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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ove you도 못 쓰던 내가 번역가로…해리포터 마법이 삶도 바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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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이펙트』 한국어판 제작에 참여한 박나리·이정은·노송은·박민정·이윤정·홍성호(왼쪽부터)씨. 해리포터 지팡이와 목걸이 등을 갖추고 사진을 찍었다. 이들은 “해리포터로 꿈과 열정의 가치를 익혔다”고 했다. 해리포터가 부린 일상의 마법이다. [사진 김상선 기자],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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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4억5000만 부 넘게 팔린 ‘해리포터’ 시리즈가 우리나라에서 첫 출간된 때는 1999년이다. 2007년 완결편인 제7권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이 출간될 때까지, 해리포터는 초특급 베스트셀러로 출판계를 평정하면서 TV·게임에 빠진 아이들을 책 앞으로 불러냈다.

해리포터 비평집 낸 열성팬 6인

초·중학생 시절 해리포터를 처음 만나 조앤 롤링이 열어둔 공간 속에서 감정 이입을 하고 상상을 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었던 아이들이 이젠 어른이 됐다. 박나리(31)·이윤정(27)·박민정(27)·노송은(23)·홍성호(23)·이정은(22)씨.

해리포터 ‘덕후(열성팬)’를 자처하는 이들은 해리포터 비평글 모음집 『해리포터 이펙트』(엑스북스·사진)의 번역 작업 등에 참여했다. 책 출간에 맞춰 만난 이들은 “해리포터의 마법이 우리 삶도 바꿨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해리포터를 처음 만난 날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라고 밝힌 박민정씨는 “책 표지가 너덜너덜해지다 못해 찢어질 때까지 보고 또 봤다. 이불 속에 스탠드를 집어넣고 밤새 읽곤 했다”고 말했다. 중1 때 해리포터를 알게 된 박나리씨는 “주로 초등학생이 활동하던 팬클럽에 들어가 초등 5학년이라고 속이고 활동했다”고 했다.

 해리포터에 몰입하며 열정을 불태웠던 시간은 이들에게 추억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학교에서 ‘해리포터에 맛이 간 그 여자애’로 통했다던 이정은씨는 “외고 입시 준비를 하며 악몽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해리포터를 알게되면서 행복해졌다. ‘쉬는 시간에 해리포터 봐야지’라고 생각하면 수업 시간에도 힘이 났다. 뭔가를 좋아한다는 것의 가치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윤정씨는 “우물안 개구리였던 내가 해리포터를 읽으며 전 지구적인 문제에 관심이 생겼다”고 했고, 홍성호씨는 “힘 없고 약한 자를 강한 사람들로부터 지켜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는 인생관을 갖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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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로 결정에 해리포터가 미친 영향도 지대하다. 박나리씨는 출판번역가로 활동 중이고, 대학생인 노송은씨의 전공은 영어통번역이다.

대학 휴학생인 홍성호씨와 이정은씨는 번역 아르바이트와 유튜브 영상 자막 번역 등의 일을 하고 있다. 다들 해리포터 번역본이 나오기 전 영어 원서를 구해 읽다 영어 실력이 늘게 됐고, 번역·출판 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초등 6학년 때까지 ‘아이 러브 유’ 철자도 제대로 못 썼다”던 이윤정씨는 “해리포터와 사랑에 빠지면서 해리포터가 태어난 나라, 해리포터가 쓰는 언어 등 해리포터의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됐고, 그 때부터 영어공부에 박차를 가해 2년 만에 각종 영어 관련 대회 상을 휩쓸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아랍어를 전공한 이씨는 현재 통번역대학원에 진학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의 ‘덕후’ 생활은 아직도 계속된다. “얼마 전 아씨오 마법으로 헤르미온느를 소환하는 꿈을 꿨다”(홍성호), “친구와 함께 해리포터 안경과 넥타이를 매고 홍대 부근을 돌아다녔다”(노송은) 등의 고백이 줄줄이 이어졌다. 노씨는 해리포터를 각색해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어소설까지 썼다.

이러한 ‘덕후’는 최근 문화 콘텐트의 유통과 생산에서 중요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의 분석에 따르면 ‘덕후’는 “‘독자 맞춤형’ 체계로 가는 출판계의 떠오르는 파워 (저자)집단”이다.

지난해 출간돼 화제를 일으킨 『문구의 모험』이나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 『마션』 모두 ‘덕후’ 저자의 힘을 보여준 사례다. 단순히 열광적 소비자를 넘어 스스로가 전문성을 가진 제작자·창작자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역시“해리포터처럼 치밀한 플롯을 짜서 누가 봐도 흠이 없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홍성호)는 꿈을 꾼다. 박민정씨도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힘을 불어넣는 글을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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