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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화장에 가발 쓴 도둑…잡고보니 아저씨?

중년 여성 차림으로 취객을 유혹한 뒤 지갑을 털어온 쉬메일(Shemale·호르몬 투약으로 여성의 외모를 갖췄으나 성전환수술은 받지 않은 사람)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해 12월부터 한 달간 서울 이태원과 경기 화성시 일대에서 취객을 호텔로 유인한 뒤 지갑을 훔친 혐의(절도 등)로 김모(44)씨를 구속했다고 21일 밝혔습니다.

김씨는 훔친 지갑 속 신용카드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주민등록증을 활용해 휴대폰을 불법 개통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대 중반 가슴확대수술을 받은 뒤 지속적으로 여성호르몬을 투약하며 여성의 외모로 살아왔습니다. 실제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김씨가 가발과 치마를 착용했을 뿐 아니라 짙은 화장을 하고 있어 김씨를 중년 여성으로 착각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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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발을 쓰고 짙은 화장을 하는 등 여성의 모습으로 꾸미고 다닌 김씨


김씨는 지난달 28일 서울 이태원의 한 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중 “오늘부터 친구로 지내자”며 최모(46·여)씨에게 접근해 주민등록증과 신용카드, 휴대폰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전날엔 이태원의 또 다른 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임모(38)씨에게 접근해 지갑과 휴대폰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함께 술을 마시자며 합석을 제안한 뒤 모텔로 유인해 유사성관계를 맺고 피해자가 잠든 사이 소지품만 훔쳐 달아나는 수법이었습니다.

김씨는 피해자들로부터 훔친 주민등록증을 활용해 신용카드를 발급받는가 하면, 고가의 휴대폰을 개통해 사용하며 경찰의 추적을 피해왔습니다. 피해자들 대부분은 쉬메일인 김씨와 잠자리를 가졌단 사실 때문에 본인마저도 동성연애자로 소문이 날까봐 신고하지 못했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김씨가 훔친 주민등록증을 활용해 은행에서 신용카드를 만들고 있는 모습

김씨는 지난 18일 경기도 강화군의 한 알코올 중독 치료기관에 머물다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는 성적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이겨내기 위해 술에 의지한 탓에 알코올 중독 증세가 심해져 두 달 전쯤부터 치료기관을 찾았다고 합니다. 김씨는 10대 때부터 성 정체성 혼란으로 병역까지 면제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가슴확대 수술과 함께 여성호르몬을 투약 받은 이후부터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20대 중반에 수술을 받았다고 하니 20여 년간을 여성으로 살아온 셈입니다. 하지만 성전환수술을 받지 않은 쉬메일 상태였던 김씨는 수많은 사회적 편견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이 때문에 제대로 된 직업을 갖기 어려웠던 김씨는 트랜스젠더 바에서 일 하거나 서울 이태원과 한남동 근처의 노점상을 상대로 한 성매매 등으로 생계를 이어왔다고 합니다.

김씨처럼 성적소수자인 쉬메일·트랜스젠더 대부분은 사회적 편견과 비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실제 서울 이태원의 한 트랜스젠더 바에서 일하고 있는 쉬메일 양모(35)씨는 군 전역 후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공개하며 학교를 자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성적 소수자라는 이유 만으로 학교에서 공개적으로 마녀사냥을 당해야 했고,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마저 모두 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김씨처럼 성적 소수자들 대부분이 수면 아래에서만 생활하며 정신·육체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들 대부분이 유흥업에 종사하면서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 놓여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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