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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울음 끊기면 병력 줄어든다” 산후 휴가 180일로

2013년 1월 평양산원에서 평균 몸무게 1.4㎏으로 태어났던 네쌍둥이들이 180일 간의 치료를 마치고 건강하게 퇴원하고 있다. [중앙포토]


생명의 탄생은 어디에서나 축복이다.


북한은 ‘산모가 세쌍둥이를 출산하면 나라가 흥한다’는 김일성의 교시에 따라 노동당의 특별 배려로 남자아이에게는 은장도, 여자아이에게는 금반지를 선물한다. 은장도는 ‘칼’을 상징하는 것으로 훌륭한 장군감이 되라는 뜻이고, 금반지는 ‘부자’가 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은장도·금반지는 진짜가 아니라 도금한 것으로 산모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별 선물로 이를 간직한다. 형편이 어려운 산모는 은장도·금반지를 팔아 생계 유지에 사용하기도 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출산율은 2명이다. 20년 전보다 0.25명 떨어졌다. 북한의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입을 하나라도 줄여야 하는 이유’도 있고 여성의 경제활동도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남편들이 직장에서 벌어오는 월급이 시원찮아 여성들이 장마당을 통해 돈을 벌고 있다.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늘어나면서 결혼 연령도 늦어지고 출산도 기피하고 있다.


급기야 북한은 고심 끝에 저출산 대책을 내놓았다. 북한은 여성이 임신하면 근속 연한과 무관하게 정기휴가 외에 출산 휴가로 산전 60일, 산후 180일을 받도록 했다. 지난해 7월 최고인민회의(한국의 국회에 해당)가 출산 장려를 위해 노동법 제66조와 여성권리보장법 제33조를 개정해 출산휴가를 산후 90일에서 180일로 늘렸다. 조선중앙통신은 “여성 근로자들에게 더 많은 사회적 혜택이 돌아가게 하려고 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북한이 저출산 대책을 내놓을 정도로 고민하는 이유는 경제활동 인력 감소 문제이외에도 군 병력 유지에도 있다. 2014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군은 120만 여 명이다. 평양에서 소학교(한국의 초등학교) 교사를 지낸 탈북민 최성철씨는 “1997년 이후 출생자의 입학 숫자가 1990년대에 비해 30% 정도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저출산 문제로 군 병력 유지에 문제가 생기면 여성들의 ‘의무복무제’를 실시할 수 있다. 북한이 지난해부터 여성들의 의무복무제를 실시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김일성 주석의 100번째 생일(4월 15일)을 앞둔 2012년 3월 평양산원 간호사가 415번째로 태어난 세쌍둥이를 신생아실에서 돌보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보다 6배나 높은 영아사망률북한 여성들이 임신하면 산원(산부인과 병원)에서 검진을 받는다. 하지만 산원은 평양·청진·평성 등 대도시에만 있고 중소 도시에 사는 산모들은 가까운 시 인민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다. 북한 최고의 산원인 ‘평양산원’은 평양 가운데 중구역·보통강구역·모란봉 구역 등 특정 구역에 잘 사는 사람들이 주로 입원할 수 있다. 다른 지역 산모들은 세쌍둥이 이상이거나 지방 도당 책임비서·인민위원장의 자녀 등 특별한 경우에나 이 병원 이용이 가능하다.


평양에 살더라도 특정 구역 외에 사는 산모들은 구역 인민병원에서 진찰을 받는다. 평양은 서울의 구(區)에 해당하는 구역이 19개가 있다. 평양산원에서 진료를 받는 임산부는 20회 정도 산전 진찰을 받고 병원에서 무료로 분만한다. 반면 평양의 외곽 구역이나 지방 인민병원은 빈혈·검사를 위한 장비가 제대로 없어 고위험군 산모의 경우 조기진단이 어렵다. 때문에 임신과 출산 중에 합병증이 생기면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와 물자가 갖춰져 있지 않다. 대도시에 가까이 있는 지방 인민병원은 분만을 아예 대도시 산원으로 이송해 버린다. 분만은 시간을 다투는 응급진료이므로 열악한 지방 인민병원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북한의 보건의료 현황과 남북한 보건의료 협력방안’에 따르면 북한의 2014년 영아사망률은 23.68명으로 전 세계 223개국 가운데 74위였다. 한국의 3.86명보다 6배나 많은 수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북한의 높은 영아 사망률의 이유로 필수의약품이나 진단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빈약한 의료서비스를 꼽았다.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살다 온 탈북민 이경숙(42)씨는 “대도시 산원을 제외한 나머지 인민병원은 시설이 열악해 산모들이 출산 후 대부분 3~5일 정도 머물다 퇴원해 집에서 산후조리를 한다”고 말했다.


출산 후 병원에 있으면 이부자리 등 필요한 물품을 대부분 가지고 가야 되고 식사도 집에서 계속해서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가족들이 힘들어 최대한 빨리 퇴원한다. 인민병원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으려면 석유를 가지고 가야 한다. 병원은 무료 진료이지만 노골적으로 석유를 당당하게 요구한다. 석유가 없으면 입원을 못해 집에서 출산하기도 한다. 석유는 산모가 근무하는 공장·기업소의 차량 운전사에게 부탁한다. 운전사들은 산모가 출산을 위해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고 사정하면 대부분이 약간의 돈을 받고 석유를 빼돌려 준다는 후문이다.


친척 가운데 의사를 둔 산모는 다른 산모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다. 수요에 대한 공급 부족으로 좋은 약을 산모 가운데 가족이나 친척들에게만 주고 일반 산모에게는 대체약으로 처방하는 의사들이 적지않다고 한다. 산모들은 “좋은 약으로 진료해 달라”고 담당의사에게 뇌물을 주는 것이 관행처럼 됐다. 이씨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입원을 하더라도 한 번도 진찰하러 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산모들이 진통으로 힘들어 하면 생계란을 먹는다. 분만 전에 산모가 날계란을 먹으면 아이가 미끄러지듯이 세상에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북한에는 산후조리원이 없다. 탈북민 가운데 출산한 여성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부러워하는 것이 산후조리원이다. 두명의 아이와 함께 온 김순복씨는 “산모라면 누구나 축복받으며 출산하고 싶은데 북한의 열악한 의료 환경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남쪽 산후조리원 가장 부러워”한국 산모들은 출산하면 주로 미역국으로 산후조리를 한다. 미역국은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주며 몸을 빠르게 회복시켜주고 특히 산모의 자궁수축을 돕고 약해진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 준다. 북한 산모들도 미역국을 먹지만 꿀을 더 선호한다. 한랭한 해류가 흐르는 북한에서 미역은 매우 귀한 해산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등 대북지원단체들이 국내산 미역 북한 보내기 운동을 벌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씨는 “원기 회복에 좋아 북한에서는 꿀이 산모들을 위한 최고급 보약”이라고 전했다.


북한의 성교육도 문제다. 북한 여성들은 고급중학교(한국의 고등학교) 가정실습시간에 ‘위생 상식’ 정도의 성교육을 받는 것 외에는 가정·직장에서 별도의 성교육이 없기 때문에 피임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실정이다. 때문에 원치 않는 임신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미혼모까지 생기기도 한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피임·낙태수술을 금지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를 어긴 의사는 벌금형을 받는다. 하지만 피임기구들이 중국을 통해 밀수로 들어와 암시장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혈기 왕성한 군인들 사이에선 원치 않는 임신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인민병원 산부인과 의사들은 암암리에 낙태수술을 하고 있다. 1명당 50~100 달러를 받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단속에 걸려도 뇌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양 서성구역 병원에서 근무하다 탈북한 이경희씨는 “일을 저지른 남자들 대부분이 낙태 수술 비용만 부담한 뒤 몰래 도망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고수석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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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