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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세계적 지성 움베르토 에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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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세계를 넘나들며 가장 잘 팔린 학자.”

『장미의 이름』으로 2000만 부 대히트
인삼차 선물에 기뻐했던 소탈한 성품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자택에서 세상을 뜬 움베르토 에코(사진)에 대한 뉴욕타임스 부음 기사의 제목이다. 향년 84세, 2년 여 암투병을 했다. 위에서 두 세계란 기호학과 문학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장편소설 『장미의 이름』이 국내에서만 73만 부, 세계적으로도 40여 개국에 번역 소개돼 2000만 부가 팔렸다. 에코는 소설가이기 이전에 세계적인 기호학자였다. 1974년 밀라노에서 제1회 국제기호학 회의를 조직했을 정도로 영향력 있는 학자였다. 『일반 기호학 이론』(A Theory of Semiotics) 등을 통해 기호학을 대중적으로 알린 점이 공적으로 꼽힌다.

 그의 죽음에 대한 애도 역시 ‘국제적’이다. 이탈리아 대통령과 총리는 물론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까지 그를 “어마어마한 인문주의자”로 평하며 “도서관은 만족을 모르던 독자를, 대학은 눈부신 교수를, 문학계는 열정적인 저자를 잃었다”고 애도했다.

 그는 32년 이탈리아 서북부 알레산드리아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 서재에서 쥘 베른, 마르코 폴로 등의 책을 읽으며 성장해 젊은 시절 방송 관련 일을 하기도 했다.

토리노 대학에서 중세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땄고, 71년부터 평생 볼로냐 대학에서 가르쳤다. 독일어·스페인어 등 5개 현대 언어와 라틴어, 고대 그리스어까지 7개 언어로 강의가 가능했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건 역시 80년 『장미의 이름』을 출간하면서다. 중세수도원을 배경으로, 웃음의 역할을 찬양한 아리스토텔레스의 필사본 원고 공개를 막기 위해 살인도 마다 않는 호르헤 수도사에 맞서 윌리엄 수도사 등이 치밀한 두뇌 게임을 벌이는 내용이다. 추리소설 형식이지만 중세 건축 미학, 난해한 신학 논쟁, 숱한 인용구 등이 방대하게 들어 있어 결코 쉽지 않은데도 대성공을 거뒀다.

한글판 번역자인 고(故) 이윤기씨는 생전 “(나에게) 찬사와 (오역으로 인한) 비판을 동시에 안긴 책”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사물과 현상을 하나의 기호로 파악해 세상을 읽고자 하는 기호학 이론을 추리 형식 속에 녹인 소설로 꼽힌다.

 볼로냐 대학에서 그에게 배운 김주환 연세대 교수는 “처음 인사 드릴 때 한국 인삼차를 선물했더니 ‘아내가 좋아할 것 같다’며 기뻐했던 게 인상적”이라고 회고했다. 그만큼 소탈한 성품이었다는 얘기다.

 한국과도 인연이 있어 2002년 국내 문예지가 마련한 대담에서는 한국의 ‘식용 개고기 문화’를 비난하는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드 바르도에 대해 “어떤 고기를 먹느냐는 문제는 인류학적인 문제”라며 “파시스트”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또 다른 소설 『푸코의 진자』 등 에코의 책은 국내에 30권 가까이 출간됐으며 모두 180만 부 가량 팔렸다. 오는 6월 그의 유작이 된 장편소설 『창간준비호(가제)』(Numero Zero)가 국내 출간된다. 미디어 세계를 풍자적으로 그렸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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