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분수대] 뽑히는 이마다 별로라면 제도 탓 아닐까

기사 이미지

고정애
런던특파원

지난달 26일 총선을 치른 아일랜드는 3일 아침에도 개표가 완료되지 않았다. ‘굼벵이다’ 싶겠지만 선거제도 때문이다.

 일단 중대선거구제다. 40개 선거구에서 3~5명씩 뽑는다. 우리도 5공화국 때인 11·12대 총선에서 2명씩 뽑았으니 50대 중반 이상에겐 생소하지 않은 제도다. 하지만 투표제가 다르다. 우린 1·2위가 당선됐다. 아일랜드는 훨씬 복잡한 투·개표 과정을 거친다(이양식 투표제·STV). 유권자들은 후보별 선호도를 매긴다. 후보가 10명이라면 1위부터 10위까지 줄을 세운다는 얘기다. 개표 땐 유효투표수를 ‘당선자 수+1’로 나눈 데에 1을 더한 값부터 구한다. ‘쿼터’다. 이걸 넘은 이들만 배지를 단다. 첫 개표에선 1위 표를 센다. 당선자를 채우지 못하면 꼴찌를 탈락시키고 그의 표를 다음 선호도에 따라 나머지 후보들에게 배분한다. 그래도 안 되면 다시 꼴찌 표를 나눈다. 당선자가 모두 확정될 때까지 이를 반복한다.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재검표라도 하면 부지하세월이다.

 실례를 들어보자. ‘더블린 중’에선 3명을 뽑는데 유효투표가 2만3686표였다. 이에 따라 쿼터는 5922표였다. 후보 15명 중 아무도 1차 개표 때 이를 넘지 못했다. 결국 6번째 개표 때 첫 당선자가 나왔고 11번째에 가서야 3명을 채웠다.

 이런 방식에선 1위 표 못지않게 1위를 주지 않은 유권자들에게서도 앞 선호도를 받는 게 중요하다.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면 낙선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더블린 중에선 1위 표를 기준으로 7등이 결국 1·2등과 함께 당선됐다.

 왜 이리 하나 싶을 수 있다. 사실 한 표라도 많은 이가 당선된다는 단순다수결은 명료할지언정 신뢰할 만한 민의의 대변자가 아니다. 1700년대 중반 수학자 장샤를 보르다가 “다수결에 의한 선출 방식은 오로지 2명만 출마했을 때 옳다”고 입증했다. 번거롭고 복잡함에도 STV·결선투표제 등이 있는 이유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저자면서 수학자였던 찰스 도지슨이 다단계 경선을 제시한 일도 있다.

 우린 늘 ‘의원들이 하나같이 한심하다’고 한탄한다. 우리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선량만을 뽑는 신묘한 재주가 있는 건 아닐 게다. 제도 탓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한 표만 더 많으면 될 뿐이고, 1위 표가 아닌 표는 모두 버려지도록 한 현 제도가 갈등지향형 정치인을 양산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다. 수십 년 사람 탓을 해왔는데도 이 꼴이라면 이제는 제도를 돌아볼 때다.

고정애 런던특파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