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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현악 4중주단의 마스터클래스


‘마스터클래스’는 음악수업이다. 일대일로 작품을 처음부터 배우는 레슨과는 다르다, 청강생들과 함께 진행되는 마스터클래스는 연주할 줄 아는 작품의 ‘수정 및 보완’의 의미가 강하다.

수업에서 강조점은 스승마다 다르다. 피아니스트 레온 플라이셔는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이라 말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는 “음악 지식보다 굳건한 기본기”를 강조한다.

수십 년, 많게는 평생 동안 농축된 스승의 경험과 통찰이 쏟아지는 몇 시간, 때로는 몇 십분 만으로도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첼리스트 다니엘 뮐러 쇼트 역시 19세 때 참가한 로스트로포비치의 마스터클래스가 자신의 연주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11일 오전 금호아트홀에서 미켈란젤로 4중주단의 마스터클래스를 참관했다.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아우스트리치가 바이올린 두 대, 비올라, 첼로로 이루어진 현악 4중주단 두 팀을 지도했다.

#1 "함께 호흡하세요“ ”서로를 관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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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첫 번째 팀은 카리스 스트링 콰르텟이었다. 멘델스존 현악 4중주 2번을 연주했다. 연주를 경청하며 아우스트리치는 악보에 표시를 했다.

연주 후 그는 멤버들끼리 좀 더 가까이 앉도록 했다. 연주한 곡에 어떠한 감정이 이입되었는지를 점검했다.

첫 소절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나요? 긍정적인가요? 부정적인가요? 열정적인가요? 소극적이지는 않았나요?”


아우스트리치는 적극적인 태도를 주문하며 연주 자세를 교정했다.

팔꿈치를 좀더 열어보세요. 몸과 마음이 모두 개방된 상태에서 감정을 드러내며 연주해보세요.”


카리스 4중주단이 다시 연주했을 때 변화가 보였다.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해졌다.

함께 호흡해야 합니다. 서로의 소리를 들으세요. 멤버들의 다이내믹(셈여림)을 관찰하세요.”


아우스트리치는 서로 시선을 맞추고 호흡을 함께 하며 자신과 타인의 거리를 조절하라고 주문했다. 조금씩 변화하며 ‘따로 또 같이’ 앙상블이 완성돼갔다. 그는 이제 작품이 요구하는 색채를 거론했다.

멘델스존은 독일적인 주법으로 연주해야 합니다. 베토벤과 마찬가지죠. 더 엄격하고 단호하게 해보세요.”


닦고 조이고 기름 친 듯 연주의 완성도는 높아졌다. 아우스트리치는 흡사 지휘자 같았다.

#2 “자기 파트 책임을” “서로에게 권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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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두 번째 팀은 FM91.5 스트링 콰르텟이었다. 쇼스타코비치 4중주 8번을 연주했다. 카리스보다 평균 연령이 5세 정도 높은 팀이어서인지 세밀한 지적이 나왔다.

아우스트리치는 이번에도 자세부터 바로잡았다. “양 발을 더 벌려 앉으세요. 힘 있게 연주할 수 있고, 존재감을 보일 수 있습니다. 팔을 더 벌려요. 몸통과 팔꿈치 사이에 공기가 들어간다고 생각하세요.”

그는 ‘각자의 소리’를 내라고 했다. 끌려다닐 수 있으니 자신의 색채를 희생하지 말라는 얘기다. 자기 파트는 자기가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주체적, 독립적으로 연주하라 했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자유로운 권한을 주라고도 했다. 책임과 권한이 균형을 이뤄야 이상적인 건 비단 음악만의 세계가 아닐 것이다.

연주 도중에 제1바이올린 주자의 현이 끊어졌다.

너무 세게만 연주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제1바이올린은 전체의 1/4일 뿐이죠. 함께 연주하는 3/4을 존중하세요. 항상 제1바이올린이 리드할 필요 없습니다.”


아우스트리치는 상대방을 고려하는 팀플레이 외에 각자 감각의 외면과 내면 사이 균형을 요구하기도 했다.

귀 하나는 음악 속으로 들어가 음악을 듣고, 나머지 하나는 음악 밖으로 연 채 들으세요.”


자세에 대한 지적은 계속됐다. 등을 기대고 앉지 말라는 주의를 주었는데 시정이 되지 않자 목소리가 격앙되기도 했다.

앉아있을 때도 서서 하는 것처럼 연주해야 합니다.”


아우스트리치는 자연스러운 연주를 강조했다.

거기 악센트가 있다고 갑자기 템포를 바꿀 필요 없어요. 서두르지 마세요.”


두 팀의 마스터클래스를 보며 음악의 사회적인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혼자만 독주해선 안 된다. 타인과 전체의 앙상블까지 고려해야 한다. 두 팀의 연주는 나아지고 있었다. 한편으로 완벽의 길은 끝이 없어 보였다.


글=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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