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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홀로그램 '유령집회'…"광화문 광장에 1000명의 유령이 등장한다"

씬(scene) 1-2, 테이크 D1, 롤1, 액션!”

지난 12일 서울 북아현동에 위치한 한 스튜디오에선 영화 제작현장에서나 들려올 법한 큐 싸인(Q-sign)이 연신 울려퍼졌다.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가 24일 여는 ‘광화문 광장 유령집회’를 위한 영상 제작 현장이었다. 이날 70평 규모의 지하 1층 스튜디오는 10여개의 촬영용 조명과 함께 사방이 초록색 판넬로 뒤덮여 있었다. 초록색 판을 배경으로 영상을 촬영한 뒤 편집 과정에서 배경색을 제거해 피사체만 남기는 '크로마키(chroma key) 촬영' 기법이 구현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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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진행된 유령집회 홀로그램 촬영 현장.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를 통해 신청서를 제출한 시민 80여명이 참여했다. [사진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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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진행된 유령집회 홀로그램 촬영 현장.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를 통해 신청서를 제출한 시민 80여명이 참여했다. [사진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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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진행된 유령집회 홀로그램 촬영 현장.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를 통해 신청서를 제출한 시민 80여명이 참여했다. [사진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엠네스티 한국지부가 이러는 이유는 뭘까.

엠네스티는 당초 지난달 25일 청와대 앞 청운동 주민센터 인근에서 "대한민국에서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정부에 촉구하는 내용의 집회를 열려 했다.

하지만 경찰은 "해당 집회가 교통 혼잡을 유발할 수 있다"며 불허했다. 실제로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총 12만7483건의 집회 중 193건이 허가를 받지 못했다. 불허 이유로는 교통소통방해가 124건으로 가장 많았고 생활평온침해(13건), 공공질서위협(7건) 등의 순이었다.

그러자 엠네스티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모이고 메시지를 던지는 집회·시위를 막는 것은 국민의 입을 막는 폭력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시위의 자유를 주장하는 집회를 열되 방식은 홀로그램 집회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는 지난해 4월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 최초의 홀로그램 집회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당시 홀로그램 집회는 스페인 시민단체인 ‘홀로그램 포 프리덤’이 공공시설 근처 시위를 금지하는 법안에 항의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다. 엠네스티는 스페인 사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광화문집회에 ‘유령집회’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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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세계 최초로 진행된 홀로그램 집회. [사진 유튜브]

이날 유령집회 영상 촬영에는 총 엠네스티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 신청을 한 8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엠네스티는 이들을 20명씩 4개조로 나눠 오후 2시부터 9시간 동안 가두행진·모두발언·구호제창 등 유령집회에 필요한 영상을 촬영했다.

퇴근 후 곧바로 스튜디오를 찾아 촬영했다는 직장인 이충효(29)씨는 "지난해 스페인 여행 중 우연히 홀로그램 집회를 현장에서 봤다"며 “한국에서 최초로 열리는 홀로그램 집회인만큼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해 참여했다”고 말했다.

3D 홀로그램을 활용한 유령집회는 24일 오후 8시 30분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30분간 진행된다. 가로10m·세로3m의 반투명 판에 사전에 촬영한 영상을 투영하면 약 1000여명이 모여 집회를 진행하는 것과 동일한 시각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엠네스티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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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집회에서 사용되는 3D 홀로그램을 시연한 모습. 배경을 지우고 영상에 등장한 시민들의 모습만 모아 편집하는 크로마키 기법이 활용됐다. [사진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경찰은 국내 최초의 홀로그램 집회에 대한 대응방안을 고심중이다. 실제로 시민들이 모여 진행되는 집회가 아닐뿐더러 스크린에 영상이 투영되는 것이라서 집시법 세부항목을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집회의 정의 자체가 ‘다수의 사람이 특정 목적으로 특정 장소에 모이는 행위’인데, 홀로그램 집회는 영상만 나올 뿐 특정 장소도, 다수의 사람도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령집회를 둘러싼 경찰의 고민은 크게 세 가지다. 

▶홀로그램 영상을 집회로 볼 수 있는지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영상을 상대로 자진해산 불응 등의 집시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미신고 집회 혐의로 처벌한다면 그 대상은 누구로 해야 하는지다.
 
경찰은 일단 유령집회에 엠네스티 관계자와 시민 등 100여명이 모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서 신고지역 이탈이나 구호 제창 등 돌발행동이나 집시법 위반 행위 등을 1차적으로 단속할 계획이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홀로그램 주변에 모여있는 시민들이 직접 구호를 외치지 않더라도 박수를 치거나 함성을 지르는 것만으로도 미신고 집회에 동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도 “홀로그램을 상대로 해산명령을 내리거나 영상에 등장한 시민들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낼 수 없는 상황이라 경찰로서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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