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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 같은 지역 명품 브랜드 키우자


한국기업의 위기는 어디서 올까? 중국이다.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모두 중국에서 실패했거나, 중국 진출에 실패했거나, 중국기업에 당했거나 셋 중 하나다. 지금 중국의 변화의 소리를 못 듣는 경영자, 조직을 위기로 내몬다. 중국의 변화를 보지 못하는 경영자, 조직을 지옥으로 보낸다.


바람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는 것이다. 중국이라는 바람, 아편전쟁 이후 200년 간 잠자다 다시 불기 시작했다. 2000년 가까이 아시아에서 중국은 바람이었고 아시아의 작은 국가는 풀이었다. 풀은 바람 부는 방향에 따라 누워야 살지, 바람에 맞서면 말라 죽는다.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아시아에서 바람이 사라졌다. 대신 미국과 영국이 아시아의 바람이 됐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10년부터 아시아의 맹주가 일본에서 중국으로 바뀌면서 아시아에 다시 중화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의 한류 특수 안전하지 않다중화 바람이 대세인데 한국 한류가 대세인 것으로 착각하고 덤비면 당한다. 대국의 자존심은 강하다. 주변 작은 나라의 매력적인 문화를 탐하기는 하지만 절대 자기 문화와 바꾸지는 않는다. 대중국 한류상품 역시 이런 시각으로 봐야 한다. 중국의 유커(遊客, 중국인 관광객)가 만든 내수시장 특수를 누리고 있는 한국은 중국의 무서움을 알아야 한다. 홍콩과 대만이 관광업에서 유커로 대박을 냈다가 곡소리가 나고 있다. 홍콩의 명품가게가 파리 날리고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대만의 반중 기류가 커지면서 본토의 대만 관광이 한풀 꺾였다. 대신 환율 폭락으로 가성비가 좋아진 일본이 중국 유커들의 급습으로 즐거운 비명이다.

강일구 일러스트


중국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관광객의 송출을 조절하면서 반중 감정이 커지는 홍콩과 대만을 길들이는 것이다. 중국 유커, 지금 중국 정부가 주변국을 길들이는 비밀병기다.


지금 600만명의 유커들이 소비재시장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한국, 이런 측면에서 절대 안전하지 않다. 오히려 더 위험하다. 화장품을 필두로 한류상품 대박이 한국의 소비재 산업을 70년만에 온 세계적인 대불황에도 환호작약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연간 1억2000만명에 달하는 중국 해외 관광객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으로 오는 유커는 5%도 안 된다. 중국의 유커가 선호하는 해외여행지 톱5 안에 한국은 들어가지도 못하는데도 이 난리다. 지리적 이점과 가성비 좋은 여행상품, 그리고 면세점이 한국 방문의 이유다.한국의 문화에 매료되어 한국에 문화의 향기를 맡으러 오는 유커는 별로 없다. 중국은 전세계 럭셔리 제품의 46%, 면세점 매출의 47%를 사들였다. 전세계적인 럭셔리와 면세점에서 부는 유커 광풍 가운데 한국의 한류제품 대박은 겨우 중국의 전체 관광객 중 5%에 묻어 간 것이 진실이다.


그러나 13억대의 모바일 기기가 깔려있고 에어버스와 보잉을 한방에 각각 170대, 300대를 사는 중국 항공업계의 관광객 송출능력을 감안하면 이젠 한국의 지리적 이점은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소비 패턴이 가성비 좋은 제품에서 명품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전세계 면세점 어디에도 한국의 명품은 없다. 단지 한국에 와서 중국보다 싼 세계적인 명품을 면세로 살 뿐이다.


이것이 한국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중국 정부의 유커 송출의 제한이 걸리면 바로 1순위로 당할 나라가 한국이다. 홍콩과 대만처럼 정부가 여행사들에게 특정지역의 유커 송출을 자제하라는 묵시적 오더를 하는 순간 한국의 유커 특수는 사막의 신기루처럼 사라질 위험이 있다.


그리고 명품의 관세를 내리거나 마치 우리 제주도 면세점처럼 중국 내 면세점의 활성화를 하면 지리적 이점과 가성비로 승부하던 한국의 유커특수는 한방에 갈 수 있다. 북핵 문제, 사드 문제가 더 커지면 중국이 맨 먼저 손 쉽게 손댈 수 있는 것이 유커 송출제한이다. 위험지역 출입을 자제하라는 언질 하나면 바로 영향 받는다. 자체 콘텐트보다는 면세품 판매로 커진 한국의 유커 특수는 이래서 취약하다.


반도체처럼 정부가 한류 콘텐트 키워야모바일을 통한 실시간 가성비 비교와 핀테크를 이용한 실시간 해외 직구가 전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지역이 지금 중국이다. 중국의 해외 관광객과 모바일 기기는 소비재를 보는 중국인들의 눈 높이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런 식이면 가성비 좋은 2류 제품으로 일어선 한국의 한류 붐은 이젠 끝물이다. 중국인들이 전세계 공항의 면세점을 모두 들러보고 모바일로 전세계 명품점을 모두 들락거리며 검색해봤기 때문이다.


대중국 마케팅, 지금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 팔아야 산다. 전세계 포춘 500대 기업이 모두 들어가 있고 전세계 명품이란 명품은 모두 들어간 시장이 중국이다. 세계에 있는 것은 지금 모두 중국에도 있다. 중국에서의 경쟁은 세상에 없는 것으로 승부해야 한다. 중국에서 가격대비 성능으로 승부하면 1년 버티기도 어렵다.


중국에 팔, 세상에 없는 것은 어떻게 만들까? 방법은 한국의 한류 드라마를 잘 살려야 한다. K-팝으로 대변되는 한류는 이젠 브랜드다. 드라마를 만들고 거기서 나온 콘텐트가 있는 상품을 팔아야 산다. 한국이 중국에 팔, 세상에 없는 것은 이렇게 만들면 된다. 미국은 헐리우드 영화 찍는데 미국 해군의 항공모함도 빌려준다. 국가적인 콘텐트의 제작이 엄청난 광고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방력을 간접적으로 광고하는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 속 간접광고(PPL)은 더 자연스럽다. 스타벅스를 마시고 햄버거를 코카콜라와 함께 먹는 자연스런 영화의 광경이 미국 문화를 전세계로 수출하는 방법이다.


명품 한류 드라마를 통한 스토리텔링이 한류를 되살리는 길이다. 그러나 이것도 방법이 바뀌어야한다. 일개 방송국과 프로덕션의 수익 사업으로가 아니라 국가 프로젝트로 가야 한다. 과거 반도체·전전자교환기 등 국가 전략산업을 키울 때 정부가 연구소를 만들고 기초 기술과 초기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민간에 이양해 대박을 낸 것처럼 이젠 한류도 정부가 나서서 국가 차원의 대중국 문화연구 단지와 대중국 콘텐트 생산 공장을 만들어야 산다.


싼 것에 목숨 걸어 가성비 좋은 상품만 찾던 중국이 1인당 소득 1만 달러 대를 목전에 두고 소비 패턴이 싹 바뀌었다. 싼 것에서 이젠 명품과 브랜드에 목숨 건다. 그래서 한류제품 가격과 품질이 아니라 브랜드가 중요하다.


일류 명품 하나 없는 한국은 품질 좋은 지역 브랜드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 프랑스 명품 포도주는 양조장 브랜드가 아니라 그 지역 이름이 바로 브랜드다. 한국의 화장품부터 소위 한류 제품은 중소업체의 브랜드가 아닌 품질을 보증한 지역 브랜드를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면 포도주 산업에서 보르도산 와인, 미국의 나파밸리 와인 같은 개념이다. 신뢰할 만한 명품 지역 브랜드 개발이 한국의 중소기업이 중국에서 싸구려가 아닌 명품으로 살아가는 한 방법일 것 같다.


 


 


전병서?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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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