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껄끄러운 한국인도 대환영, 볼거리·먹거리 풍부해 재방문율 높아

1 일본의 알프스로 불리는 일본 다카야마(高山)는 기후현에서도 오지로 꼽히지만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면서 3년 만에 외국 관광객이 4배로 늘었다.

2 다카야마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 ‘유커(遊客)’들. 3 다카야마 눈길 트레킹을 하고 있는 한국 관광객. 김동호 기자


요즘 일본에선 산간 오지에도 외국인 관광객이 북적댄다. 일본인도 평생 한 번 갈까 말까 한 산골에 외국인 관광객이 찾아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가 겨냥한 엔저(低) 효과다. 아베노믹스는 실패한 정책으로 꼽힌다. 엔저 덕에 수출업이 기력을 차렸으나 소비가 살아나지 않아 디플레이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경제성장률도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아베노믹스가 집중적으로 육성한 관광산업은 날개를 달고 펄펄 날고 있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974만 명이었다. 1년 전 1341만 명에서 47% 급증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100만 명 가까운 6.8% 감소하면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 인원이 1323만 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일본엔 엔저의 위력이 컸다. 하지만 일본의 관광입국정책을 뜯어보면 엔저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호텔 신축 붐아베는 2013년 ‘내일의 일본을 지탱할 관광 비전 구상회의’의 수장을 자임해 일본의 관광진흥책을 진두지휘하고 나섰다. 지난해 사실상 2000만 명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자 3000만 명 목표를 새로 내세웠다. 관광입국 전략이 성과를 나타내면서 일본에선 숙박시설 부족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북쪽의 홋카이도부터 남쪽의 오키나와까지 전국 100여 곳에서 호텔 신축 붐이 일고 있는 이유다.


일본에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숙박·교통업계가 총력을 다해 해외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라면 국적은 따지지 않는다. 가장 공을 들이는 대상은 한국과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다. 독도·위안부 문제 등으로 불편한 관계인 한국인도 일본 관광을 온다면 대환영이라는 자세다.


지난달 26일부터 나흘간 일본 관광의 매력을 소개하고 상품화하기 위해 서울시관광협회를 초청한 일본 시골 마을 다카야마(高山)에서도 이런 자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나카 아키라 다카야마시 해외전략부장은 “일부 사안에서의 외교 갈등과 관광은 별개”라며 “우리는 평화와 친선의 자세로 한국인 관광객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다카야마는 해발 3000m 봉우리에 둘러싸여 ‘일본의 알프스’로 불리는 일본 중부의 산골 오지다. 하지만 해외 홍보와 교통 접근성 개선으로 외국인이 몰려들고 있다. 2012년 9만5000명에서 지난해 35만 명으로 4배가량 늘어났다. 관광객이 쇼핑을 많이 할 수 있도록 3일간 요금을 44% 할인하는 교통패스도 개발했다.


수년 전만 해도 외국인은 고객으로 받지도 않던 전통 료칸(旅館)에서 전통을 깨고 외국인을 받기 시작했다. 고객 응대를 위해 한국인 종업원을 채용하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일본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동안 한국의 관광산업은 급속도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한국은 2008년 이후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서 일본을 압도해 왔지만 한류 이외에는 고객을 불러들일 무기가 마땅치 않다. 관광의 3요소인 볼거리·먹거리·살거리가 모두 부족하다. 지난 18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거리엔 ‘코리아 그랜드 세일’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화장품 매장마다 최대 50% 할인을 알리는 중국어 알림판이 붙어 있고 매대 앞엔 화장품 샘플을 손에 쥔 점원들이 목청 높여 손님몰이에 열중이었다. 하지만 노점에서 딸기를 파는 김모씨는 “외국인 관광객도 명동에 오면 화장품만 사 갈 뿐 다른 물건은 잘 사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질적인 바가지도 문제다. 김씨는 “한 개에 1000원 하는 계란빵도 외국인에게는 2000원을 받으니 나쁜 이미지만 쌓인다”고 했다.

눈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유커들.


전통 공예품·음식 상품화에 적극 나서야이런 여파로 한국의 관광산업 공동화(空洞化)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을 다시 찾는 관광객이 줄어드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웃 나라 일본을 찾는 유커는 지난해 499만4000여 명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반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598만4000여 명으로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이런 결과를 불러온 건 재방문율이다. 한국은 2011년 31.5%였던 유커의 재방문율이 2014년 20%대로 하락했다. 재방문율이 떨어지면서 어려워진 건 시내면세점도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루이비통과 샤넬 같은 명품 브랜드 유치가 어려운 데다 관광객 유인마저 일본에 추격당해 신규로 시내면세점 허가를 받고 영업을 시작한 곳들의 매출이 부진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반면 일본은 재방문율이 높다. 지역마다 볼거리·먹거리·살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유커의 발길은 도쿄·오사카뿐만 아니라 일본 각지를 두루 찾아다닌다. 일본 정부는 유치 목표를 세우면서 산간 오지를 주목했다. 제 발로 찾아오는 대도시보다는 산간 오지로 관광객을 끌어들여야 새로운 고객을 창출할 수 있다는 발상에서다. 북알프스 주변 다카야마·도야마 같은 곳은 눈을 관광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2200엔을 내고 곤돌라를 타고 스키장 정상에 올라가 다시 4000엔을 내고 눈길 트레킹을 하는 코스에는 한국인도 넘쳐난다. 이 여파로 국내 여행업계는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 국내 1만7000여 관광업자 가운데 상당수는 인바운드(외국인 유치)를 포기하고 아웃바운드(한국인 해외 관광)로 사업을 재편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 산업인 관광이 국가의 전략적 정책 부재로 뿌리부터 말라비틀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배국환 가천대 초빙교수는 “한국에도 태백산이나 한라산은 물론이고 평창 올림픽이 열리는 산간 지역에는 강설량이 풍부하다”며 “이를 한류 상품과 연결하고 한국 고유의 먹거리와 결합해 새로운 관광상품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수요는 있다. 안목이 높은 일부 관광객은 서울에 머물지 않고 지방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하지만 교통 불편과 지역별 특화상품 부족이 걸림돌이다. 결국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도시 비중을 분석해 보면 서울이 80%, 제주도가 18%에 달한다. 지난해 서울과 제주도를 제외한 다른 지역만을 방문한 외국인이 3만 명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한국은 홍보 부족도 문제다. 외국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전통 공예품과 먹거리가 적지 않지만 상품화하지 못했다. 이성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근래 일본의 외래 관광객이 증가한 것은 엔화 약세 이외에도 유치 확대를 위한 비자제도 개선, 항공노선 확대, 외국어 안내체계 정비 등 체계적 대응의 효과”라며 “우리나라도 관광 품질을 높이고 항공노선과 좌석을 확대하는 등 전국 지자체 차원에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겨냥해 역량을 증대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다카야마=김동호 논설위원?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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