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영등포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열린 20대 총선 여성·성 평등 공약 발표에 앞서 바리스타 교육 체험을 하고 있다. 왼쪽은 남인순 의원. [뉴시스]

전략공천 6명 중 5명 문재인 사람
분당갑 김병관 공천, 친노 조신 탈락
군포갑은 김정우, 한대희 고배
주목되는 것은 ‘친문’ 인사들이 이미 여러 명의 예비후보들이 뛰고 있는 수도권 4곳과 전북 정읍에 전략공천되면서 기존의 ‘친노’ 인사들이 공천에서 탈락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의 김정우 교수가 군포갑 공천을 받으면서 기존의 예비후보인 노무현재단 기획위원 출신 한대희 예비후보가 고배를 마셨다. 한 후보는 ‘혁신과통합(혁통)’ 조직위원장 출신인 ‘친노’ 인사다. 혁통은 2011년 이해찬 전 총리와 문재인 전 대표, 문성근 ‘국민의명령’ 전 대표 등이 주도해 만든 친노 단체다.
정보기술(IT) 업계(게임 분야)에서 영입해온 김병관 전 의장은 자신의 회사가 있는 성남 분당갑에 공천됐는데, 조신 예비후보가 공천에서 탈락했다. 조 후보는 노무현 정부 국정홍보처 정책홍보관리관을 지냈다. 지난달 20일 조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는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후원회장으로 참석했고, 친노로 분류되는 김태년·은수미 의원도 모습을 보였다. 광주 전략공천이 유력하던 국제통상전문 오기형 변호사는 컷오프(공천 배제)에 따라 20대 총선 출마가 불가능해진 유인태 의원의 지역구인 도봉을로 옮겼다. 도봉을엔 노무현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인터넷선거특별본부 방송국장을 했던 김갑수 예비후보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천준호 예비후보가 탈락했다. 당 관계자는 “유 의원이 지역구 유권자의 비중을 감안해 호남 출신 후보를 요청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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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표가 사무소 개소식에 영상 축사를 찍어 보내기도 했던 조신 후보는 전날부터 전략공천 움직임을 감지하고 중앙당사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그는 경선을 요구했지만 ‘김종인 지도부’는 수용하지 않았다. 조 후보는 이날 "억울하지만 저를 내려놓겠다”며 결과를 받아들였다. 천준호 후보도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전문가 그룹의 새로운 ‘친문’ 인사들이 옛 ‘친노’ 인사를 대체하는 양상이 나타나자 친노 패권 청산을 공언한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홍창선 공천위원장이 차도지계(借刀之計·남의 힘을 빌려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이룸)를 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문 전 대표 측은 “영입 인사들을 전략적으로 어디에 공천할지는 새 지도부가 판단할 사안”이라며 공천에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김성탁·강태화 기자 sunt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