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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물 넘고 몸싸움, 비탈진 설원 1㎞ 추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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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용

‘설원의 레이서’들이 평창으로 몰려온다. 2016년 국제스키연맹(FIS) 프리스타일 스키·스노보드 크로스 월드컵 경기를 위해서다. 대한민국 스노보드 국가대표 우진용(30·전남스키협회)도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스키·스노보드 크로스 월드컵, 25일부터 보광 휘닉스파크서 개최

 프리스타일 스키·스노보드 종목인 크로스(cross)는 말 그대로 스키와 스노보드를 타고 벌이는 크로스컨트리(일정한 거리를 두고 벌이는 경주)다. 12도 정도의 경사로 만들어진 1000m 가량의 코스를 4~6명의 선수가 동시에 출발해 순위를 가린다.

눈 언덕이 약 100m 간격으로 설치된 데다 사이클 벨로드롬처럼 경사진 뱅크 트랙, 점프대, 장애물도 있다. 험난한 코스를 시속 60~80㎞의 속도로 내려온다. 1㎞가 넘는 거리를 1분에 주파하는 속도전이다. 몸싸움까지 벌이기 때문에 부상 위험이 크고, 격렬한 만큼 미국과 유럽에서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보광 휘닉스파크에서 오는 25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이번 월드컵에는 29개국 150여 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과 똑같은 코스에서 열리기 때문에 세계 톱 랭커들도 대거 참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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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X게임(익스트림 대회) 여자 스노보드에서 10번이나 우승한 스타 린지 자코벨리스(31·미국)는 물론 2014년 소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남녀 스키·스노보드) 4명이 모두 출전한다. 한국 선수는 우진용뿐이다.

 우진용은 체육교사가 되길 꿈꿨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사회체육학과 학생이었던 그는 2007년 해병대를 전역한 뒤 이듬해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그곳에서 그는 스노보드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우진용은 “선수 생활을 하진 않았지만 어렸을 적부터 몸 쓰는 걸 좋아했다. 축구와 유도도 했다. 캐나다에선 공부보다 스노보드에 빠져 있었다”며 웃었다.

 스노보드 강사 자격증을 딴 그는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을 보며 인생의 항로를 바꿨다. 우진용은 “TV로 스노보드 크로스를 처음 봤다. 옆에서 달리는 선수들과 부딪히는 등 박진감이 넘치는 경기였다. ‘보는 순간 이거다’라고 생각했다. 올림픽에 나가겠다고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한국에는 스노보드 크로스 국가대표 선수가 없었다. 우진용은 다짜고짜 대한스키협회에 전화를 걸어 국제대회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협회는 흔쾌히 선수등록을 해줬다. 우진용이 국가대표 1호 선수가 된 것이다.

그는 “훈련하다가 부딪혀서 입술이 터졌다. 2010년 호주 컨티넨털컵에 처음으로 출전했는데 첫 번째 레이스에서 넘어져 헬멧이 날아갔다. 다행히 두 번째 레이스는 완주했다. 꼴찌는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30명 중 22위를 기록했다. 손목이 부러져 철심을 박은 적도 있다. 우진용은 “지금도 스타트라인에 서면 여전히 두렵다. 그건 세계적인 선수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그래도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의 희열 때문에 또 타고 싶어진다”고 했다.

 스노보드 선수들은 훈련과 대회 참가를 위해 1년 중 7개월 정도를 해외에서 보낸다. 여기에 드는 비용이 연 2000만원 이상이지만 그가 받는 건 하루 훈련수당 4만원이 전부였다. 전국체전 종목이 아니어서 실업팀이나 스폰서도 없다. 우진용은 부모님의 도움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그는 “남들은 부모님에게 용돈을 드릴 나이인데 돈을 타서 쓰는 게 죄송했다. 나중에는 공사장 막노동까지 해서 돈을 벌었다”고 말했다. 그의 무모한 도전에 조금씩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협회의 지원이 강화된 덕분이다.

2012~13시즌에 이정현(21·숭실대)이 대표로 선발됐고, 장비 담당관인 신명수 코치가 두 선수를 돕고 있다. 지난해 10월엔 슬로베니아 출신 마코 미시치 코치도 합류했다. 우진용은 “더 바랄 게 없다. 이제 평창 올림픽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올림픽에는 40~50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우진용의 세계랭킹은 157위다. 그러나 국가별 출전제한(4명)이 있어 조금씩 성적을 끌어올린다면 평창 올림픽 참가 가능성은 있다. 우진용은 “이번 월드컵 대회에서 꼭 32강 안에 진입하겠다. 그리고 2년 뒤 이 코스에서 태극기를 달고 나서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번 대회를 위해 단장한 휘닉스파크 코스는 난이도가 높고, 경사도가 크다. 우진용은 “휘닉스파크 코스를 둘러봤다. 세계선수권대회에도 나가봤지만 이렇게 규모가 크고 속도가 빠른 경기장은 처음 봤다. 아마 공중에 떠있는 시간이 더 길 것 같다. 정말 짜릿한 경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평창=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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