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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왜 제3 당을 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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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마침내 선거구 획정에 합의를 했다. 선거일을 불과 50일 앞두고서야 합의에 도달한 것이다. 양당의 합의안을 보면서 겨우 ‘이깟’ 내용 때문에 그리도 긴 시간을 허비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정당 간 철저한 주고받기 이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지 못하는 동안 정치 신인들이나 군소정당들은 속이 타들어갔겠지만 두 거대 정당으로서는 전혀 급할 것이 없었던 것이다.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하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 때만 해도, 이와 같은 두 거대 정당의 독과점 체제가 이번에는 깨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졌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런 기대감은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율은 기존 정당들과 비교할 때 상당히 낮고, 안철수 개인에 대한 지지도 역시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무엇보다 ‘안철수 당’의 창당에도 불구하고 ‘바람’이 느껴지지 않는다. 몇 해 전 이른바 ‘안철수 현상’이 나타났을 때만 해도 ‘바람’이 불었다. 젊은 유권자들이라는 분명한 주도 세력이 있었고, 지역적으로도 그것은 서울을 비롯한 전국적인 현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의당에 대한 분명한 지지층도 잘 보이지 않고, 지역적으로도 지지세는 호남에 국한되어 있는 것 같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제3 당’의 출현에 대한 기대감은 분명히 존재한다. 민주화 이후 거의 3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지역주의에 기반한 폐쇄적인 양대 정당 구도는 여전히 건재하고, 이들은 이미 변화에 저항하는 기득권 세력이 되었다. 현재의 정치 구도 속에서는 ‘87년 체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치적 동력은 나타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3당에 대한 기대감은 이처럼 답답한 현재를 넘어 보다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정치 질서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절박한 소망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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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상황 속에서도 국민의당이 지지부진한 것은, 많은 국민들이 왜 새로운 제3의 정당을 원하고 있는지 신당을 만든 이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제3의 정당을 원한다고 해도, 유권자들에게는 ‘또 다른 기성 정당’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당을 이끌고 있는 주요 정치인들은 기존 정치에 매우 익숙한 이들이고, 노회(老獪)하다면 모를까 결코 참신(斬新)하다는 인상을 주지는 못한다. 아무리 봐도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 낼 만한 이들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저 당내 비주류 불만 세력이 뛰쳐나와 만든 또 다른 더불어민주당 같아 보인다. 이렇다 보니 왜 새로운 정당을 만들었는지, 도대체 뭘 하겠다는 정당인지 잘 알기 어렵다. 정당의 정체성도 분명치 않아 보인다는 말이다. 과거 안철수 현상의 요체였던 ‘새 정치’는 아예 당명에서도 사라져 버렸다.

 안철수 의원이 탈당해서 독자 정당을 창당하기로 한 것은 2012년 대선에서의 쓰라린 경험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무소속’이었던 안 후보는 정당 없는 대선 후보의 한계, 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지원이 없는 대통령 선거운동의 어려움을 절감했을 것이다. 그래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사전에 그것을 위한 정치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계산에서 신당 창당을 서둘렀던 것 같다. 이 때문에 선거 공학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했고, 더민주에 대한 불만이 높았던 호남이 우선적으로 중요하게 생각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의 세계에서는 눈에 보이는 것 못지않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당장은 막막하고 힘들어 보여도 정치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 리더나 정당이 표방하는 가치와 명분, 그리고 진정성이다. 김영삼, 김대중이 권위주의 체제의 오랜 강압으로부터 버텨낼 수 있었고 결국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정치에 민주화라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비주류였던 노무현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도 탈지역주의라는 명분을 끝까지 내려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명분과 가치가 이에 공감하는 동지들을 규합해 낼 수 있었고, 그들을 따르는 수많은 지지자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안철수나 국민의당에서 그러한 명분과 가치, 진정성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서 새로운 정당이 만들어졌지만 기존 정당들과 뭐가 다른지 잘 알기 어렵다. 차별화된 가치도, 새로운 인물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바람’이 불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망한 일이다. 지금으로서는 기껏해야 ‘호남 자민련’ 이상을 예상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 정치를 바꾸기는커녕 또 다른 지역주의 정당이 출현하는 셈이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제3당의 출현을 바라보았지만, 지긋지긋한 두 거대 정당의 폐쇄적 정당 구도는 이번에도 또 살아남을 것만 같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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