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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엽기 수석’을 떠나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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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욱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엽기 수석’이 국회를 떠난다. 유인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공천위의 현역 의원 평가 결과 하위 20%(컷오프 대상)에 포함돼 20대 총선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그는 보도자료에서 “물러날 때를 아는 게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했는데 당이 어려운 일을 겪다 보니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미루다 오늘에 이르렀다. 모두 저의 부족함 탓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에게 엽기 수석이란 별명이 붙은 건 노무현 정부가 막 시작된 2003년 4월이다. 그해 4월 15일자 중앙일보 4면에 실린 필자의 기사 “청와대 ‘엽기 수석’ 유인태”가 그 출발점이다. 당시 정무수석이던 그의 기인적 풍모는 정치권에서 큰 화제였다.

 # 무보수 특보직을 신설하려는 청와대의 움직임이 언론에 보도됐다. 며칠 뒤 자신이 발설자임을 고백한 유인태는 “그냥 두면 노 대통령이 너무 많이 임명할 것 같아 언론들이 비판하라고 일부러 흘렸다”는 이유를 댔다. 그 뒤 정무수석실 행정관들이 “또 무슨 이야기를 할지 모른다”며 기자들과 접촉할 때마다 그를 감시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 당시 노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 “보고부터 들을까요”(노 대통령)→“정무수석 보고해 주세요”(문희상 비서실장)→“매일 보고하니까 꺼리(거리)가 없네요”(엽기 수석)→“없으면 없다 하지요”(노 대통령). 믿기 어렵지만 대통령과 참모 사이에 실제로 오간 격식 파괴 대화다.

 그동안 유인태를 상징하는 단어들은 ‘졸음’ ‘흡연’ ‘호통’ 등이었다.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졸기도 했고, 항상 담배(최근엔 전자담배)를 물고 살았다. ‘헛소리하는’(그의 표현) 후배들에겐 “아침부터 X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호통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가 웃기기만, 엽기적이기만 했던 건 아니다. ‘소통’도 그의 몫이었다. 보수 언론과 정권의 관계가 최악이던 노무현 정부 때 ‘기자들과 소주 마시며 로비하지 말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어기고 기자들과 곧잘 어울렸다. “로비만 안 하면 되지 않느냐”면서다. 그는 전면에 나서기보다 무대 뒤편을 더 즐겼다. 박영선 원내대표가 물러났던 재작년 야당 내분 때도, 지난해 친노와 비노의 격한 대립 때도 타협안 모색을 위해 그는 물밑에서 더 바빴다.

 그의 공천 배제는 지역구 여론조사(상당수 의원들과 달리 그는 당원과 지역민을 상대로 여론조사 예행연습 등 ‘작업’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와 법안 발의 성적(본인은 사형제 폐지법 등 굵직한 사안에 집중했다고 했다) 등 ‘점수’와 ‘효율’ 위주의 평가방식 때문일 것이다. 잘 보이지 않는 유인태만의 역할과 공간을 점수로 환산하기는 쉽지 않았을 게다. TV에 얼굴 한 번 더 나오려고 용을 쓰고, 막말을 동원해서라도 튀어보려는 약삭빠른 소인배가 가득한 국회의 현실을 지켜보자니 그의 퇴장이 더 아쉽다. 필자와의 통화에서 “그러게 말이야~ 국회에 제대로 된 어른들이 필요하긴 한데…”라며 유인태도 혀를 찼다.

서승욱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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