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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주류, 反트럼프 단일 후보로 크루즈 저울질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가 4일(현지시간) 미시간주 워런의 한 대학에서 유세하고 있다. 그의 상승세가 이어지자 공화당 주류들의 트럼프 공격이 거칠어지고 있다. [AP=뉴시스]



수퍼 화요일(3월 1일) 경선에서 클린턴은 샌더스의 지역구인 버몬트 등 4개 주를 제외한 8개 주에서 승리하면서 이날 하루에만 500명 넘는 대의원을 확보했다. 특히 클린턴은 252명의 대의원이 걸려 있는 텍사스주를 비롯해 조지아·버지니아 등 큰 주에서 압승을 거둠으로써 최종 후보를 향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클린턴의 승리에는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 지지가 큰 역할을 했다. 앨라배마·조지아·버지니아 등 흑인 유권자가 많은 주에서 클린턴은 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고, 히스패닉 비율이 매우 높은 텍사스에서는 히스패닉 유권자의 3분의 2 이상 지지를 확보했다.



[전문가 분석] 수퍼 화요일 이후 미 대선

이와 더불어 남부 백인들의 지지 또한 클린턴의 승리에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클린턴은 샌더스와 트럼프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는 백인 유권자들, 특히 백인 노동자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광범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수퍼 화요일의 결과는 백인 노동자가 많은 주에서의 경선을 앞두고 있는 클린턴으로서는 고무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4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있는 한 제조업체에서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클린턴 캠프를 가장 크게 고무시킨 것은 매사추세츠에서의 승리일 것이다. 샌더스의 정치적 기반인 버몬트주와 접하고 있으면서 진보적 성향을 가진 매사추세츠주는 샌더스로서는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곳이었다. 접전 지역에서, 그것도 두 배 이상의 자금을 쓰고도 클린턴에게 패배한 사실은 샌더스에게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샌더스가 향후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수퍼 화요일에 5개 주 이상에서 승리해야 할 것”이라고 예측해 왔다. 그런데 샌더스는 상대적으로 대의원 수가 적은 4개 주에서 버몬트를 제외하면 압도적인 차이를 내지 못하고 승리함으로써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게 됐다.



수퍼 화요일의 민주당 지지자들은 후보 선택의 조건으로 ‘정치적 경험’을 가장 중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반 경선에서 ‘신뢰’ ‘정직성’ 등을 강조하던 때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이는 남부 주들의 보수적 성격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뉴욕타임스의 지적대로 ‘본선 당선 가능성’이나 ‘트럼프를 저지할 수 있는 후보’를 강조해 온 클린턴의 전략적 승리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클린턴은 노동자 및 젊은이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중도적 입장을 벗고 샌더스의 진보적 어젠다인 ‘경제정의’를 강조하기 시작했는데 샌더스 지지자들이 클린턴으로 선택을 바꾸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이번 결과는 샌더스가 백인 젊은 층이나 진보적 유권자를 넘어서는 광범위한 선거 연합의 형성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정치활동 과정에서 유색인종과의 스킨십이 부족했다는 평을 듣고 있는 샌더스는 금융개혁이나 정치부패 등 흑인이나 히스패닉의 관심에서 다소 벗어난 정책들 때문에 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경선이 유권자의 인종적·사회경제적 다양성이 큰 주들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이번 결과는 향후 샌더스의 행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선 결과로 대세가 완전히 클린턴으로 기울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향후 경선의 상당수는 수퍼 화요일 경선 지역보다 진보적이거나 백인 노동자가 많은 지역에서 이루어진다. 이번에 샌더스가 승리한 4개 주 역시 이러한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샌더스의 기대는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더구나 득표율에 비례해 대의원을 배분하는 민주당의 경선 룰상 샌더스의 경쟁력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아직은 경선을 포기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샌더스 자신이 이번 대선을 일종의 ‘정치혁명’으로 규정하고 있고 선거자금도 충분해 일찍 경쟁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권자의 관심이 공화당에 쏠리는 것을 원치 않는 클린턴도 샌더스의 이른 포기를 달가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찌 됐건 이번 경선 결과 클린턴이 크게 유리해진 것은 사실이다. 클린턴은 이제 공격의 초점을 샌더스 대신 트럼프에게 맞추기 시작했다. 더불어 샌더스에 대해선 공격보다는 ‘그의 정책과 신념에 대한 존경’을 전제로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는 향후 경선에 대한 클린턴의 자신감을 나타냄과 동시에 샌더스 지지자들을 끌어안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편 공화당의 경선은 민주당보다 훨씬 복잡한 모양새다. 수퍼 화요일 결과만 두고 본다면 큰 주들에서 승리를 거둔 트럼프의 압승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사실상 어떤 주에서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했고 오클라호마와 알래스카 등 예상치 못했던 주들에서도 크루즈에게 패배했다. 트럼프와 크루즈 둘 다 이번 공화당 경선의 승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승패를 떠나 이번 경선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트럼프의 지지 기반이 크게 확대됐다는 사실이다. 교육 및 소득수준이 낮은 백인들을 중심으로 지지 기반을 다져오던 트럼프는 남부에서 크루즈가 크게 공을 들여왔던 기독교 우파세력의 지지를 상당 부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민주당을 지지해 왔던 중도 성향 유권자들 일부가 트럼프로 지지 후보를 바꾸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심지어 트럼프의 막말 대상인 유색인종들까지 트럼프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어떤 후보도 수퍼 화요일에 트럼프처럼 남부의 보수적인 주들과 북동부의 중도·진보적인 주들에서 동시에 승리를 거머쥔 적은 없었다.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데에는 기존 정치인에 대한 분노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큰 역할을 하겠지만 이에 더해 트럼프의 이민 및 반테러 정책이 한몫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히스패닉 불법이민자에 대한 강경 조치, 무슬림 이민 제한, 그리고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강공 등 공화당 주류 정치인들조차 우려를 표하는 트럼프의 정책적 입장에 대해 상당수 유권자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트럼프가 지지 기반을 넓히고 대선후보로 가시화되자 공화당 주류 정치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의 상승세가 반짝 인기로 끝날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이들은 최근에야 트럼프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며 주류의 결집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공화당 주류는 트럼프에 승리할 수 있고 본선 경쟁력도 갖춘 후보로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을 지지해 왔다. 그러나 루비오가 생각만큼 선전하지 못하자 일부에서는 공화당 주류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으로 사이가 좋지 않은 크루즈를 차선책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또한 반(反)트럼프 수퍼팩(거액 정치자금 모금 조직)은 트럼프에 대한 강한 비난을 담은 광고를 전국적으로 방영하기 시작했다.



공화당 지도부는 주류 후보들이 트럼프가 과반수를 얻지 못하고 경선 1위가 되는 경우 7월의 전국전당대회에서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오픈 전당대회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텍사스를 비롯한 3개 주에서의 승리는 크루즈를 상당히 고무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간 공을 들여온 남부의 기독교 우파 유권자들을 결집시키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트럼프의 유일한 대항마로 자리매김하기엔 충분한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공화당 경선은 트럼프가 독주하는 가운데 누가 2위가 돼 ‘반트럼프’ 후보 단일화를 이룰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돼 왔다. 지금까지 4개 주에서 승리한 크루즈는 대의원 수에서도 트럼프와 90여 명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반면 루비오의 경우 미네소타(대의원 38명)에서의 승리가 유일하며 대의원 수 또한 크루즈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크루즈가 지역구인 텍사스에서 큰 승리를 거둔 반면, 오는 3월 15일 미니 수퍼 화요일에 있을 플로리다 경선에서는 루비오의 승리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플로리다와 함께 루비오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오하이오도 주지사인 케이식이 경선에 남아 있어 루비오의 승리는 힘들어 보인다.



지금까지는 득표율에 비례해 대의원이 배분되었던 데 반해 15일부터는 대부분 주에서 승자독식 룰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1등을 하지 않고서는 대의원을 확보하기가 힘들다. 이러한 경선 룰 때문에 후보 단일화에 대한 공화당 엘리트들의 요구는 더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루비오나 케이식이 경선에서 쉽게 물러설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수퍼 화요일 경선 결과 루비오의 적극적인 반트럼프 캠페인이 효과 있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그를 고무시키고 있다. 비록 졌지만 버지니아에서의 광범위한 지지 확보 또한 루비오에게 힘을 더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덜 보수적인 주들에서 경선을 하게 된다는 점도 그에게 희망이 되는 부분이다. 루비오는 플로리다에서 99명 대의원을 독식해 모멘텀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케이식 또한 오하이오 경선 전에 레이스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크루즈는 하루빨리 이들이 경선을 포기하고 자신으로 단일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이제 자신이 미국과 공화당을 통합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임을 강조하고 있다. ‘링컨과 레이건의 정당을 트럼프의 정당으로 만들 수 없다’ ‘미국과 공화당의 가치를 짓밟는 정치인을 지지할 수 없다’며 강하게 트럼프를 비난하고 있는 공화당 지도부의 속은 타 들어간다.



막말과 독설, 그리고 극단적인 정책으로 유권자들의 호불호가 명확한 트럼프의 선전이 가시화될수록 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이 조성될 것이다. 공화당 주류 측은 ‘트럼프는 클린턴에게 너무나 큰 선물’이라는 말로 그들의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공화당의 승자독식 룰이 적용되는 15일 이전에 과연 공화당 주류 측이 후보 단일화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오스틴(텍사스)=이소영 대구대 국제관계학 교수?soyoung.sy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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