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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트] 시진핑 외교는 양날의 칼…사드는 악재, 경협은 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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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시기의 중국 외교는 가히 혁명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중국은 더 이상 잠자는 사자나 인내하는 판다가 아니라 이젠 포효하면서 어슬렁거리는 사자가 됐다. 미국과 얼굴 붉히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다. 기존 세계 질서에 큰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강대국화는 시진핑 외교의 지향점이다. 그런 시진핑 외교는 한국에 도전으로 다가오는 것일까 아니면 기회로 작용할 것인가.

시진핑 시대의 외교는 새롭다. 발톱을 감추고 조용히 때를 기다리던 도광양회(韜光養晦)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대신 떨치고 일어나 할 일은 하는 분발유위(奮發有爲)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말을 듣는다.

그런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중국해 한가운데 인공섬 건설을 강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시대엔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다.

미국 주도의 국제 금융질서에 맞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을 밀어붙이는가 하면 국가 이익, 특히 핵심 이익에 대한 수호 의지를 전례 없이 강조한다. 과거에 비해 너무나 달라진 행태다.

중국 외교의 DNA가 변한 것이다.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개발도상국’에서 ‘빠르게 발전 중인 강대국’으로 말이다. 그래서 시진핑 외교는 새롭다는 말을 듣는다. 시진핑은 왜 새로운 외교를 추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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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하나는 국제 정세를 보는 눈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현재 ‘새로운 정세(新形勢)’가 전개되고 있다고 믿는다. 이는 최근 ‘새로운 정상상태(新常態)’라는 개념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외교·안보 분야에 있어 새로운 정상상태란 중국의 부상이 현실이라는 점과 세계는 더 이상 미국 중심의 단극(單極) 질서가 아니란 것이다. 여기엔 21세기 국제 사회가 여러 개의 발전 중심을 갖는 다중심(多中心)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는 중국의 시각이 담겨 있다.

다른 하나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서 비롯한다. 자신을 발전 중인 강대국으로 규정하면서 자신의 이익과 위신은 반드시 수호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핵심 이익과 관련해선 미국과의 마찰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중국은 또 자신을 더 이상 대륙 국가로만 보지 않는다. 이젠 해양까지 아우르는 복합 정체성을 가진 국가로 간주한다. 이에 따라 해양 주권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자연히 주변 국가들과의 해양 분쟁 가능성은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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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이 그리는 새 국제 질서는 어떤 것인가.

시진핑은 힘에 기반한 강대국 중심의 국제 질서를 구형(舊型)이라 말한다. 그는 세계 각국이 그 크기나 강약(强弱)에 상관없이 평등한 대접을 받는 신형국제질서(新型國際秩序)가 구축돼야 한다고 외친다.

신형국제질서 창출을 위한 중국의 노력은 크게 세 방면에서 전개되고 있다. 첫 번째는 미국과 신형대국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서로 충돌하지 않고 서로 대항하지 않으며 상호 존중하는 가운데 공동 번영을 추구하는 게 신형대국관계의 4대 요체다.

두 번째는 주변국 외교다. 이와 관련, 시진핑은 이웃 국가와 친하게 지내고 성실하게 대하며 혜택을 주고 포용한다는 친·선·혜·용(親·善·惠·容)의 4자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중국의 전략은 세 가지다.

우선 껄끄러운 관계의 주변국에 대해선 압력을 위주로 하되 점차 협상으로 유도하는 전략이다. 적도 벗도 아닌 이웃에겐 접근을 강화하는 작전이다. 끝으로 우호적인 주변국엔 보다 많은 혜택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세 번째는 신형국제질서 건설을 위해 기존 제도를 개선하거나 아예 새로운 제도를 창출하는 것이다. 서구 중심의 세계은행에 대항해 국가개발은행(NDB)을 설립하거나 국제통화기금(IMF)에 대응하는 위기대응기금(CRA)을 조성한 것이 그런 예다.

한반도는 중국의 이웃이다. 시진핑의 한반도 외교는 주변국 외교에 속한다. 어떻게 전개돼 왔을까.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중국이 견지하고 있는 남북한 균형 외교 또는 등거리 외교라는 큰 틀에는 변함이 없다.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비핵화, 대화에 의한 자주적 통일 지지가 이제까지 중국의 대한반도 3원칙이다.

그러나 시진핑 시기 들어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한국을 중국 쪽으로 견인하려는 노력이 부쩍 강화된 점이 눈에 띈다. 세 가지 점에서다. 우선 한국 입장에선 미온적이라 보일지 모르겠지만 중국 나름대로는 과거에 비해 대북 압박을 강화한 게 사실이다. 또 한반도 통일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노출해 한국의 환심을 사려 애를 쓴다. 끝으로 공공 여론을 이용해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파격적인 환대가 좋은 예다.

반면 핵 개발에 몰두하는 북한에 대해선 냉정하다. 시진핑은 북한이 바라는 세 가지 선물을 모두 거부하고 있다. 대규모 경협을 하지 않고 북한군 현대화를 지원하고 있지 않으며 김정은에 대한 특별 대우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는 김정은 찬양일색의 모란봉악단 공연이 중국에서 성사되지 않은 주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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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외교는 한반도의 최대 난제인 북핵 문제에선 난관에 부딪혀 있다. 북핵엔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도 강력한 대북제재엔 미온적이었다. 북핵 해법이 북·미 대화에 달려 있다며 이를 한국이 주선해 주기를 바란다. 최근엔 비핵화와 평화협정 동시 논의를 주장한다.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문제로 한국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한국이 들여오려는 사드가 중국을 탐지한다는 점도 있지만 그보다 더 한국이 중국을 겨냥한 미·일 중심의 동아시아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편입된다는 점을 중국은 우려한다.

중국은 한국이 사드를 도입할 경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는 점을 언론을 통해 흘리고 있다. 중국은 어떤 보복을 취할 수 있을까. 초기엔 간접적인 방식을 택할 공산이 크다. 중국 내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확산, 유커(遊客)의 한국 방문 억제, 중국 내 한국 기업에 대한 불이익 주기 등.

그 다음엔 보다 직접적인 방식을 예상할 수 있다. 한국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 침범, 한·중 해양경계획정 협상이 진행 중인 이어도 수역에 중국 해안 경비정 등을 진입시키는 행위 따위다.

장기적으론 북한 카드를 쓰는 방법이다. 북·중 관계를 한국과의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대폭 개선하거나 북한에 대한 대대적인 경제 지원, 그리고 북한과의 군사교류 강화 등을 꼽을 수 있다. 동시에 국제 무대에선 한·중 간 대립이 나타날 수도 있다.

시진핑 외교는 한국에 도전인가 기회인가.

시진핑 시기 들어 중국이 자신을 강대국으로 보는 시각은 우리에게 양날의 칼과도 같이 도전적 요소와 기회적 요인의 성격을 동시에 부여하고 있다.

도전적 측면에서 보면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선 반드시 대응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사드 도입은 악재다. 어떻게 이에 대한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반면 기회이기도 하다. 중국은 기존의 북·중 관계를 전통적 시각에서 보는 것에서 탈피해 보다 냉정한 국가 이익의 차원에서 볼 것이며 이는 북한보다 더 많은 매력과 더 큰 경제력을 가진 우리에겐 유리한 구도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떻게 시진핑 외교를 상대해야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나.

네 가지 선택지가 있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중국과 비공개 고위급 소통을 위주로 이해관계를 조율하면서 협력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비공개의 고위급 소통 외에 필요시 공개적인 압박을 병행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전략소통은 부재한 채 유엔과 같이 공식적인 채널을 이용해 중국에 호소하거나 압박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중국에 대한 압박 일변도로 나가거나 심지어 적대적 대상으로 간주하고 견제하는 것이다. 사안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여기서 염두에 둬야 할 점은 중국을 당위나 도의적 차원에서 압박하는 것은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국가 이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어떤 사안을 풀 때 우리가 제시하는 방법이 중국의 국가 이익에 얼마나 부합하는가를 공감하게 하는 게 가장 좋다. 북핵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추진하는 북핵 해법이 중국의 이익에 얼마나 합당한지를 보여줘야만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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