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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질환 신경치료 시대 연 세계적 ‘파이어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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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원장이 디스크 환자의 C-arm 영상을 보면서 환부를 체크하고 있다. 김 원장은 국내 최초의 척추전문 신경외과 전문의로 약 3만례의 척추환자 임상례를 보유하고 있다. [프리랜서 박건상]


‘파이어니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사람을 말한다. 김영수 원장은 척추 분야의 파이어니어다. 그동안 척추질환 치료는 광범위한 절제로 통증은 심했고, 예후가 나쁘거나 회복은 더뎠다.

[명의 탐방] 김영수병원 김영수 원장


그러자 발상의 전환이 시작됐다. 허리 통증의 원인이 ‘뼈가 아닌 신경’에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이다. 가능하면 적게 째거나(최소침습), 주사를 이용해 신경을 회복시키는 비수술 치료로 패러다임을 바꿔 나갔다. 척추수술의 일대 전환점을 만든 사람이 김영수병원의 김영수 원장이다. 척추 치료의 신경외과 시대가 열린 것이다.

김 원장은 획기적인 새 치료법을 누구보다 빨리 도입해 세계적인 치료법으로 완성했다. 그가 세계 척추 분야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는 배경이다.


말단 강사에서 척추 대가로

김영수 원장이 척추 전문가의 길로 접어든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선택이 아닌 우연이었다. 그가 신촌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초년 강사였던 1978년. 그의 주임교수는 국내 신경외과 창시자 중 한 명인 고(故) 이헌재 교수였다. 당시 이 교수는 신경외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전공 영역의 세분화를 추진했다. 국내 신경외과 전문의는 누구나 세부 담당 분야 없이 뇌부터 척추까지 모두 보던 시절이었다.

이 교수는 첫째 제자부터 세부 담당 분야를 지정했다. 뇌혈관·뇌종양·뇌정위기능·척추 등 주요 분야 순으로 배정했다. 말단이었던 그는 얼떨결에 척추 분야를 맡았다. 그때부터 병원을 찾아오는 척추 환자는 김 원장의 몫이 됐다. 김 원장은 “당시 전공 분야를 타의에 의해 정했지만 그 덕분에 척추 환자만 도맡아 볼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그후 선진 의술을 배우기 위해 영국문화원 후원을 받아 영국 스톡 맨더빌(Stoke Manderville)병원 수련길에 올랐다. 세계적인 척추센터가 있는 병원으로, 이 지역에서 패럴림픽의 전신인 장애인 경기대회가 열렸었다.

단기 견습에 그칠 수 있었던 그에게 기회가 생겼다. 마침 센터에 한 명의 레지던트 결원이 생겼던 것. 김 원장은 세계 각지에서 온 의사를 제치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김 원장은 “보통 외국에 나가면 견습만 하는데 정식 레지던트가 돼 환자를 직접 진료할 수 있었다”며 “이때 실력과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국 수련을 마치고도 귀국 대신 미국행을 택했다. 뉴욕의대·하버드의대·메릴랜드의대 등 유명 척추센터에서 추가 수련을 받았다. 그는 “영국과 미국센터를 돌며 여러 장점을 배우고 귀국해 본격적으로 척추 진료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환자 많아 진료 대기 아르바이트 생겨

김 원장은 귀국한 이듬해 영동세브란스병원(현 강남세브란스병원)에 둥지를 틀고 진료에 매진했다. 입원 기간은 1~2주로 줄고 환자는 깨끗이 나았다. ‘김영수 교수가 오면서 척추환자 예후가 달라졌다’는 소문이 나면서 환자가 몰렸다. 카이모파파인 주사치료 도입을 기점으로 환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김 원장을 찾는 환자 규모는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섰다. 외래진료 대기시간만 1년이 넘었다. 그러자 김 원장은 하루에 보는 환자의 절반은 당일 접수를 받았다. 그런데 당일 접수 환자조차 한 달을 기다려야 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김 원장이 외래진료를 보는 날은 순번 때문에 환자 간에 싸우는 일이 빈번했다. 급기야 당일 접수를 위해 돈을 받고 환자·보호자 대신 밤새 줄을 서는 ‘대기 알바(아르바이트)’까지 생겼다. 당시 그의 명성을 가늠할 수 있는 일화다.

1992년 영동세브란스병원 척추센터 집계에 따르면 김 원장은 7년5개월간 7088례를 소화했다. 연간 약 900례꼴이다. 단일 의료기관으로 세계 최다 기록이다. 김 원장의 수술·시술 건수는 지금까지 이어져 척추전문의로 근무한 40년간 약 3만 건에 달한다. 경이적인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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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경험 동료 의사보다 10배 많아

압도적인 임상례는 그를 최고 전문가로 만들었다. 임상 건수는 경험·노하우·실력을 의미한다. 세계적인 척추전문가도 수술 건수는 그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김 원장은 “남보다 10배 많은 임상 경험을 갖다 보니 국제학회에서 그들이 경험하지 못한 사례를 발표했다”며 “10년이 되니 어느새 유명 의사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세계학회 초청을 받아 선진국 의사들에게 새 치료법을 전수하기 시작했다. ‘케이지를 이용한 추체간척추융합술(TFC)’이 대표적이다. 세계 척추전문의에게 강의와 함께 라이브 서저리(Live Surgery·수술 시연)를 선보였다. 디스크가 노화돼 불안정해지는 노인성 퇴행성 디스크 치료법이다. 굵은 나사못과 사다리 모양의 구조물을 척추에 박는 대신 둥근 원통형 케이지를 돌려 끼워 척추를 고정시킨다. 기존의 조직·신경 손상과 수술 후 통증을 줄인 방식이다. 그는 개발자인 미국의 찰스 레이 박사의 요청으로 독일 슈나이더 박사와 함께 팀을 이뤄 유럽 3개국 투어를 다녔다. 세계가 그의 무대였다.

그 후에도 위아래 척추뼈를 밴드로 고정하는 그라프 밴드 고정술, 나사못 대신 형상기억합금 스프링을 이용한 연성고정술도 잇따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모두 척추의 유연성을 살려 최대한 척추를 보존하고 신경 손상을 최소화한 수술이다. 도미노처럼 척추가 무너지는 부작용을 기존의 10%로 줄일 수 있었다. 김 원장은 “예전부터 딱딱한 고정술을 싫어했다. 기존 방식은 수술 범위도 크고, 주변 조직·신경의 손상이 심해 환자의 수술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정전 속에서도 수술 마무리

유명한 일화는 또 있다. 1994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서태평양정형외과학회장. TFC 라이브 서저리 도중 학회장에 낙뇌로 인한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이미 수술은 중반을 넘어선 상황. 모두 당황하던 순간 그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수술을 진행했다. 인공호흡기는 수동으로 교체하고, 급히 현장의 손전등을 동원했다. 김 원장은 서너 개의 손전등 불빛 아래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수술이 끝나자 청중 속에서 “김 교수가 최고다(professor Kim is the best)”라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그는 예후를 개선한 획기적 치료법이 개발되면 누구보다 빨리 익혔고, 최고가 됐다. 국제디스크내치료학회 최우수 학술상인 리먼 스미스상, 프랑스 아르고스(Argos) 척추학회 최우수 포스터상, 세계신경외과학회 공로상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이 이를 증명한다.

김 원장은 권위를 인정받아 미국 의학교과서 『역동적인 척추재건술(Dynamic Reconstruction of the Spine)』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전 세계 척추전문의가 배우는 교과서다. 김 원장은 이 중 3개 장을 집필했다. 『척추해부학(surgical atlas of spine)』 『척추학』 『신경손상학』 『체열학』 교과서의 공동 저자다. 일반적으로 교과서 집필은 해당 분야 최고의 권위자에게 의뢰한다. 그가 살아 있는 교과서라고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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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원장이 짚어주는 척추질환 포인트

‘묘약’(비수술)에 목매지 마라

환자는 수술을 싫어해 비수술적 치료에 끌린다. 이곳 저곳을 전전하다 골든 타임을 놓친다. 증상이 악화돼 다리에 마비가 오기도 한다. 척추질환의 20%는 수술해야 한다. 실제로 수술을 받아야 하는 20%조차 비수술적 치료를 찾아다닌다.

참는 것도 최대 3개월까지만

척추질환으로 통증을 참는 것은 최대 3개월까지만이다. 통증이 생기고 난 뒤 2~3개월간은 비수술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 그 이상이 지나도 낫지 않으면 반드시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수술할 병은 수술해야 한다.

비만 관리, 척추건강과 직결된다

비만은 당뇨·고혈압·대사증후군 등 만성질환에만 관련돼 있는 것이 아니다. 척추질환에서도 비만 관리는 중요하다. 비만이 되면 척추가 망가지기 쉽다. 척추가 체중을 지탱해서다. 적당히 먹고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앉아 있는 자세, 흡연은 최대 적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척추에 부담이다. 자세가 흐트러져 척추를 뒤틀리게 만든다. 허리를 펴고 바른 자세로 앉아야 한다. 흡연도 척추 건강의 적이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7~8배 빨리 척추가 망가진다. 척추질환 발병률도 높고, 수술 예후도 좋지 않다.

영상만으로 진단하는 의사는 경계

CT·MRI 등 영상 사진으로만 진단하는 의사는 좋은 의사가 아니다. 촉진·문진·병력 청취가 우선이다. 사진상 이상 소견 중 30%는 무증상이다. 이를 수술·시술하면 오히려 망가진다. 사진상 질병이 아니라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 중심으로 진단해야 한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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