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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막힌 원격의료 전면 허용 땐 ‘신직업’ 5만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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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구 구덕로의 부산대 해양의료연구센터에서 3일 엄현아 간호사가 화상 모니터를 보면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환자의 팔에 붕대를 감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아직은 시범사업이지만 원격의료가 전면 허용되면 5년간 4만7000개 넘는 일자리가 생기고 전산·장비 등 파생 산업도 발전한다. [부산=송봉근 기자]


인도네시아 인근에서 조업하던 원양어선 퍼시픽크라운에서 3일 부산대 해양의료연구센터로 ‘긴급 전화’가 걸려왔다. “조업을 하던 선원의 팔꿈치 혹이 30분 만에 급격히 부풀어 올라 치료가 필요하다”는 SOS였다.

 센터의 엄현아(27) 간호사는 전화로 통증의 양태를 파악했다. 이어 부산대 피부과·정형외과 의료진에 연락했다. ‘점액 낭종’이란 진단이 내려지자 엄 간호사는 응급처치법을 설명했고 중국 입항 후 치료를 권고했다. 이런 진단과 치료는 ‘원격의료’ 때문에 가능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원양어선 선원용 의료 서비스를 위해 해양의료연구센터를 열고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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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업으로 꽤 많은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모니터로 선원을 돌보는 간호직, 센터·어선 사이의 통신을 담당하는 전산직, 원격 진찰에 필요한 의술·장비를 연구하는 연구직, 전반적 업무를 보조하는 행정직까지 다양한 ‘신(新)직업’이 탄생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원격의료가 전면 허용될 경우 5년간 4만7000개 넘는 일자리가 생긴다.

 하지만 원격의료는 다양한 규제에 막혀 ‘시범사업’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진 간의 원격진료만 허용한다. 예컨대 원양어선에 의사가 없으면 화상진료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약사법은 처방받은 약을 제3자가 전달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한국은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지만 전체 종사자에서 보건의료 종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7%에 불과하다. 미국(8.9%)·일본(7.2%)에 견줘 활성화되지 않은 대표적 직업이다. 한국이 선진국에 비해 강점을 보이는 직종은 ‘농림어업·청소업’ 같은 분야다.

  이중 삼중의 ‘칡넝쿨 규제’가 일자리 창출의 ‘혈’을 막는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한국판 ‘셜록 홈스’를 허용하는 법도 마찬가지다. 민간조사원(사립탐정)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진입 규제 완화 시 국내 1만5000명의 민간조사원이 본격 등장하고, 시장 규모가 1조27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불법인 기존의 심부름센터·흥신소가 일으키는 부작용을 막는 효과도 있다. 현재 미국·일본은 각각 6만 명, 영국·독일은 각각 2만 명의 민간조사원이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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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를 풀고 제도만 고치면 생기는 신직업은 한둘이 아니다. 관광진흥법에 발 묶인 ‘1인 관광안내사’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자유여행이 늘어나고 저비용항공사(LCC)가 노선을 확대하면서 수요가 많다. 그러나 지금은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

개인이 관광업을 할 경우 2억원 이상의 자본과 사무실을 갖춰야 하는 등 현행법의 진입장벽을 낮추면 열릴 수 있는 일자리다.

남완우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사무국장은 “단체 관광객만 안내할 수 있는 관광통역안내사의 활동 영역을 1인 안내까지 가능하도록 넓혀야 한다”며 “무자격 가이드가 진행하는 질 낮은 저가 여행, 쇼핑 강요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차량을 판매하려는 고객이 모바일에 차량을 등록하면 딜러들이 가격을 제시하는 ‘역경매 방식’의 온라인 중고차 매매업체 헤이딜러는 설립 1년 만에 누적거래액 300억원을 돌파한 유망한 ‘스타트업’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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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 1월 초부터 두 달가량 서비스를 중단해야 했다. 주차장 면적을 3300㎡ 이상 확보하지 않고 사업을 하는 중고차 매매업체는 처벌한다는 내용의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온라인 플랫폼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규제”라는 비판적 여론 때문에 정부가 관련 단속을 유예하면서 현재 폐업 위기를 가까스로 벗어났지만 규제 조항은 아직 그대로다.

유한구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동향분석센터장은 “기존 법 규정이 사회 변화를 수용하지 못해 생기는 ‘직업 확대’ 방해 현상부터 고쳐야 고용 문제의 해법이 열린다”고 지적했다.

글=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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