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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9% 성장 전망, 나홀로 활황 … 범죄 발생률은 전국 최고


한국은행이 전망한 제주특별자치도의 올해 경제성장률(4.9%)은 국가 성장률(3.0%)보다 월등히 높다. 지난해 4분기 제주의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10.8%나 증가했다. 국가 전체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지만 제주만 유독 활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양적 성장은 빛과 함께 그림자도 동반했다. 부동산 광풍과 난개발, 주민과 정부·지자체·개발업자 간의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중앙SUNDAY가 ‘성장통’을 앓고 있는 제주를 찾아 명암을 짚어봤다.

제주대 김태일 교수가 전수조사해 작성한 제주 개발 관련 지형도에는 세계자연유산인 제주 전역에 걸쳐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대보존지역인 한라산국립공원도 개발 지역에 포함돼 있다. 오이석 기자, [사진 해군본부]


부동산 개발업자인 중국인 A씨 부부는 2011년 중국에서 사채업자인 중국인 B씨에게 500만 위안(약 8억6000만원)을 빌렸다. A씨 부부는 제주로 온 뒤 종적을 감췄다. B씨는 이들의 행적을 추적한 끝에 2014년 제주의 고급 아파트에 살고 있는 A씨 부부를 찾아냈다. B씨는 곧바로 소송을 시작했다. 중국 법원이 아닌 제주지방법원에서다. B씨는 중국어를 잘하는 한국인 변호사를 선임해 A씨의 자동차와 아파트를 압류했다.


하지만 제주지법은 “대한민국 법원의 관할 사건이 아니다”며 B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측 모두 중국인인 데다, 돈을 빌려준 곳도 중국이라 재판 진행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그러자 B씨는 다시 광주고등법원 제주부에 항소했다. 법원은 지난 1월 중국에 있는 증인을 불러 제주 법정에 세웠고, 24일 또다시 양측이 법정에 설 예정이다.


이 사건은 외국인끼리 한국 법원에서 다툰 첫 민사소송이다. 법원 관계자는 “제주의 국제도시화에 따른 새로운 소송 트렌드”라며 “유입인구 증가와 경제성장으로 민사소송이 10년 전보다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주지법의 민사합의 1심 사건은 2006년 308건에 불과했지만 2014년 532건으로 늘었다.


범죄 발생도 껑충 뛰었다. 2014년 인구 10만 명당 범죄 발생은 5307건으로 전국 최고였다. 이석환 제주지검장은 “경제성장에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경제범죄를 비롯한 다양한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제주지검은 최근 검사 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05년 제주도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178명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는 1만6737명으로 10년 사이 8배나 증가했다. 특히 2010년 2월 부동산투자이민제가 시행된 이후 제주에 살고 있는 외국인은 1만여 명이나 늘었다.


이들이 제주로 향한 이유를 체류비자 유형으로 살펴보면 F-2 비자를 받은 사람이 3060명(21.5%)으로 가장 많았다. F-2 비자는 5억원 이상을 부동산에 투자하면 내주는 비자다. 5년을 거주하면 영주권을 준다.


여기에 ‘국내 이민자’로 불리는 내국인 역시 늘면서 제주 인구는 급증하는 추세다. 2005년까지 10여 년간 55만여 명 내외를 유지하던 제주 인구는 지난해 63만9788명으로 늘었다. 전체 인구 증감률을 보면 전국이 0.4% 줄어든 반면 제주는 2.8% 늘었다. 4년 전 제주도에 정착한 이태효(39·회사원)씨는 “치열한 경쟁을 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제주가 삶의 질을 높여준다는 생각에 가족 모두 제주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인구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교통난도 심각해졌다. 제주도의 가구당 차량 등록 대수는 2010년 25만 대에서 5년 만에 20만 대가 늘었다. 전국에서 가구당 자동차(가구당 1.69대)가 가장 많다. 1970년대 만들어진 제주 도심 도로는 수시로 마비된다. 퇴근시간 제주 도심은 관광객들의 렌터카(이용률 86.5%)와 뒤엉켜 30분 동안 4㎞를 이동하기도 어렵다. 거의 ‘차가 걸어다니는 수준’이 된다.


교통사고도 많아졌다. 2009년 8724건에서 2014년 1만2511건으로 43% 수직 상승했다. 제주도 오정훈 교통제도개선추진단장은 “내년 7월까지 교통 시스템을 개편하고 도민과 관광객이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선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자연유산인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성산읍사무소 인근 오거리에는 눈에 보이는 곳마다 부동산 사무실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11월 제2공항 후보지 선정 발표를 전후해 나타난 풍경이다. 성산에서 나고 자란 신모(36)씨는 “평당 100만원 하던 땅을 700만원에 팔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주변의 땅값이 많이 올랐지만 땅이 없는 이웃과의 관계 때문에 말을 못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서귀포 시내의 아파트는 2014년 초 1억여원에서 지난해 3억원에 팔리기도 했다. 제주에서 부동산 사업을 하고 있는 강신홍 대표는 “제주의 가치를 볼 때 이제 제대로 평가받는 것”이라면서 “그동안 저평가됐던 것인데 광풍이라며 이상현상으로 말하는 것은 왜곡된 시각”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이번 달부터 시멘트업체들은 제주에 공급하는 시멘트의 단가를 9.8% 올렸다. 시멘트 가격의 인상은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질 태세다.


최근에는 제주도가 나서 신축 아파트의 분양가를 끌어내리기도 했다. 지난달 제주도 분양가심사위원회는 제주시 영평동 제주첨단산업단지 내 ‘제주 꿈에그린’ 410가구에 대한 분양가 심사를 벌여 3.3㎡당 869만8000원을 최종 분양가로 결정했다. 당초 시행사인 하나자산신탁은 택지비와 건축비를 합해 3.3㎡당 990만6000원을 분양가로 신청했다. 하지만 수요가 받쳐주기 때문에 제주 아파트의 분양가 인상 경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부동산 광풍은 원주민들과 경제적 약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있다. 웃돈을 받고 갖고 있던 부동산을 팔아도 다른 땅도 너무 가파르게 올라 대체 토지나 주택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땅 판 돈을 곶감처럼 빼먹다가 길거리로 나앉는 상황도 적지 않다. 제주시에서 사업을 하는 김모씨는 “산방산 인근에 땅을 갖고 있던 지인은 시세의 2배를 받고 땅을 팔았는데 인근 시세가 더 올라 현금만 빼먹다가 일용직 노동자로 전락했다”고 전했다. 웃돈을 받고 팔 수 있는 땅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제주도민의 자가주택비율은 2014년 56.4%로 절반 정도가 세를 살고 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제주도가 긴급처방을 내놨다. 3자녀 이상 무주택자가 일정 소득 이하일 경우 공공임대주택을 무상으로 공급하는 방안이다. 다자녀 가구와 신혼부부, 제주 정착을 위한 이주민, 취약계층에 대해 제주 지역 전체 주택의 10%까지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할 예정이다.


제주발전연구원의 이성용 박사는 “상대적 박탈감을 가진 제주도민과 정착 예정 이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관점에서 접근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제주는 또 난개발에 신음하고 있다. 국립공원이나 환경보호 지역에 유원지 개발 사업이 이뤄지거나, 터파기만 하고 주저앉는 사업도 많다. 개발하겠다며 사들인 땅을 방치해 허가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다. 제주시 오라관광지는 1999년 골프장과 테마파크를 짓는 대규모 관광개발사업이 승인됐지만 16년째 사업자가 여섯 번이나 바뀌며 진척이 없다. 서귀포 중문 색달온천유원지도 2010년 109만㎡에 호텔 등을 짓기로 허가받았지만 현재까지 사업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문가와 제주도 관계자들은 무분별한 제주의 개발 상황을 사람의 몸에 비유하면 ‘건강 이상’이라고 표현했다. 제주도의 개발 현장을 전수조사한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제주의 현 상황을 ‘당뇨’에 비유했다. 그의 조사에선 한라산국립공원 내까지 치고 들어온 골프장과 개발진흥지구가 확인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사람도 갑자기 몸무게가 늘면 병을 의심해야 하는데 제주는 그런 상황이 오래 진행됐고, 투자이민제 시행 후 더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물권보전지역까지 들어온 난개발을 중지해야 한다”며 “제주도가 최근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의 도로를 개발제한구역의 기준으로 정했지만 상징적인 의미만 있어 좀 더 구체적인 제한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한 장기적 계획 없이 급격히 자본을 유치하는 것은 몸에 맞지 않는 영양제를 맞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최근엔 제주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오히려 줄고 있다.


제주의 가파른 개발 시점인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제주도의회 의장을 지낸 문대림 전 도의원은 “제주가 다양한 방식을 통해 투자를 받았는데 그에 따른 낙수효과를 묻는다면 단언컨대 없다고 답하겠다”면서 “특별자치법을 개정해 개발 제한과 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제주=오이석 기자 oh.i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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