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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TPP에 가입 않는 건 결코 득이 될 수 없을 것

웬디 커틀러 미국 조지워싱턴대를 졸업한 뒤 조지타운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8년 USTR에서 일하기 시작했으며 2004년부터 동아시아 지역을 담당했다. 한·미 FTA 협상 당시 미국 협상팀으로 활약했으며 TPP 협상을 마무리하는데도 기여했다.


웬디 커틀러(사진)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미국 대표단을 진두지휘하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강단 있으면서도 상냥한 모습을 잃지 않아 국내에도 팬이 많다. 30년간 공직에 있었던 커틀러 부대표는 지난해 USTR을 떠나 아시아 소사이어티 워싱턴지부 책임자 겸 정책연구소 부소장으로 변신했다. 민간인 신분으로 처음 방한한 그를 지난 16일 만나 한·미 FTA와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문제에 관해 의견을 들었다.


 


-USTR 퇴직 이후 처음 방한한 소감은. “도쿄를 거치느라 꽤 긴 여행이었다. 민간인 신분으로 오니 기분이 좀 다르다. 이번에는 입국심사대에서 1시간30분이나 기다려야 했다. 그간에는 외교관 신분으로 입국해 이처럼 오래 걸리는 줄 몰랐다.(웃음)”


-다음달 4주년이 되는 한·미 FTA를 어떻게 평가하나. “이론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됐다고 확신한다. 무엇보다 양국 간 교역 규모가 늘었다. 한국의 경우 대미 수출이 증가했고 이는 경제성장에 기여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유제품·돼지고기·자동차·화학제품·반도체 부품 등의 수출이 늘었다. 한국에서도 주력 수출품들의 규모가 증가했다.”


-일부 미 정치인은 한·미 FTA가 일방적으로 한국에만 유리해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소수가 비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비판론자들은 두 가지 이유를 든다. 하나는 상대국에 대한 수출증가율에 있어서 미국이 한국보다 낮아 무역 적자폭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몇몇 FTA 조치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무역적자를 보자. FTA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다. 경기가 나빠진 한국은 거의 모든 나라로부터의 수입을 줄였다. 미국으로부터의 수입도 액수로는 줄었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감소폭이 훨씬 작다. 지난해의 경우 미국으로부터의 수입 규모는 440억 달러로 전년도 452억 달러에서 2.7% 감소했다. 이는 FTA를 맺지 않은 일본(14.7%)은 물론이고 한·유럽연합(EU) FTA 국가인 영국(17.7%), 프랑스(11.2%)와 비교해 봐도 훨씬 작은 수치다. 시행 관련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부분이 해소됐다. FTA의 장점은 이 같은 분쟁을 해결할 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4개 분야에서의 시행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는데 지금은 어떤가. “법률서비스 분야에서의 공정경쟁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 외에는 다른 사안은 큰 진척이 이뤄졌다고 들었다. 이 밖에 FTA 정신에 외국 기업들의 원활한 활동을 가능토록 하는 우호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은 TPP에 빨리 가입하려는데 미국이 막는 듯한 인상이다. “TPP가 이미 5년 반 동안이나 논의돼 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마지막 참여국인 일본·캐나다·멕시코 등 3개국도 4년 차부터 협상에 참여했다. 현재 전체 회원국 사이에선 이제는 TPP 확대보다 협정을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 협상 자체가 몹시 까다롭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가입 허용 여부는 미국 단독이 아닌 전체 회원국의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물론 가급적 빨리 들어오려는 한국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후발 가입국에 불이익이 있지 않나. “물론 현 회원국들이 상의해 전체 TPP 체계를 결정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후발주자에게 꼭 불리하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또 한국은 일본이 들어오기 전에 가입을 권유받았는데도 참여하지 않았다. 한국이 선택한 상황 아닌가.”


-한국은 일본·멕시코를 뺀 다른 10개 회원국과 이미 FTA를 맺어 별 이득이 없을 거란 시각도 있다. “한국은 이미 아세안 회원국을 비롯해 10개국과 FTA를 맺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TPP는 양자 간 FTA보다 더 포괄적이고 깊이 있는 협정이어서 체결하게 되면 기존 무역 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효과가 있다. 특히 한국은 아시아 국가에 많은 중간재를 수출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TPP에는 한국 측에 유리한 제도가 마련돼 있다. TPP에 가입하지 않는 건 결코 한국에 득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한국이 TPP에 선뜻 참여하지 못했던 건 중국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중국 탓도 있었지만 일본이 이처럼 빨리 TPP에 가입하리라고는 한국 측에서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 아닌가. 미국이 TPP 가입을 종용한다는 인상을 준 것도 작용했을지 모른다.”


-오랫동안 한국 협상팀과 상대한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한다면. “한국팀은 항상 준비된 상태에서 협상에 임했다. 나는 지금도 한국 협상팀을 존경한다. 우리는 서로 간의 믿음 속에서 협상을 했다. 한국 측은 아주 강단이 있었다. 다른 나라 무역협상단과 다른 점이라면 한국 측은 처음부터 FTA를 원했다는 거다. 양측 모두 FTA를 원한다고 통상 이슈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럼에도 다른 나라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신속하게 FTA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도 양측이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국 쪽에는 여성 협상가가 없었다는 것이다.”


-USTR을 떠나 민간단체로 옮기게 된 계기는. “지난 30년간 공직에서 일한 터라 다른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었다. 그런 차에 나의 전문 분야인 아시아 문제와 정책 이슈를 한꺼번에 다룰 수 있는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에서 제안이 들어와 운 좋게 이곳에서 일하게 됐다.”


-향후 계획은. “뜻하지 않게 내가 많은 한국 여성의 롤 모델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과 일본 같은 나라에서는 우수한 여성인력들이 직업을 갖더라고 오래 머물지 못한다고 하더라. 육아 문제 등으로 결혼 후 직장을 다니는 것을 그리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풍토는 고쳐져야 한다. 이런 모순을 개선하기 위해 나의 개인적 경험을 나누고 이들의 멘토로도 봉사하고 싶다.”


 


 


남정호 논설위원 nam.j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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