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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영준의 차이 나는 차이나] ‘시 핵심’으로 불리는 시진핑…군까지 완전 장악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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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앞줄 가운데)이 중앙군사위를 개편한 뒤 지난달 11일 베이징에서 군 간부들과 기념 촬영했다. 그는 당은 물론 군부를 장악하며 공산당 중앙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베이징 AP=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새로운 호칭이 붙었다. 지난해까지는 쓰지 않던 ‘핵심(核心)’ 이란 호칭이다. 국가주석이자 공산당 총서기를 핵심으로 부르는 건 당연한 게 아니냐고 반문할 지 모르지만, 이 단어가 중국 정치 권력의 상층부에 쓰일 때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마오·덩샤오핑·장쩌민 계보 이어
후진타오 10년내내 ‘핵심’ 호칭 없어
홍콩 명보 “핵심은 임기가 없다”
직위 내놓아도 막후에 남을 가능성


무엇보다도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에게는 10년 내내 그런 호칭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 핵심’이 갖는 정치적 무게를 짐작할 수 있다.

 핵심 호칭을 처음 쓰기 시작한 사람은 덩샤오핑(鄧小平)이다. 그는 마오쩌둥(毛澤東)을 1세대 핵심, 자신을 2세대 핵심, 그리고 자신이 발탁한 장쩌민(江澤民)을 3세대 핵심으로 명명했다.

그 뒤 당의 공식 문건에선 ‘장쩌민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란 표현이 관용구처럼 등장했다. 하지만 후 전 주석 시절엔 ‘후진타오 동지를 총서기로 하는 당 중앙’이란 표현을 썼을 뿐이다.

 후는 왜 핵심이 되지 못한 것일까. 전임자 장이 국가주석, 당 총서기, 군사위 주석 등 공식 직위는 내놓았지만 자신의 인맥을 통해 당과 정부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실질적인 핵심 역할을 계속 유지했기 때문이다.

중대한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는 반드시 장 전 주석과 협의하는 것이 불문율로 돼 있어 후의 권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총서기에는 임기가 있지만 핵심에는 임기가 없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지적한 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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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 보도로 확인된 것 가운데 시 주석을 핵심으로 부른 최초의 사례는 지난달 8일 텐진(天津) 대리서기 황싱궈(黃興國)가 “시진핑 총서기, 이 핵심을 굳건히 지켜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이후 31개 성·직할시 책임자 가운데 20여명이 비슷한 발언을 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최고 권력자들인 정치국원 25명이 모인 회의에서 “핵심의식과 간제(看齊)의식을 강화해야 한다”는 과제가 하달됐다.

중국 관영매체가 운영하는 미니 블로그 학습소조의 설명에 따르면 ‘핵심 영도(시진핑)에 절대 충성하고 한마음으로 똘똘 뭉치자’는 의미다. 이 매체는 “중국의 정치와 통치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는 해설까지 곁들였다.

 전임자 후가 10년 내내 이루지 못한 일을 시 주석이 3년 만에 이뤄낸 비결은 무엇일까. 이는 시 주석이 당은 물론 군부를 장악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바꿔 말하면 후는 10년간 군부 장악에 실패했다는 얘기다.

반면 시는 총서기직에 오르자마자 반(反) 부패 캠페인을 통한 대대적인 군부 숙청에 나섰다. 반부패로 잘려 나간 세력은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을 필두로 하는 장쩌민 계열의 군부 인맥이었다. 전임 핵심이 군부에 남겨 놓은 세력을 제거한 것이다. 시 주석은 반부패로 군부를 꼼짝 못하게 만든 다음 대대적인 군 개혁을 단행했다.

 이런 작업이 일단락되는 것과 거의 동시에 핵심 호칭이 등장한 건 우연으로만 볼 수 없다. 실제로 시 주석은 이달 1일 군 개혁을 마무리 지으며 행한 군기 수여식에서 본인의 입으로 “핵심의식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런 면에서 시 주석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말한 마오쩌둥의 충실한 계승자라 할 수 있다. 노선 뿐 아니라 통치 수법에서도 비슷한 면이 있다.

 집권 4년차에 핵심 호칭이 등장한 점도 눈 여겨 봐야 한다. 내년으로 예정된 19차 당대회에선 정치국 상무위원 7명 가운데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제외한 5명이 나이 제한으로 물러나게 돼 있다.

물러나는 5명 중 대부분은 시 주석의 인맥으로 분류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시 주석은 자신의 인맥을 상무위원으로 등용해 집권 2기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기 위한 포석을 이미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권력 재편을 1년 앞둔 해에는 늘 당내 권력 투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곤 했다. 2006년 장쩌민의 심복이던 천량위(陳良宇) 상하이 서기가 실각한 건 당 대회를 1년 앞둔 무렵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사뭇 다른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른다. 핵심 호칭은 시 주석이 이미 당·정·군을 완전 장악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① 시진핑 국가 주석의 비중은 리커창 총리의 두 배?
② 시진핑의 1인 체제 굳히기 작전…소조정치(小組政治)


시 주석의 공식 임기는 2022년 끝나지만 핵심 지위를 통해 계속해서 막후 실력자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핵심에는 임기가 없다는 말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예영준 베이징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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