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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고전 100권 읽으며 나를 이해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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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과 시험, 강의와 교수가 없는 대학. 4년간 고전 100여 권을 읽고 토론하는 것이 주요 커리큘럼이고 ‘각주 없는’ 기말 보고서를 내야 하는 학교…. 특별한 인문학 교육으로 이름난 미국 세인트존스(Saint John’s) 대학이다.

전공·시험·강의·교수 없는 미 대학
세인트존스 경험 출간한 조한별씨
“스스로 공부하는 즐거움 나누고 싶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이 학교 뉴멕시코주 산타페 캠퍼스(메릴랜드주 애나폴리스에도 캠퍼스가 있음)에서 공부한 조한별(27·사진)씨가 자신의 대학생활을 돌아보며 배움의 의미를 탐구한 책 『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바다출판사)을 출간했다.

지난달 17일 만난 조씨는 “세인트존스에서 배운 ‘스스로 공부하는 즐거움’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세인트존스는 1696년 세워진 유서 깊은 대학이다. 1920년대 대공황으로 재정 위기에 처하면서 학교를 부활시킬 방법으로 인문학 수업에 집중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도입했다. 학생은 학년당 100~150명 정도다.

이들은 4년간 이어지는 세미나 수업에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디세이아』부터 루소·로크·헤겔·마르크스의 저작까지 100여 권을 읽어내야 한다. “수업은 100% 토론식이에요. 강사는 ‘프로페서(professor)’가 아니라 ‘튜터(tutor)’로 불리는데, 학생과 동등하게 토론에 참여하죠. 수업시간에 말을 안 하는 학생은 배움의 의지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학교를 떠나야 합니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진 않았지만 남다른 교육관을 가진 부모님 덕분에 조씨는 초등학생 때 한 번, 중학생 때 한 번 등 학교를 총 2년 휴학하고 가족 세계여행을 다녀왔다. 학업에 소홀했던 탓에 고등학교(제주외고)에 진학한 후론 줄곧 성적이 바닥이었다. 무작정 미국으로 떠나 세인트존스에 입학했지만 수업을 따라가는 일은 고난이었다. “영어도 문제였지만 고전은 한글로도 읽어본 적이 없었으니 힘들 수밖에요.”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위기가 찾아왔다. 매 학기 열리는 진급 테스트에서 튜터 한 명이 조씨에게 “학교 생활이 행복해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 결국 총장과 면담까지 하며 “힘들지만 계속 도전하고 싶다”고 설득한 끝에 학교에 남을 수 있었다.

 1년에 4만 달러(약 4900만원)가 넘는 학비의 80~85%는 장학금과 학내 아르바이트, 등록금 대출로 충당했다. 조씨는 “미국에서 대학에 다녔다 하면 ‘집에 돈이 많구나’ 생각하지만, 진짜 원한다면 방법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현재는 어릴 적부터의 꿈이었던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촬영 현장에서 일하며 틈틈이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세인트존스에서의 훈련은 결국 내가 누구인가를 이해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저에게 맞는 속도에 맞춰 뚜벅뚜벅 걸어갈 생각입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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