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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들이 구호 외치고 가두행진…경찰 “집시법 적용 못해 난감”

홀로그램을 이용한 ‘유령집회’가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주최한 이 행사는 사전 제작한 가두행진 등의 영상을 스크린에 투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진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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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라. 시민들의 말할 권리를 보장하라.”

한국앰네스티, 첫 홀로그램 집회
경찰, 교통방해·소음위반 등 체크


 24일 오후 8시30분 서울 광화문광장 북쪽 끝(경복궁 앞 도로) 지점에서 수십 명의 시민이 외치는 구호가 우렁차게 흘러나왔다. 온몸이 푸른 빛으로 휩싸인 이들이 ‘집회는 인권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가두행진을 하며 내지르는 소리였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사전에 촬영된 영상이 3차원(3D) 홀로그램으로 구현되고 있는 거였다. 광장 주변을 지나가던 시민들은 처음 보는 광경을 신기해하며 걸음을 멈추고 홀로그램이 나오는 가로 10m·세로 3m의 반투명 판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경찰은 유령집회가 시작되자 홀로그램 영상이 도로에까지 비춰 교통에 방해가 되지는 않는지, 소음 기준(야간 65㏈)을 초과하지는 않는지를 중점 확인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문화제 형태로 연 이른바 ‘유령집회’는 오후 9시까지 30분간 진행됐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정부에 촉구하는 게 목적이었다.

 유령집회가 끝나자 곧바로 ‘유령 호소문 낭독’이 이어졌다. 이 또한 3D 홀로그램을 통해 구현됐다.

유령집회 참가자들은 호소문을 통해 “유령이 되어서라도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은 헌법 제21조에서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엠네스티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집회·시위 현장에서의 경찰력 남용을 막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올해의 핵심 과제로 설정키로 했다.

 유령집회를 기획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집회 시작 3시간여 전인 오후 5시쯤 서울 광화문광장에 가로 10m·세로 3m의 반투명 판을 설치했다. 사전에 촬영된 영상을 방충망처럼 촘촘하게 얽힌 형태의 반투명 판에 투영해야 3D 홀로그램이 보이기 때문이다.

앰네스티는 “주변이 어두워야 홀로그램의 3D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점 때문에 유령집회 시간을 해가 진 이후인 오후 8시30분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80여 명의 시민은 지난 12일 서울 북아현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홀로그램 시위 영상 촬영에 참여했다. 이후 10여 일간 편집·합성 작업 끝에 국내 첫 홀로그램 집회 준비가 완료된 것이었다.

 당시 유령집회 영상 촬영에 직접 참가했다는 박시현(24·여)씨는 “초록색 패널로 뒤덮인 스튜디오에서 난생처음 찍어본 영상이 어떻게 나올지 너무 궁금해 현장을 찾아왔다”며 “집회·시위의 자유를 주제로 하는 단편영화를 본 기분”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광화문광장 일대에 전경·의경 300여 명을 배치했다. 서울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사람들이 모이는 일반적인 집회와 달리 해산명령 등 집시법의 세부 항목을 적용할 수가 없어 난감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유령집회는 큰 돌출행동 없이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글=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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