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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연승 해법 찾은 최태웅 “요즘 수학에 빠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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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연승 중인 현대캐피탈이 V-리그 신기록인 18연승에 도전한다. 전술판에 붙어있던 숫자 ‘18’이 새겨진 자석을 든 최태웅 감독. [천안=프리랜서 김성태]


“요즘 중학교 수학문제 푸는 재미에 푹 빠졌어요. 소인수분해·집합 등을 풀다 보면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죠.”

[정영재의 필드에서 만난 사람] 1위 질주 현대캐피탈 배구단 감독


 인터뷰 첫 마디에 최태웅(40)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남자배구단 감독은 뜬금없이 수학문제 얘기를 꺼냈다. “신현석 단장님이 ‘하루 24시간 배구만 생각하면 시야가 좁아진다. 취미를 가져라’고 하셨어요. 수학 문제집을 풀기 시작했는데 모르는 걸 물어볼 사람이 없어 사흘 동안 끙끙댄 적도 있어요. 하하.”

 최 감독은 젊지만 예리하고 수(手)가 많다. 부드러워 보이지만 누구보다 집요하다. 지난해 4월, 코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감독에 올랐다. 그리고 최근 V-리그 15연승을 달리며 정규시즌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시즌 최다인 15연승은 2006년 현대캐피탈이 김호철 감독 시절 달성했다.

두 시즌에 걸친 최다 연승은 삼성화재의 17연승이다. 현대캐피탈이 남은 세 경기를 모두 이기면 18연승으로 새 기록의 주인공이 된다.

 ‘스피드 배구’를 앞세워 배구판을 뒤집어 놓고 있는 최 감독을 지난 18일 현대캐피탈의 체육관과 숙소가 있는 천안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만났다.

 -이렇게 잘 나갈 줄 알았나.

 “전혀 뜻밖이다. 시즌 전엔 대학 팀에도 졌다. 정규시즌 1·2라운드엔 7승5패를 했다. 3라운드 들어 선수들에게 슬쩍 부담을 줘 봤다. ‘오늘 한번 이겨 봐’ 이런 식으로. 3연패를 하더라. 다시 초심으로 돌아왔더니 선수들이 펄펄 날았다. 나도 깜짝 놀랐다.”

 -뭐가 좋아진 건가.

 “두려움 없이 창의적인 플레이를 한다는 점이다.”

 -하긴 리베로(수비전문) 여오현(38)이 B퀵 토스를 하고, 세터 노재욱(24)이 언더 토스로 속공을 만들더라.

 “훈련 때 여오현이 그걸 하기에 ‘시합 때 쓰지도 않을 거면서. 하지 마’라고 했는데 일주일 뒤에 기어코 하더라(웃음). 세터가 언더 토스(리시브 형태로 공을 아래에서 위로 올리는 것)로 속공을 하다 실패하면 장난 한다고 욕을 먹는 게 보통이다. 나는 실패해도 좋으니 창의적으로 하라고 한다. 다만 너무 무리한 건 자제하도록 틀을 잡아준다.”

 -스피드 배구의 요체는 뭔가.

 “공격할 때 모든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다. 각 공격수의 스텝이 정밀해야 하고, 빠르지만 거칠게 오는 토스를 어떻게 처리하는가도 중요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브라질이 스피드 배구를 앞세워 우승했다. 이후 스피드 배구는 대세가 됐다. 김호철 감독도 현대캐피탈 시절 ‘빠른 배구’를 시도했고, 박기원 감독이 맡고 있는 남자대표팀도 스피드 배구를 표방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스피드 배구는 외국인 선수 한 명에게 공을 몰아주는 ‘몰빵배구’에 늘 당해왔다. 최 감독은 오랜 준비와 적절한 선수 영입, 그리고 모그룹의 IT 기술을 접목해 스피드 배구의 완성도를 높였다.

 -오레올(30·쿠바)과 노재욱의 역할이 큰데.

 “오레올은 2012-13 시즌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에서 뛰었지만 ‘실패한 용병’ 소리를 들었다. 난 ‘정말 대단하다. 다른 팀에 가면 큰일 나겠다’ 싶었다. 그래서 비난을 감수하고 다시 데려왔다. 큰 키(2m7cm)에 비해 리시브가 정말 좋다. 블로킹도 차원이 다르다. 스피드 배구에 최적화된 선수다. 노재욱도 KB에서 데려왔는데 세터로서 키(1m91cm)가 크고 센스도 뛰어났다.”

 정태영 현대캐피탈 부회장은 지난해 최 감독을 발탁하면서 “당장 우승을 바라지 않는다. 길게 보고 현대캐피탈만의 색깔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선수 평가와 인센티브 권한도 최 감독에게 줬다.

구단은 ‘SW21’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줬다. 선수의 각종 데이터와 경기 장면을 분석하는 프로그램이다. 다른 팀들이 한 시간 걸리는 비디오 분석을 현대캐피탈은 20분에 끝낸다. 경기를 앞두고는 체육관 벽면에 상대 경기 장면을 틀어놓고는 각자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시뮬레이션 훈련’도 한다.

 국가대표 세터 출신인 최 감독은 2010년 박철우와 맞트레이드 돼 친정팀 삼성화재를 떠나 울면서 현대캐피탈로 왔다. 그 해 희귀병인 림프암이 발견됐고, 이를 숨기고 시즌을 치렀지만 팀도 자신도 만족할 만한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최 감독은 “투병 과정에서 끊임없이 ‘내가 아파? 난 안 아파. 괜찮아질 거야’라고 긍정의 마인드를 유지하려 애썼다. 덕분에 병도 사실상 완치됐고, 세상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작전타임 명언’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연승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묻자 역시 ‘명언’이 튀어나왔다.

 “연승이 멈췄을 때, 그때까지 지난 과거가 연승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재의 한 게임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천안=정영재 스포츠선임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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