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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읽고 쓸 수 있는 능력"… 만학도 556명 졸업장 받는다

나는 누구에게서도 편지를 받아 본 적이 없어서 내가 나한테 편지쓰기를 한다. 저 세상에 갈 때까지 몸 건강해 주세요. 이 세상에 태어나서 고생만 지지리하고 이제라도 행복하게 살다 가겠소.”


신임순(76)씨가 생애 처음으로 쓴 편지의 일부다. 신씨는 23일 오후 3시 서울시교육연수원에서 열리는 ‘제5회 학력 인정 문해교육 졸업식’에서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는다. 기자가 편지에 적힌 '행복'의 의미를 묻자 신씨는 “나에게 행복은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신씨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반대로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했다. 칠순이 넘도록 이름 석자와 전화번호 외엔 쓰지도, 읽지도 못했다. 그러다 지난 3년 간 매일 2시간 가량 서울 남성초등학교에서 국어·수학·한문·영어를 배우게 됐다. 하루 5시간 청소 아르바이트와 집안일을 병행하면서도 학업을 이어갔다.

신씨는 “아버지께서 '여자가 배우면 시집살이 못한다'며 5남매 중 두 형제만 공부를 시켰다. 너무 배우고 싶어 형제들 책을 몰래 보다 걸리자 아버지가 책을 찢어버린 적도 있다"고 떠올렸다. 그가 쓴 생애 두 번째 편지는 그를 가르쳤던 담임교사, 교감에게 보고 한다. 신씨는 "잘 가르쳐주는데 못 알아들어 죄송하다, 손과 머리가 따로 논다는 내용이었다”며 웃었다.

2013년 푸른사람들 푸른어머니학교에 입학한 이매자(73)씨 역시 같은 날 졸업한다. 이씨는 정규수업 외에도 특별반인 야간 시쓰기반에 참여한다. 이씨는 “손가락 관절염이 있어 글씨를 예쁘게 못 쓰는게 아쉽지만 내 마음을 글로 옮길 수 있다는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덕평생학습관에 다니는 안상은(70)씨는 “처음에는 은행가는 것도 어려웠지만 지금은 영어수업도 듣고 한자 자격증 준비를 하고 있다. 대학에도 가서 계속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졸업식에는 서울 시내 36개 기관에서 학력인정문해교육을 이수한 556명이 졸업장을 받는다. 이들 중 99%가 50~80대 장·노년층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11년부터 ‘초·중학력인정 문해교육’을 실시해 현재 2260명이 학력인정 문자해득 교육을 받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부터 초·중학교 문해교육 운영기관을 64개에서 66개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며 “저학력·비문해 성인들에게 한글 교육 등 학력 취득 기회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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