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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개성공단의 퇴로는 열어 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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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북한학 박사

개성공단이 죽었다. 경협을 넘어 평화를 생산하려던 곳이다. 다시 살리려면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북한은 지난 11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에서 “개성공단의 파탄이 우리의 핵무력 강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리석은 일”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에 질세라 지난 16일 국회에서 한 국정연설에 “개성공단의 중단은 우리가 국제사회와 함께 취해 나갈 제반 조치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못박았다. 남북한의 ‘강 대 강’ 대결로 개성공단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이다. 그렇게 되면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은 이명박 정부의 금강산 관광 중단과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으로 추억이 돼 버린다.

 한국의 개성공단 중단에 이어 미국과 일본도 독자적인 대북제재법을 각각 발표했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사이버 공격능력 향상, 북한 지도층 사치품 구입 등에 사용할 수 있는 달러를 구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아울러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도 제재한다. 일본은 북한 국적자·선박의 일본 입국 금지, 대북 송금 원칙적 금지 등을 채택했다.

 그런데 일본의 대북제재에서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대북 송금의 경우 인도적 목적이면 10만 엔(약 109만원) 이하, 북한으로 현금을 반입할 경우도 10만 엔 이하는 가능하다고 했다. 적은 액수지만 문을 닫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또한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는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관방 부장관은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계속 협상할 용의가 있으며 문은 닫혀 있지 않다”고 말했다. 가토 가쓰노부 납치문제 담당상도 “일본은 (납치 문제 재조사와 제재 일부 완화에 합의한) 스톡홀름 합의를 파기할 생각이 없다. 대화를 계속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본은 한·미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면서도 대화의 끈을 단절하지 않았다. 아베 정권의 공약인 ‘납치문제 완전 해결’이 비록 장기화될지언정 기다리겠다는 의지다. 일본은 북한의 제4차 핵실험으로 촉발된 작금의 위기 국면이 진정되면 한·미·일 가운데 북한과 가장 먼저 대화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한 것이다.

 남북관계에 큰 위기가 올 때마다 10여 년 전에 통일부 차관을 역임한 분의 말이 떠오른다. 그는 “북한을 몰아치더라도 퇴로를 열어 줘야 한다. 그것은 북한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미·중이 한국을 무시하지 않게 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손자병법』 군쟁(軍爭)편에 나오는 말을 한반도에 적용한 말이다. 위사필궐(圍師必闕) 궁구물박(窮寇勿迫). 적군을 포위할 때는 반드시 퇴로를 열어줘야 궁지에 몰린 적군이 결사적으로 항전하지 않는다. 일본이 『손자병법』의 지혜를 활용하고 있다. 대북 정책은 하고 싶은 것보다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감정에 치우친 즉흥적인 결정보다 냉정한 계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북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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