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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중력파 발견은 인류의 거대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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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런스 크라우스
미 애리조나대 교수

과학계에서 난제 중 난제로 알려져 온 중력파의 발견은 엄청난 혁명이다. 중력파는 인간이 지각할 수 있는 영역에 있지 않다. 술기운을 빌리지 않고서는 자신이 사는 집 거실이 주기적으로 늘어났다 줄어드는 경험을 결코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움직임은 분명 있다. 문제는 중력파가 일으키는 변화가 너무 미세해 지금까지 인간은 그 파장을 결코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물론 앞으로도 결코 보지 못할 거라고 믿을 근거는 많았다.

태양 질량 세 배 에너지 발견
관측 가능 모든 별보다 큰 양
기존의 우주론 뒤흔든 혁명
‘빅뱅’ 규명에도 기여할 전망


 그런데 최근 미국 과학자들은 ‘라이고’(LIGO·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기)에서 10억 광년 넘는 곳에 존재하는 두 개의 거대한 블랙홀이 충돌하며 발생한 중력파 신호를 검출해냈다. 중력파를 확인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라이고를 두 개 만들어 하나는 미국 워싱턴주에, 다른 하나는 루이지애나주에 설치했다. 라이고는 한 변의 길이가 4㎞로 된 L자 모양 장비다. 라이고 한쪽 끝에서 레이저 빛을 쏜 다음 그 빛이 다른 쪽 끝에 설치된 거울에 도달해 반사된 뒤 돌아오는 시간을 잰다. 머나먼 은하에서 전달된 중력파가 두 곳에 설치된 측정 장비를 거의 동시에 가로지른다면, L자 모양의 한쪽 변 길이는 짧아지고 다른 쪽은 길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중력파가 지나가는 동안 두 변은 서로 늘어나고 줄어드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중력파를 감지하기 위해 라이고 각 변의 길이가 주기적으로 달라지는 편차를 중성자 크기의 1만분의 1까지 측정하게끔 만들었다. 지구와 가장 근접한 항성 사이의 거리를 인간의 머리카락 굵기만큼의 단위까지 측정하는 것과 동일한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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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정도로 정밀한 측정이 가능하다는 게 놀랍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앞서 얘기한 초미세 떨림까지 감지할 수 있다면 라이고의 거울 속 원자에서 나오는 양자의 기계적 진동은 엄청나게 크게 측정될 수 있다. 그 결과 중력파는 지워져 버리게 된다. 다행히 과학자들은 양자광학의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라이고에서 감지한 두 개 블랙홀의 충돌은 정말이지 엄청났다. 블랙홀 하나의 질량은 태양의 36배에 달했고 다른 하나도 29배나 됐다. 블랙홀 두 개가 충돌 뒤 하나로 합쳐지며 질량이 태양의 62배가 되는 초대형 블랙홀이 탄생했다. 두 블랙홀의 질량을 당신이 직접 더해보라.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맞다. 65배가 답이다. 그러나 실제로 측정된 질량은 62배다. 그럼 태양의 세 배에 달하는 질량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그만큼의 에너지가 바로 중력파로 전환된 것이다. 우리 태양은 100억 개 이상의 원자폭탄이 매초 터지는 양과 동일한 에너지를 내뿜는다. 앞으로 100억 년은 더 타오를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공식 ‘E=mc2’에 따르면 태양은 타는 과정에서 전체 질량의 극히 일부만이 에너지로 변환된다. 하지만 앞서 얘기한 블랙홀 두 개가 충돌한 결과 태양 전체 질량의 세 배에 달하는 물질이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순수 에너지인 중력파로 전환됐다. 관측 가능한 우주의 나머지 모든 별이 발산한 에너지보다 많은 양이다.

 “중력파가 자동차나 휴대전화를 만들어주는 것도 아닌데 왜 연구하느냐”고 묻는 이가 많다. 하지만 음악학자에게 “모차르트 교향곡이 돈을 만들어주는 것도 아닌데 왜 연구하느냐”고 묻는 이는 없다.

 중력파 연구로 상징되는 인간 창의력의 정점은 우주 속 인간의 존재에 대한 시각을 바꾸어준다. 예술·음악·문학처럼 과학 또한 경이로움과 흥분을 선사할 수 있다. 인류 문화에 대한 기여, 다시 말해 인간애(휴머니즘)야말로 과학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중력파의 발견으로 우리는 앞으로 우주에 대해 얼마나 더 많은 사실을 알게 될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중력파 연구를 통해 블랙홀의 신비를 더 자세히 알아낼 가능성은 있다. 그렇다면 은하계와 별, 중력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결국에는 우주 빅뱅 당시 나왔던 중력파까지 관측하게 될지도 모른다.

 중력파는 블랙홀 내부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 근처에서 발산된다. 이곳을 지나간 물체는 다시 돌아올 수 없다. 이 때문에 ‘우주의 탈출구’로도 불린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도 소개됐듯이 ‘사건의 지평선’ 근처에서는 시간이 엄청나게 느려진다(‘인터스텔라’ 대본 작업을 도운 이론물리학자 킵 손은 라이고 실험에도 참여했다).

 ‘사건의 지평선’ 근처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추적하거나, 초기 우주에서 건너온 중력파를 관측하면 우리는 우주 자체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다른 우주의 존재 가능성이 있는지도 가늠하게 될 수 있다. 누구나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또 대체 어떻게 이곳 지구에서 살게 됐는지 궁금했던 시절이 있을 것이다. 라이고 같은 장비를 통해 우주를 관측하며 이 같은 존재론적 질문에 답을 알아낸 것은 인류가 끈질긴 호기심과 기발한 독창성을 가졌다는 증거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큰 축포를 쏘아올려야 할 인류의 행복이 아닌가.

로런스 크라우스 미 애리조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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