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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의 유레카, 유럽] 우파가 깃발 든 ‘브렉시트’ 40년 전엔 노동당이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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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EEC 잔류 국민투표 당시 윌슨 총리(왼쪽)와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둔 캐머런 현 총리. [중앙포토]


#1.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가능성이 리스크다.”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이 27일(현지시간) 이틀간의 회의를 마치고 채택한 13개항 공동선언문(코뮈니케)의 일부다. 6월 23일 EU 탈퇴 여부(Brexit·브렉시트)를 정할 영국인들의 국민투표에 대한 우려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직설적이었다. 그는 “우린 EU 안에 영국이 있는, 그래서 보다 강한 영국과 보다 강한 EU를 원한다”라며 “영국의 유권자들이 영국 안팎에 미칠 영향을 숙고해서 결정(국민투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같은 입장을 밝혀왔다.

 #2. EU 집행위원회가 고출력 생활가전 제품을 금지하려던 계획을 접었다고 영국 언론들이 최근 보도했다. 토스터·전기주전자 등이 대상이다. 차를 즐기고 아침마다 식빵 한 두 조각을 구워먹는 영국인들의 일상을 염두에 둔 조치다. 평소 EU가 온갖 불필요한 간섭을 한다는 불만인데 국민투표를 앞두고 더 자극할까 걱정한 게다.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 탈퇴)에 대한 영국 밖의 ‘불안’을 드러낸 일화들이다. 브렉시트는 영국과 EU 관계만 바꿔놓는 게 아닐 것이란 전망이다. 스코틀랜드는 국민투표에서 탈퇴로 결정 나면 독립 국민투표를 재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EU인 아일랜드와 EU에서 벗어날 북아일랜드의 처지도 묘해진다. 연합왕국으로서 영국의 해체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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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위 경제대국이자 유럽 최대 군사 대국인 영국의 이탈로 미국과 EU 사이 힘의 균형도 달라진다. 서방·러시아 간 동서 냉전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런 불안감으로 영국의 파운드화는 2009년 이래 최저 수준(1파운드 당 1.39달러)까지 떨어졌다.

 현재 여론은 혼조세다. 조사 기관마다 들쑥날쑥 하다. 콤레스·입소스모리·ICM 등의 조사에서는 잔류 쪽이 43∼51%로 탈퇴(36∼41%) 의견을 앞섰으나, 유고브와 ORB 인터내셔널에선 탈퇴(43∼45%)가 잔류(36∼37%)보다 높았다.

 영국에선 1975년 유럽경제공동체(EEC)의 잔류 여부를 두고 국민투표 했던 사례가 거론된다. 당시 국민투표에선 혼조세로 알려졌으나 막상 투표함을 열자 67%의 국민이 ‘유럽’을 선택했다. 잔류파에선 이번에도 재현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차이점이 크다.

 첫째, 집권당의 분열이다. 당시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집권당의 분열 때문에 국민투표 카드가 나왔다.

75년엔 노동당이 EEC에 대한 입장 차이로 내분이 일었고 해럴드 윌슨 총리가 재협상 후 국민투표 카드를 꺼냈다. 보수당 소속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행보와 유사하다.

그러나 75년엔 노동당을 제외하곤 주요 정당들이 잔류를 지지했다. 마거릿 대처 보수당 대표는 당시만 해도 열렬한 유럽주의자였다. 노동당은 이후 결국 당이 쪼개졌다.

 이번엔 보수당이 갈등 중이다. 우파의 영국독립당이 탈퇴를 지지한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유럽에 남아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잔류 운동엔 별 열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75년 탈퇴 운동을 이끌던 이들은 특이하거나 낭만주의자로 여겨지는 인물들이었다. 이번엔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보수당의 차기 당권 주자인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이 탈퇴를 대표하는 얼굴이다.

 둘째, 대부분의 대기업이 잔류를 원하지만 일부는 탈퇴를 주장한다. 과거엔 기업들이 한목소리로 잔류를 천명했다.

이번에는 FTSE 100지수에 속하는 기업 중 36곳만 브렉시트 반대 성명에 동참했다. 테스코 등의 이름이 빠졌다. 업계에선 “당초 80곳 정도로 알려진 것보다 참여도가 낮다”고 했다. 진공청소기로 유명한 제임스 다이슨처럼 기업인들 중 탈퇴론자들이 있다.

 셋째, 보수 매체들은 탈퇴를 지지한다. 75년엔 주요 언론들이 잔류를 지지했다. 이번엔 파이낸셜타임스·이코노미스트·가디언이 잔류에, 더타임스와 데일리텔레그래프·데일리메일 등 보수 일간지가 탈퇴 쪽이다. 보수매체들은 총선 때와 달리 캐머런 총리 때리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영국이 유럽으로부터 벗어날 가능성이 진정으로 있다”고 보도했다.

고정애 런던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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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