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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휴대폰 여론조사에 정치 운명을 맡긴 나라

현행 공천 제도를 개혁해야 할 필요성은 차고 넘친다. ‘전략공천’이란 이름 아래 당 대표에게 줄서기를 강요하거나 계파 수장끼리 공천권을 나눠 가져온 후진적 정치를 타파해야 한다는 당위론엔 누구도 이견이 없다. 여야를 막론하고 4·13 총선 공천에 ‘안심번호 전화 여론조사’를 추진 중인 이유다. 이동통신사가 11자리 임시번호를 만들어 휴대전화 이용자의 성별·연령·거주지 정보를 중앙선관위에 제공하면 각 정당이 이를 받아 활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총선이 두 달도 남지 않은 지금 이 제도의 문제점이 적지 않게 드러나고 있다.

‘휴대전화 위장전입’ 우려 배제 못해
역선택과 응답자 정보 부족도 한계
‘안심번호 공천’ 허점 빨리 보완해야

 우선 우리 정당들이 여론조사로 경선을 할 때마다 불거져온 ‘휴대전화 위장전입’이 재연될 가능성이다. 휴대전화 이용자는 통신사 홈페이지나 콜센터를 통해 손쉽게 주소를 옮길 수 있다. 이를 악용해 경선 예비후보들이 지지층을 지역구 주민으로 둔갑시키거나 그들의 집 전화를 휴대전화로 착신 전환시킬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대구에선 한 예비후보가 통신사 콜센터를 이용해 친인척 20여 명의 거주지를 자신의 주소로 옮겼다는 의혹에 휘말렸다고 한다. 또 휴대전화를 여러 대 가진 응답자가 중복응답을 하거나 범죄를 저질러 선거권이 박탈된 사람이 전화조사에 응해 공천에 한 표를 행사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려 여야는 여론조사에 앞서 반드시 응답자의 실거주지를 확인토록 하고, 주소변경 기준 시점을 지난해 12월 31일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실거주지를 확인하는 데 거액의 혈세가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선거 개혁의 또 다른 대의인 ‘돈 적게 드는 선거’에 역행하는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전화 여론조사 공천이 안고 있는 근본적 한계다. 우선 A당을 지지하는 응답자가 ‘B당 지지자’라고 거짓으로 응답한 뒤 경쟁력 떨어지는 B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변하면 차단할 방법이 없다. 또 생업에 바쁜 국민이 정당 내부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의 공약과 인품을 충분히 따져보고 여론조사에 응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자연히 명망가나 현역 의원 같은 인지도 높은 후보에게 지지가 몰릴 공산이 커진다. 게다가 여야는 전화 여론조사에 드는 비용을 전부 후보들에게 물릴 방침이다. 이럴 경우 후보 1인당 4000만원 가까운 돈을 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돈 없는 사람은 경선에 나설 기회가 원천봉쇄되는 것이다.

 안심번호 공천에 적극적인 새누리당의 경우 여론조사를 적게는 70%, 많게는 100%까지 적용해 지역구 후보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당 실세가 독점해온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취지만 보면 의미 있는 시도다. 하지만 아무리 안심번호라는 ‘안전판’을 도입해도 전화 여론조사는 공당의 후보를 결정하는 데 부분적인 지표로 활용하는 것이 맞다. 여론조사에 전적으로 의존해 공천한다면 역선택을 비롯해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여야는 안심번호 공천을 실행에 옮기기 앞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보완책부터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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