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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탐험(6)] 김정은의 권력 해부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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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김정은 제1위원장과 함께 앞줄에서 참배하는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모습. [사진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할아버지-아버지의 유산 속에서 살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이후 최고사령관(2011년 12월 30일)-노동당 제1비서(2012년 4월 11일)-정치국 상무위원·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2012년 4월 13일)에 올랐다. 북한의 모든 권력을 장악했지만 집권 5년차인데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통치이념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의 통치이념은 ‘김일성-김정일 주의’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그대로 따라가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자리를 다 차지했지만 아직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권위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살아있는 김정은 보다 사망한 할아버지-아버지가 통치하고 있는 셈이다.

김정은을 둘러싸고 있는 권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당 조직지도부· 국가안전보위부· 백두혈통을 비롯한 빨치산 세력들이다. 김정은과 이들 권력들과의 미묘한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현재의 북한을 아는데 도움이 된다. 김정은 탐험은 김정은이 이들을 장악하고 있는지 반대로 이들에 의해 휘둘리고 있는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먼저 김정은 탐험(6)은 김정은과 당 조직지도부의 관계를 다룬다.

조직지도부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북한을 통치하는 조직이다. 북한 사회의 모든 정치·정치·사회·문화적 활동이 조직지도부에 집중돼 있다. 그래서 북한에서 말하는 ‘유일적 지도체제’, ‘유일적 영도체계’가 가능하다. 쉽게 말해 북한 주민들은 조직지도부에 의해 감시받고 통제된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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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도 조직지도부에 의해 움직인다. 그의 동선과 말은 조직지도부가 만든다. 공장·기업소, 협동농장, 기관, 학교 등 현장에서 행하는 정책지도방법인 현지지도의 장소와 동행하는 인물들을 조직지도부가 정해준다.

김정은이 현지지도에서 언급한 말도 조직지도부에서 정리한 뒤 김일성·김정일 연설의 내용을 첨가해 각 기관으로 내려 보낸다. 김정은을 경호하는 호위사령부도 조직지도부 소속이다. 따라서 김정은의 일거수일투족을 조직지도부가 관리하고 있다.

조직지도부는 김정일이 키웠다. 김정일이 1973년 9월 조직비서로 임명된 이후 조직지도부는 급부상했다. 김정일은 조직지도부를 자신의 세력들로 만들어갔다. 김일성은 노동당 사업을 김정일에게 일임하고 국가적 사업에만 치중했다. 국가의 중요한 일은 정무원(현재의 내각)에서 담당하도록 조정했는데 이는 김정일이 실수할 경우를 고려한 조치였다.

따라서 노동당은 김정일의 후계작업을 위한 기구로 꾸려졌고 이런 김정일을 뒷받침해 준 세력이 3대혁명소조다. 중국 문화대혁명의 홍위병 조직을 모방한 것이다. 김정일은 조직지도부에 3대혁명소조지도부를 신설했고 홍위병처럼 노동당과 국가 기관의 젊은 일꾼과 기술자, 청년 인텔리 등 엄선해 구성했다. 김정일과 운명을 함께 할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첫 작품은 ‘온 사회의 김일성주의화’다. 김일성 우상화로 북한의 모든 상황을 여기에 집중시켰다. 김정일의 후계 작업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 김일성주의를 내세워 하나씩 제거했다.

3대혁명소조의 설립 목적은 젊은 피를 동원해 북한의 경제를 재생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목적이 변했다. 이들은 지방관리의 부정부패를 척결하면서 김정일의 정치적 입장을 강화시키려고 했고 인민들 속에 김정일의 기반을 구축해 후계자로서의 지위를 확립하는데 주력했다. 당시 3대혁명소조에 대한 지방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3대혁명소조원들이 지방 사정이나 공장 및 농장의 실정을 모르면서 이렇게 저렇게 해보라고 지시하는 바람에 “너희들이 해보라”는 식의 거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3대혁명소조는 김정일의 후계사업과 김정일 정권이 들어서면서 조직지도부로 대거 진출해 한 시대를 풍미했고 지금의 조직지도부를 꽉 쥐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경옥 제1부부장, 조연준 제1부부장이다. 북한의 2인자로 알져진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도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출신이다. 김경옥은 2008년, 조연준은 2012년부터 제1부부장을 맡고 있다.

문제는 조직지도부장이 누구인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정일은 사망하기 전까지 조직지도부장을 놓지 않았다. 그 이유는 조직지도부장의 막강한 권한 때문이다. 고(故) 황장엽 노동당 비서와 함께 탈북한 김덕홍씨는 자신의 회고록 『나는 자유주의자이다』에서 “김정은이 조직비서 겸 조직지도부장을 겸임한다는 북한의 공식보도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것은 북한 노동당 내에 김정은보다 더 높은 김일성족속이 있으며 그가 김정은을 섭정하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메시지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일부 매체는 조직지도부장을 김정은의 누나 김설송을 지목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다.

조직지도부 사람들은 해외를 나간 적이 없다. 그 이유는 해외에 나간 사람은 자본주의에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며 순수 국내파들로만 구성했다. 따라서 이들은 국제정세에 어둡고 과거 사회주의 진영논리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다.

북한이 핵개발을 하는 이유를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 2015년 3월 28일자에 밝힌 적이 있다. 세 가지였는데 첫 번째 이유가 핵무기가 김정일이 남긴 가장 큰 유산의 하나라는 것이다. 힘이 없으면 자기를 지킬 수 없는 오늘의 세계에서 김정일이 북한을 핵강국의 위치에 올려놨다는 설명이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이 조직지도부는 김정일 프레임에서 북한을 움직이려고 한다. 북핵 개발도 ‘핵무기=김정일 유산’이라는 등식으로 정당화시키고 있다. 중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개발에 고집하는 이유다. 조직지도부는 김일성 시대부터 줄기차게 주장해온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전까지 핵개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도 이 부분에서 조직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없다. 김정일의 유산을 거스르려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 명분이라면 북·미, 남북, 북·일 관계가 좋아져 북한이 주장하는 ‘경제강국’을 이룰 수 있는 환경 조성이다. 하지만 북·미 관계부터 꼬여 있으니 김정일의 유산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계속)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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