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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도 안 낳는데…셋째에만 집중된 출산 장려책

“다들 둘째 낳기 어렵다는데 나라에선 셋째만 너무 강조하는 것 같아요.”

 얼마 전 둘째 아이를 출산한 이선영(37)씨는 다자녀우대카드를 발급받으려다 세 자녀 이상만 대상이란 이야기를 듣고 돌아섰다. 다자녀우대카드는 다둥이 부모의 필수품이다. 대중교통·대형마트 할인, 학원비 감면, 소아보험 무료 가입 등 혜택이 꽤 쏠쏠해서다.

그러나 이 카드는 광역자치단체별로 지원 대상이 다르다. 서울과 경기도에선 둘째부터, 부산과 인천·대구에선 셋째부터 발급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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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출산국일수록 다자녀 지원책이 많다. 한국도 그렇다. 그러나 대부분이 ‘셋째’ 중심으로 설계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영주택 특별공급 청약 자격도 셋째를 출산한 가구부터 적용한다.

주택자금이나 전세자금을 빌릴 때 금리도 우대한다. 자동차 취득세(7%)를 감면해주고, 전기요금(20%)과 도시가스(최대 6000원) 역시 할인 혜택을 받는다. 소득 8분위 이하 가정(월 소득인정액 893만원 이하)에는 셋째 자녀부터 대학등록금(연 450만원)을 지원한다. 출산장려금도 둘째와 셋째의 편차가 크다.

부산시는 둘째를 낳은 가정에 20만원을 주지만 셋째를 출산하면 120만원을 지급한다. 연말정산 세액공제액도 셋째부터 15만원에서 30만원으로 늘어난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재원 문제가 있겠지만 다자녀 정책의 대상을 선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젊은 세대가 ‘둘째를 낳을 만하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10년간 정부는 저출산 극복에 과감한 투자를 했다. 저출산·고령화 1~2차 기본계획(2006~2015년)을 시행하며 100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관련 예산도 해마다 늘어 올해는 2006년(2조1000억원)의 약 10배가 됐다.

그런데 결과는 신통치 않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 수)은 1.24명이다. 전년보다 0.03명 늘었지만 15년째 초(超)저출산국(합계출산율 1.3명)에서 벗어나는 데 실패했다.

조 교수는 “그동안 나온 저출산 대책이 고용이나 주거 환경 개선이라는 본질적 문제에 접근하지 못하고, 보육 문제에만 몰두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출산 장려 정책이 무수히 많지만 소위 ‘디테일’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은 일본보다 높다. 그러나 출산율은 일본보다 낮다. 결혼은 더 많이 하지만 아이는 덜 낳는다는 의미다.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결혼을 하면 아이 하나는 낳는데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어도 엄두가 안 난다는 여성이 많다”며 “출산율을 확 끌어올리려면 둘째에게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출산율이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국내 인구는 2050년 4247만 명, 2100년 1859만 명, 2200년 322만 명으로 급감한다. 같은 기간 서울 인구는 825만 명, 282만 명, 24만 명으로 줄어든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분석이다.

유재국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합계출산율이 2명 이상(2.3명)은 돼야 적절한 균형 인구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출생아의 출산 순위별 비중을 보면 첫째는 52.3%로 전년보다 0.4%포인트 증가했지만 둘째와 셋째는 감소했다.

강 교수는 “지금은 1조~2조원을 아낄 때가 아니고, 인구 재앙을 피하기 위한 투자로 봐야 한다”며 “나라 경제가 어렵지만 저출산은 나중에 해결하겠다고 미뤄둘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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