. 오전·오후는 물론 늦은 밤까지 총 6시간 정도 훈련을 하더라. 문화 충격이었다. 내가 이 정도의 훈련을 할 수 있을지 몰랐다. 한국에선 시즌 도중에도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우리가 신생팀(2013년 창단)이어서 체력부터 다지느라 그런 것 같다.”
한국 구경은 많이 했나.
“훈련하느라 쉬는 날이 많지 않았다. 휴일이 있어도 관광지가 아닌 맛집을 찾아다녔다. 한국 음식을 썩 좋아하진 않지만 삼계탕은 참 맛있다.”
한국 배구에서 느낀 점은.
“원래 포지션은 센터인데 팀 사정상 라이트 공격수를 맡았다. 그래서 기초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점프를 달리하는 등 라이트로서의 공격법을 익혔다. 쉽지 않은 변화였지만 집중력을 발휘해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코칭스태프의 노력도 도움이 됐다.”
무릎 부상이 있었는데.
“이탈리아에서 뛸 때부터 안 좋았다. 이탈리아는 정규시즌이 22경기고 일요일에만 경기를 한다. 그런데 한국은 2~3일 간격으로 36경기를 치른다. 거기다 공격이 외국인 선수들에게 몰려 점프를 자주 해야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공격을 많이 해봤자 7~8개 정도였지만 한국에선 50~60개씩 했다. 결국 지난해 7월 오른 무릎 수술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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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별회 에서 ‘당신을 잊지 않겠다’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보고 울먹이는 시몬. [사진 OK저축은행]

 
한국 배구의 매력은.
“한 아이가 관중석에서 스페인어로 ‘당신을 믿습니다’라는 문구를 쓴 피켓을 흔드는 걸 보고 감동받은 적이 있다. 팬들의 응원이 인상적이었다. 승리 세리머니로 동료들과 춤을 췄는데 실력이 늘진 않았다(웃음).”
외국인 선발 제도가 바뀌지 않았다면 한국에 남았을까.
“물론 한국에 남았을 것이다. 동료들과 정이 많이 들었다. 지난 시즌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챔피언전 이후에 곧바로 쿠바에 갔다. 그런데 이내 한국이 그리워졌다. 다음 시즌엔 브라질 리그에서 뛴다. 2년 계약을 했는데 만약 2년 후 트라이아웃 제도가 바뀌면 한국에 돌아오고 싶다.”
외국인 선수지만 리더십이 돋보였다.
“배구는 흐름이 중요하다. 팀에서 누군가는 더 많이 뛰어다니며 동료들을 응원해야 한다. 은퇴 후에는 코치로 경험을 쌓은 뒤 감독을 하고 싶다. 한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수도 있다. 유럽에서 많이 배워 오겠다. 내가 선수로서는 톱클래스이지만 지도자로서는 아직 아니다.”
OK저축은행에서 김세진 감독과는 어땠나.
“감독들은 선수와 개인적으로 친밀하게 지내기 어렵다. 그런데 김세진 감독은 형 같았다. 무릎이 아플 때 챙겨주는 모습은 아버지 같은 느낌을 줬다.”
한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지난 시즌 우승이다. 그땐 아무도 우리가 우승할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삼성화재를 꺾지 못할 거라고 했지만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리 모두 미친 듯이 플레이했다. 올해도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


용인=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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