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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파밸리를 세계적 와인 산지로 키운 피터 몬다비 101세로 별세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의 와인 품질을 한 단계 높여 미국이 주요 와인 생산국으로 발돋움하는데 기여한 사업가 피터 몬다비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숨졌다. 101세. 찰스크룩 와이너리는 이 회사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몬다비가 이날 캘리포니아주 세인트헬레나의 자택에서 사망했다고 22일 밝혔다.

몬다비는 1914년 미네소타주 버지니아에서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와인업계에서 일하던 아버지를 도와 포도상자를 포장하면서 일찍부터 와인에 관심을 가졌다. 1937년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본격적인 와인 연구를 위해 UC버클리 대학원에서 화학을 공부했다. 1943년 부모가 나파밸리의 찰스크룩 와이너리를 인수하자 형 로버트와 함께 경영에 참여했다.

당시 나파밸리는 자두나 배·견과류 등 다양한 작물이 재배되던 평범한 농촌이었다. 와인이라곤 큰 항아리에 담아 파는 싸구려 제품이 전부였다. 몬다비는 숙성 과정에서 산화(酸化)를 피하고 와인 본연의 맛과 향을 살리는 저온숙성 기술을 개발했다. 또 나파밸리 최초로 프랑스산 오크통을 도입해 이 지역 와인의 품질을 끌어올렸다. 피노누아르·샤도네 등 프랑스산 포도 품종을 들여오는 등 다양한 품종을 현지화하는 데도 앞장섰다.

몬다비 형제는 1959년 아버지 세사르가 사망하면서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벌였다. 가장 큰 원인은 두 사람의 성격 차이였다. 외향적이고 저돌적인 로버트와 달리 그는 보수적이고 신중했다. 결국 로버트는 1965년 찰스크룩 와이너리에서 나와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를 창업했다. 이 와이너리는 급속도로 성장해 93년 나스닥에 주식을 상장하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 끝에 2004년 음료제조업체 컨스텔레이션 브랜즈에 매각됐다.

형의 와이너리가 부침을 겪는 동안에도 몬다비는 흔들림 없이 가업을 이어갔다. 형제는 2005년 화해하고 공동으로 제조한 와인 '안코라 우나 볼타('다시 한번'이라는 뜻)'를 내놓았지만, 그들이 함께 할 시간은 짧았다. 2008년 5월 로버트는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몬다비는 100세를 맞이한 2015년 은퇴하기까지 매일 출근해 문서를 결재하고 와인을 맛봤다. 그는 임종하기 앞서 가족들이 “가장 자랑스러운 일을 한가지 꼽아달라”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끝까지 가업을 지켜낸 것이 무엇보다 뿌듯하다. 어려운 시기에도 가업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선친께 말씀 드리고 싶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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