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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이 뭐길래…선거로 두 쪽 난 주민들 “동네 창피해유”

동네 창피해서 뭔 말도 못하것네.” “눈만 뜨면 얼굴 보고 사는 사이에 이게 뭔 일이랴.”


 지난 19일 오전 11시 충남 청양군 청남면 청소1리에서 만난 주민들은 손사래부터 쳤다. 100여 가구, 230여 명이 살고 있는 마을에 웃음이 사라진 지 두 달이 넘었다. 지난해 12월 18일 치러진 이장 선거 때문이다.

청양군 청소1리 “불법 선거” 소송
경찰 소환에 100가구 웃음 사라져
월 20만원 수당, 자녀 대학 장학금
농어업 지원사업 관련 이권도 많아
“권력화…법적 책임 묻는 장치 필요”


선거 직후 낙선한 A(60)후보는 “개표에 참여한 주민 일부가 임의로 서명하고 관련 서류를 위조했다”며 동네 주민들을 고소했다. 경찰이 소환 조사에 나서면서 마을은 더 흉흉해졌다.

 전국 곳곳에서 이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이장은 행정기관(읍·면)과 주민 간 가교 역할을 한다. 농어업 관련 지원사업 신청과 교육, 주민 계도 사항 등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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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건의·애로사항을 읍·면에 전달하는 것도 이장의 몫이다. 이장에겐 매달 20만원의 수당, 매년 상여금(200%)으로 40만원이 지급된다. 여기에 회의 수당으로 월 4만원이 더해져 연간 328만원을 받는다.

일부 지자체는 고교·대학생인 이장 자녀에게 장학금도 준다. 임기는 보통 2~3년으로 대부분 지역에서 연임 제한이 없다. 이장은 각 지자체가 조례나 규칙을 통해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주민총회에서 뽑힌 당선자를 면·읍·동장이 임명하는 식이다.

불법 선거운동이나 금품수수 등이 드러나도 법적 처벌이 불가능하다. 공직선거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선거가 끝나면 결과를 무효로 해 달라고 주민 간 싸움이 벌어지는 곳도 상당수다.

 지난해 말 15가구 31명이 사는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의 굴업리에선 한바탕 소란이 빚어졌다. 이장을 뽑는 주민총회에서 11가구가 투표해 7대 4로 B씨(61·여)가 당선됐다.

하지만 경쟁 후보였던 C씨(56)가 “뭍으로 나간 4가구가 모두 나를 지지했다”며 동수를 주장하고 나서 파국을 맞았다. 주민들끼리 지지후보를 놓고 싸우기도 했다. 면장이 나서 B씨를 이장으로 선임하고서야 사태가 마무리됐다.

 이장을 출세 수단이나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자리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인천시 옹진군 자월면에선 이장 후보자가 군수와 면장에게 협박성 문자를 보내 물의를 빚었다. 선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 자신에 대한 임명이 이뤄지지 않자 ‘두고 보자’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이다.

 경북 달성군에선 지난해 10월 이장의 연임을 제한하려는 군의회와 이를 반대하는 이장협의회가 맞붙었다. 군의회는 “일부 마을 이장이 장기집권해 주민 갈등이 심해진다”며 군청에 건의문을 보냈다. 싸움은 “이장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집단행동에 나선 이장협의회 승리로 끝났다. 군의원들은 “소통이 부족했다.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4·13 총선을 앞두고 전남 보성에서는 최근 이장 16명이 사퇴했다. 순천은 4명, 신안은 2명이 그만두고 선거캠프에 합류했다. 각 후보가 이장들의 인맥을 선거에 활용하겠다는 전략에서다.

 이장 선출을 놓고 주민 간 다툼이 빈발하자 일부 자치단체는 규정을 강화하고 있다. 강원도 양양군은 지난달 이장 선출 규정을 정비했다. 이장 임명에 관한 규칙을 ‘마을총회에서 선출된 적임자를 읍·면장이 임명한다’로 개정했다. 기존 ‘선출자’에서 ‘적임자’로 바꾼 것이다.

한성대 이창원(행정학) 교수는 “이장이 권력화되면서 여론을 호도하고 지위를 이용해 이득을 얻어내는 경우가 생기도 있다”며 “현재는 이장이 주민에게 피해를 줘도 책임을 묻기 어려운데 법적 책임을 묻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청양·인천=신진호·최모란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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